▶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안데스의 웅장함과 카리브해의 낭만을 동시에 품은 황금의 땅, 콜롬비아(Colombia)로 떠나보겠습니다. 콜롬비아(Colombia)란 국명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콜롬비아는 1819년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의 주도하에 스페인의 지배에서 벗어나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로 독립한 주권 국가로, 남미 대륙에서 유일하게 태평양과 카리브해의 해안선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카르타헤나의 항구, 요새, 역사 기념물군(Port, Fortresses and Group of Monuments, Cartagena)'은 남미를 방어하던 스페인 제국 최고의 요새 도시이자 식민 시대의 건축미가 화려하게 꽃핀 카리브해의 진주로 손꼽힙니다. 또한, 2011년 등재된 '콜롬비아 커피 문화 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은 험준한 지형 속에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농업 전통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전설 속 황금 도시 '엘도라도(El Dorado)'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으며, 대문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이 살아 숨 쉬는 열정의 땅, 콜롬비아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역사의 거친 풍랑을 견뎌낸 불굴의 요새와 기억, 베라께라(Berraquera: Indomitable Fortress and Memory Weathering the Rough Storms of History) : 콜롬비아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뜻하는 '베라께라'의 정신이 물리적인 건축물로 가장 완벽하게 구현된 곳은 바로 198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카르타헤나 항구, 요새, 기념물군(Port, Fortresses and Group of Monuments, Cartagena)'입니다. 1533년 스페인의 정복자 페드로 데 에레디아(Pedro de Heredia, 1484~1554)에 의해 건설된 카르타헤나는 카리브해의 잔잔한 만(灣)에 위치하여 스페인 제국이 남아메리카의 막대한 부를 유럽으로 실어 나르는 가장 핵심적인 서인도 항로의 기착지였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과 축적된 부는 필연적으로 영국의 존 호킨스(John Hawkins, 1532~1595)를 비롯한 수많은 해적과 유럽 열강의 끊임없는 침략과 약탈의 표적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외세의 끝없는 포격에 맞서기 위해 16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축조된 카르타헤나의 방어 시스템은 남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방대하고 완벽한 군사 건축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후안 바우티스타 안토넬리(Juan Bautista Antonelli)를 비롯한 당대 최고의 군사 건축가들은 현지의 산호석과 석회암을 이용해 도시 전체를 에워싸는 거대한 성벽을 쌓아 올렸습니다. 특히 보카치카(Bocachica) 해협을 방어하기 위해 산 페르난도(San Fernando)와 산 호세(San José) 요새 등을 전략적으로 배치하였으며, 도시 동쪽의 가파른 암반 위에 우뚝 솟은 산 펠리페 데 바라하스 성(Castillo San Felipe de Barajas)은 미로처럼 얽힌 지하 터널과 견고한 외벽을 통해 적의 포위망을 끝끝내 견뎌낸 '베라께라'의 궁극적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 대자연과 인간이 빚어낸 긍정과 풍요의 경관, 체베레(Chévere: Landscape of Positivity and Abundance Forged by Mother Nature and Humanity) : 콜롬비아 스페인어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다정하게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인 '체베레'는 단순히 '멋지다'는 일차원적 감탄사를 넘어, 어떠한 가혹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삶의 기쁨을 찬미하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현지인들의 삶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체베레'의 에너지가 안데스산맥의 풍요로운 대자연과 인간의 집단적 노동을 통해 가장 예술적이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승화된 공간이 바로 201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콜롬비아 커피 문화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입니다. 이 장엄한 유산은 킨디오(Quindío), 리사랄다(Risaralda), 칼다스(Caldas), 바예델카우카(Valle del Cauca) 등 콜롬비아 중서부 안데스산맥(Cordillera de los Andes)의 가파른 산기슭에 거미줄처럼 펼쳐진 6개의 농업 경관과 18개의 도시 정착촌을 포괄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지역이 결코 농사짓기에 평탄하고 안락한 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경사도가 55도(25%)를 넘나드는 현기증 나는 산비탈의 가혹한 지형적 제약 속에서도, 캄페시노(Campesino, 농부) 가족들은 숲의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큰 나무의 그늘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소규모 혼농임업(混農林業) 방식을 100년 넘게 고수하며 세계 최고 품질의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해 냈습니다.
▷ 구름 위를 달리는 제국의 동맥, 수천 킬로미터의 소통망(Empire's Artery Running Above the Clouds, Communication Network of Thousands of Kilometers) : 콜롬비아의 험준하고 복잡한 지형을 이겨내고 이질적인 문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소통의 위대함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 6개국이 공동 등재한 '카팍 냔, 안데스 도로망(Qhapaq Ñan, Andean Road System)'에서 역사적 절정에 달합니다. 잉카 문명이 15세기에 그 정점을 완성한 이 방대한 교통 및 통신 네트워크는 타완틴수유(Tawantinsuyu, 잉카 제국)의 심장인 쿠스코를 중심으로 십자 형태로 뻗어 나가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를 관통하며 총길이가 무려 3만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문명의 동맥 중 콜롬비아에 소속된 구간은 국가 남부의 나리뇨(Nariño)주에 오롯이 집중되어 있으며, 로스 아호스(Los Ajos), 과푸스칼 바호(Guapuscal Bajo), 라 파스(La Paz), 산 페드로(San Pedro), 루미차카(Rumichaca) 등 9개의 핵심 구역이 세계유산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특히 양국의 국경을 잇는 천연의 관문인 루미차카 다리(Rumichaca Bridge)는 콜롬비아의 과이타라강(Guáitara River) 협곡 위를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천연 돌다리로, 잉카 제국이 북부의 파스토(Pasto) 원주민들을 정복하고 세운 제국 최북단의 전초기지로서 심대한 역사적 상징성을 지닙니다.
▶ 경계를 허물고 연대하는 혼혈과 영성의 축제, 빠르세로(Parcero: Festival of Mestizaje and Spirituality Breaking Boundaries and Uniting) : 콜롬비아 사람들이 길거리나 일상생활에서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친구, 혹은 형제를 정겹게 부를 때 사용하는 호칭인 '빠르세로(Parcero)'는 다양한 인종과 계급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콜롬비아 특유의 메스티사헤(혼혈)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경계를 단숨에 허물고 공동체적 연대를 이루게 하는 언어적 마법입니다. 이 끈끈한 빠르세로의 정신이 가장 원초적이고 폭발적인 형태로 터져 나오는 현장이 바로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랑키야 카니발(Carnival of Barranquilla)'입니다.
가톨릭의 엄숙한 사순절이 시작되기 직전인 2~3월경, 카리브해 연안의 무역 항구 도시 바랑키야는 나흘 동안 일상성을 완전히 상실하고 거대한 춤과 음악의 원색적인 해방구로 변모합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볼거리가 아니라,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이 가져온 가톨릭 종교 의식, 플랜테이션 농장으로 강제 이주된 아프리카 노예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두드리던 강렬한 콩고(Congo) 북소리의 생명력, 그리고 지역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신화적 춤과 피리 소리가 수백 년에 걸쳐 화학적으로 융합된 콜롬비아 문화적 메스티사헤의 완벽한 결정체입니다.
▷ 대자연의 호흡을 읽어내는 인류의 형제, 그리고 빛의 연대(Brothers of Humanity Who Read the Breath of Mother Nature, and the Solidarity of Light) : 콜롬비아 사회에 흐르는 '빠르세로' 의식은 비단 인간과 인간 사이의 세속적인 우정을 넘어, 인간과 자연,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영적인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형제애로 묶어내는 심오한 원주민 철학으로까지 확장됩니다. 이를 보여주는 콜롬비아의 가장 경건하고 숭고한 유산이 202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산타마르타의 시에라 네바다에 거주하는 네 원주민의 조상 지식 체계(Ancestral system of knowledge of the four indigenous peoples, Arhuaco, Kankuamo, Kogui and Wiwa of the Sierra Nevada de Santa Marta)'입니다. 카리브해 연안에 웅장하게 솟아오른 최고봉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해안 산맥인 시에라 네바다 데 산타마르타(Sierra Nevada de Santa Marta)는 아르우아코(Arhuaco), 캉쿠아모(Kankuamo), 코기(Kogui), 위와(Wiwa) 등 네 원주민 부족에게 세계의 심장이자 성소 그 자체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부족들은 스스로를 우주와 대자연의 무너져가는 균형을 수호하는 지혜로운 '형님(Big Brothers)'으로 인식하며, 물질문명의 탐욕에 빠져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산맥 바깥의 외부 현대인들을 일컬어 철없는 '아우들(Little Brothers)'이라 부릅니다.
▶ 백 년의 지혜로 엮어낸 다채로운 인류의 태피스트리(Colorful Tapestry of Humanity Woven with a Century of Wisdom) : 우리는 지금까지 '베라께라', '체베레', '빠르세로'라는 세 개의 콜롬비아 고유 스페인어 키워드를 통해, 콜롬비아가 지닌 장엄한 해안 성벽과 아픈 기록의 회복력, 험준한 산비탈에 일군 커피 경관과 잉카 도로망의 긍정성, 그리고 상이한 대륙의 문화를 하나의 용광로로 녹여낸 혼혈의 축제와 원주민의 영적 생태주의까지 깊이 있게 조명해 보았습니다.
지리적 고립과 험난한 자연환경, 그리고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이라는 혹독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콜롬비아인들은 결코 주저앉지 않고 끊임없이 인류의 유산을 축적하며 대자연과 공존하는 고유의 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워 왔습니다. 그들의 유산은 단순히 박물관에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고단하고 척박한 현실을 유쾌한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기꺼이 타인의 손을 맞잡아 온 콜롬비아인들의 땀방울과 역동적인 궤적 그 자체입니다.
Al mal tiempo, buena cara.
To bad weather, a good face.
나쁜 날씨에도, 밝은 얼굴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