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독자 여러분! 오늘은 '검은 영양' 팔랑카스 네그라스(Palancas Negras)의 대지, 앙골라(Angola)로 떠나보겠습니다. 앙골라는 16세기 포르투갈인들이 침략하기 전, 은동고(Ndongo) 왕국의 통치자 응골라(Ngola)에서 유래했습니다. 앙골라는 오랜 내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강인한 회복력의 나라로 인류의 문화적·자연적 진화 과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보고(寶庫)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음반자콩고(Mbanza Kongo, 2017)는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번창했던 서부 중앙아프리카 최대의 정치·종교적 중심지인 콩고 왕국의 수도로, 유럽의 문명과 아프리카 전통이 충돌하고 융합된 역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이에 더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암각화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치툰두-훌루(Tchitundu-Hulu, 2017)의 신비로운 선사시대 예술은 앙골라가 왜 숨겨진 아프리카의 보석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죠. 아프리카의 소울! 셈바(Semba)와 키좀바(Kizomba)의 리듬과 함께 앙골라로 떠나보시겠습니까? 테마여행신문 TTN Korea 유네스코 세계유산(UNESCO World Heritage) 시리즈와 함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멋진 여행을!
▶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재판정, 얄라 은쿠우(Yala Nkuwu, a court connecting two worlds) : 앙골라 북서부에 위치한 자이르 주(Zaire Province)로 발걸음을 옮기면, 해발고도 570미터의 험준한 고원지대에 우뚝 솟은 성도(聖都) 음반자 콩고(Mbanza Kongo)와 마주하게 됩니다. 이곳은 14세기 무렵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아프리카 남부 일대를 호령했던 거대 국가, 콩고 왕국의 정치적 중심지이자 영적 성소였습니다. 이 유서 깊은 도시의 한복판에 바로 앙골라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서인 '얄라 은쿠우(Yala Nkuwu)'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키콩고어(Kikongo)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단순한 식물학적 의미의 나무가 아니라, 선조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며 국가의 중대사를 심판하던 성스러운 전통 재판정 '룸부(Lumbu)' 혹은 엠반지 아 은카누(Mbanzi a Nkanu) 위에 짙은 그늘을 드리운 신성한 거목을 지칭합니다.
오랜 옛날, 콩고 왕국의 군주와 원로들은 이 장엄한 나무 아래에 둥글게 모여 앉아 부족 간의 갈등을 중재하고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대한 안건들을 치열하게 논의했습니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전통 사회 내에서 나무라는 존재는 땅속에 깃든 조상들의 영적 세계, 땅 위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현실 세계, 그리고 하늘 높이 솟은 신들의 신성한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우주수(Cosmic Tree)로 기능해 왔습니다. 얄라 은쿠우 역시 물리적인 휴식처를 넘어, 판결을 내리는 그 순간 선조들의 영혼이 지켜보며 정의로움을 심판한다는 강력한 영적 권위를 뿜어내는 신성한 매개체였습니다. 만약 이 나무의 껍질에 상처가 나면 마치 사람의 붉은 피처럼 수액을 뿜어내며 조상신들의 맹렬한 분노를 대변한다는 구전 설화는, 얄라 은쿠우가 수동적인 식물에 머물지 않고 능동적으로 사회 질서에 관여하는 행위자(Agency)로 대우받았음을 명백히 입증합니다. 대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통치 행위가 완벽한 합일을 이룬 이 상징적인 장소는 그 숭고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앙골라 최초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 문자를 쟁취해 제국과 맞선 군주, 은뎀부(Ndembu, a monarch seizing letters to fight the empire) : 앙골라가 지나온 격동의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누락할 수 없는 두 번째 핵심어는 바로 '은뎀부(Ndembu)'입니다. 은뎀부란 본래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Luanda) 북동쪽의 험준한 고산 지대를 터전으로 삼았던 음분두(Mbundu)족의 한 분파를 지칭함과 동시에, 해당 지역을 호령하던 아프리카 토착 지배자들을 일컫는 존칭이기도 합니다. 세계 역사학계가 이들의 행보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 대륙을 피로 물들이며 유린하던 그 참혹한 시기에 피를 부르는 무력이 아닌 가장 치밀하고 지적인 방식으로 제국에 항전했던 위대한 발자취를 온전히 남겼기 때문입니다. 그 눈부신 투쟁의 결과물이 바로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목록에 등재된 '은뎀부 문서(Arquivos dos Dembos/Ndembu Archives)'입니다. 17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의 긴 세월에 걸쳐 촘촘히 엮인 총 1,160점에 달하는 이 방대한 필사본 뭉치는, 1934년 포르투갈 출신의 인류학자 안토니우 드 알메이다(António de Almeida, 1900~1994)가 심혈을 기울여 수집해 낸 끝에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 귀중한 사료는 앙골라 국립 역사 보존소(Arquivo Histórico Nacional)와 옛 지배국인 포르투갈의 해외역사기록관(Arquivo Histórico Ultramarino)에 나뉘어 엄격히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 낡은 문서들이 품고 있는 가장 놀라운 진실은 카쿨로 카카헨다(Caculo Cacahenda)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토착 군주들이 침략 국가인 포르투갈의 언어와 문자 체계를 거부하기는커녕 오히려 맹렬히 흡수하는 동시에, 이를 자신들의 모어인 킴분두어(Kimbundu)의 독특한 문법적 색채와 결합하여 세상에 없던 고유한 외교 및 행정 문서로 완벽히 재창조해 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대대로 입술을 통한 구전 전통(Oral Tradition)에 통치를 의존해 왔던 아프리카 남부의 원주민들이 적국의 문자를 빼앗아 조약을 체결하고, 영토 분쟁의 전말을 낱낱이 기록하며, 노예 무역의 비인도성을 만천하에 고발하는 등 제국주의의 탐욕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 빛나는 징표가 바로 이 은뎀부 문서인 것입니다.
▷ 기록을 무기로 삼아 영속성을 확보한 항전의 연대(The solidarity of resistance securing permanence by using records as weapons) : 문자를 무기 삼아 제국과 맞서 싸운 아프리카인들의 주체적인 투쟁 방식은 아프리카 서남부 나미비아가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헨드릭 비트부이의 서신 일기(Letter Journals of Hendrik Witbooi)'에서도 무척 선명하게 확인됩니다. 2005년 유네스코 목록에 정식 등재된 이 유산은 나마(Nama)족의 걸출한 지도자 헨드릭 비트부이(Hendrik Witbooi, 1830~1905)가 손수 작성한 외교 문서, 각종 조약문, 행정 처리 내역을 고스란히 담아낸 4권의 양피지 장부입니다. 19세기 후반 독일 제국의 무자비한 철권통치에 반기를 들고 혼크란스(Hoornkrans)를 요새 삼아 처절한 무력 항전을 불사했던 그는, 놀랍게도 당시 식민 당국의 공용어였던 케이프 더치(Cape Dutch)를 완벽하게 구사하여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고유한 토지 소유권과 주권의 정당성을 법적인 문서 형태로 남겼습니다. "우리의 피부색과 오랜 관습은 하나이며, 이 아프리카 대륙은 오롯이 우리의 것"이라고 사자처럼 포효했던 그의 일기장은 1893년과 1904년에 걸쳐 독일 토벌군에게 약탈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오늘날에는 나미비아 국립문서보관소(National Archives of Namibia)로 무사히 반환되어 영원히 보존되고 있습니다.
▶ 모래 위에 새겨진 아프리카의 우주론, 소나(Sona, Africa's cosmology engraved on the sand) : 우리가 기억하는 역사와 지식이 언제나 쉽게 찢어지지 않는 단단한 종이나 잘 가공된 양피지 위에서만 전승되는 것은 아닙니다. 시선을 앙골라 동부의 척박한 내륙으로 돌리는 순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쉽게 바스라지는 매개체인 모래 바닥 위에 그려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하고 영속적인 우주의 원리를 목도하게 됩니다. 앙골라의 내면을 완벽히 해독하기 위해 우리가 쥐어야 할 마지막 세 번째 키워드는 바로 '소나(Sona)'입니다. 202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당당히 등재된 소나는 앙골라 동부 일대를 호령하던 룬다 초퀘(Lunda Cokwe)족과 인근 부족민들이 고운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그려내는 기하학적인 도형과 상징을 일컫습니다. 단수형으로는 '루소나(Lusona)'라 칭해지는 이 놀라운 문화유산은 아이들의 단순한 모래놀이나 시각적인 치장 용도가 결코 아닙니다. 이는 아프리카인들의 고도화된 철학적 사유와 정밀한 수학적 계산력이 완벽하게 결합하여 탄생한 추상적인 지적 체계이자 그들만의 독창적인 문자 시스템입니다. 소나를 그려내는 행위 전체는 그 자체로 매우 성스럽고 엄숙한 종교적 제의이자 치밀하게 계산된 시각적 행위예술에 가깝습니다. '악와 쿠타 소나(akwa kuta sona)'라는 이름표를 단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들은 알맞게 습기를 머금은 평평한 모래 바닥을 거울처럼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그 후 집게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동시에 바닥에 찔러 넣어 일정한 간격을 둔 수십 개의 점을 찍어내며 직사각형이나 십자가 모양의 완벽한 격자무늬(Grid) 기준점들을 생성합니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그들은 바닥에서 손가락을 단 1밀리미터도 떼지 않은 채 점과 점 사이의 빈 공간을 정확히 45도의 기울기로 미끄러지듯 통과합니다. 마치 좁은 방 안에서 당구공이 벽면에 부딪혀 쉴 새 없이 튕겨 나가듯 방향을 예리하게 꺾어가며, 오직 하나로 이어진 연속적인 곡선(Monolinear)만으로 경이로운 기하학적 형태를 완성해 냅니다. 무수한 선들이 교차하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모래 그림 속에는 부족의 오랜 속담, 교훈적인 우화, 각종 야생 동물의 형태, 그리고 인간 공동체가 지켜야 할 엄격한 도덕률이 고도의 상징 기법으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 세월의 강물을 건너며 되새기는 지혜의 유산(The heritage of wisdom reflected upon crossing the river of time) : 지금까지 우리는 앙골라라는 국가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세 가지 영혼의 키워드, 즉 얄라 은쿠우, 은뎀부, 그리고 소나를 길잡이 삼아 아득한 시공간을 횡단하는 가슴 벅찬 지적 탐험을 마쳤습니다. 얄라 은쿠우가 드리운 우람한 잎사귀 아래에서는 아프리카 토착 신앙의 절대적 권위와 낯선 외래 문명이 단순한 물리적 충돌을 넘어 주체적으로 융합하여 새로운 제국의 신성한 공간을 창조해 낸 놀라운 포용력과 참된 통치의 본질을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은뎀부의 누렇게 변색된 필사본 갈피 사이에서는 서구 열강의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군사적 침탈 앞에서도 오히려 그들 침략자의 문자와 언어 체계를 역으로 쟁취하여 자신들의 역사적 진실과 국가적 주권을 완벽하게 수호해 낸 치열한 투쟁의 지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건조한 모래 위에 쉴 새 없이 새겨졌다 지워지기를 반복하는 소나의 기하학적 곡선들을 따라 걷다 보면, 무한한 우주의 진리와 고차원적인 수학적 사유를 썩어 없어질 매개체가 아닌 '무형의 기억'이라는 완벽한 그릇에 담아 세대를 잇고 또 이어온 아프리카인들의 숭고한 통찰력과 조우하게 됩니다. 끔찍했던 대서양 노예 무역의 어두운 비극부터 수세기에 걸친 기나긴 독립 전쟁의 피바람에 이르기까지, 그 잔혹하고 격동치는 역사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통과하면서도 앙골라의 민중들이 결코 놓지 않았던 단 하나의 가치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무리 거센 파도가 들이닥치고 세상이 무너져 내려도 결코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굳건하게 다스리는 단단한 영혼의 힘이었습니다.
MAMBU MA MPA, MAKHULU MAKHULU.
To understand new things, look to the old.
새로운 이치를 깨치려면, 지나간 옛것을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