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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 상세페이지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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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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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00원
출간 정보
  • 2026.02.04 전자책 출간
  • 2026.02.02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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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22.9만 자
  • 28.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69095129
UCI
-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

작품 정보

“친밀한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부근’을 만들어내는 시도
사회학은 어떻게 삶과의 접촉면을 늘려가는가”

‘관계 끊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
삶이 자기 손에 달려 있지 않다는 느낌
내 주변 아는 사람들이 나와 무관하다고 느끼고
자기가 자기 자신에게 낯선 존재가 되는 시대

이 책은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샹뱌오가 다섯 사람과 나눈 대화를 묶은 것이다. 대화의 주제는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다. 낯섦은 이전에도 사회학자나 철학자들이 ‘이방인’ ‘타자’ ‘손님’ ‘환대’라는 주제로 논의해왔다. 반면 이 책의 대화는 ‘친밀한 낯섦’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오늘날 젊은 층은 낯선 사람과의 관계보다 아는 사람과 관계 맺는 일을 더 힘들어한다.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거리를 두면서 ‘준準낯선 상태’를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은 나와 무관하다고 느끼며, 심지어 ‘관계 끊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 샹뱌오는 이를 ‘낯섦화’ 현상이라고 일컫는데, 이것은 종국에 자신에게까지 향한다. 즉 현대인들은 자기 자신과 단둘이 있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샹뱌오는 이렇듯 나와 내 주변이 흐릿해지고 추상화되는 것을 경계하며 ‘부근의 소실’ ‘방법으로서의 자기’ 등의 개념을 만들어 실생활로 확장해온 학자다. 안팎의 경계를 뚜렷이 나누지 않고 다른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매번 새로워지는 네트워크로서의 ‘자기’는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삶이 내 손에 달려 있지 않은 것 같아요”라며 무력감을 호소하는 요즘 시대에 이 책은 내 부근에서부터 생활 감각을 찾아보려는 시도다.
이 대화들을 읽으며 독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정의와 감각을 얻을 것이다. 샹뱌오와 대화를 나누는 다섯 명의 전문가는 현장에서 사고를 얻는다. 이들의 경험이 사고로 수렴되는 점진적인 과정을 대화 흐름에서 느낄 수 있는데, 그건 여느 담론과 다르다. 사고와 경험은 덩굴처럼 얽혀 우리 몸을 단단히 감싼다. 사고는 관찰, 기억, 신체적 감각, 대화와 분리되지 않는다.
책 주제인 ‘낯선 사람과 부근을 만들기’는 단순히 낯선 사람한테 친절하자, 그들과 친구가 되자는 의미가 아니다. 낯선 사람 앞에 서면 우리는 저절로 다른 시선을 갖고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을 관찰·주목·상상할 때 내 주변은 생명력을 얻기 시작하며, 낯선 사람은 ‘관계’로서 내 앞에 존재한다는 것이 이들 대화자의 공통된 시각이다. “따뜻함은 항상 그 자리에 있고 공기 중에 흩어져 있”는데, 그걸 포착할 수 있느냐는 당신에게 달려 있다.

성실하다는 건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뜻
쿨하다는 건 가장 중요한 것을 집어드는 용기

샹뱌오와의 대화는 책으로 엮이기 전 다른 매체를 통해 청년들의 고민을 수집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오페라’라는 네티즌은 늘 회사 동료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재직 중에는 겨우 인사만 하고 지냈는데 퇴사하고 나자 비로소 깊은 교류가 생겼다고 한다. 친밀한 낯섦이 일상화된 것이다. 익명의 또 다른 학생이 내놓은 고민은 다음과 같다. “나는 스스로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나’는 자신을 혐오하는데 특정한 대상이 있진 않아요. 노력하는 모습을 빼면 나한테는 좋은 게 하나도 없어요.” 두 사례에서 보듯, 젊은 세대는 주변 사람들과 자기 자신 모두 낯설어한다. 그 낯섦에서 부근을 하나둘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다.
샹뱌오에 따르면 우리 사고는 기존 지식에서 생겨나기보다 생활의 구체적인 ‘상황’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대화자들은 낯선 사람들과 부근을 만들면서 맞닥뜨리는 ‘사고의 상황’에 주목한다. 이를테면 주택 단지에 조성하는 화원에서 낯선 이웃들은 같이 식물을 심다가 전에 없었던 삶의 감각을 얻는 상황에 놓인다. 즉 상황은 어떤 것이든 일상생활의 구성 단위이며, 갖은 상황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우리 삶 자체를 재구성한다. 상황은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
다섯 사람과의 대화를 책으로 엮은 것은 사고의 상황을 깊이 확장하기 위해서다. 글은 영상처럼 즉각적인 충격을 주진 않지만 사람들에게 더 강한 머무름의 감각을 제공한다. 머묾은 사고가 경험을 붙잡도록 하고, 세계에 뿌리내리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면 이 책은 왜 ‘낯선 사람’을 출발점으로 삼았을까? 그건 ‘생활’이 매우 큰 범주이기 때문이다. 포괄성을 갖고자 대화 상대로도 다양한 연령, 배경, 전공을 가진 이들이 참여케 한다.
첫 번째 상대인 류샤오둥과의 대화는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화가인 그가 펼치는 관점은 통념들을 부수며 개념 정의를 완전히 다시 한다. 그는 작업할 때 짧은 시간 안에 되도록 여러 종류의 인물을 그리려고 한다. 생활은 우리에게 빠르게 변화를 쫓도록 재촉하기에 모델을 선택할 때조차 머뭇거릴 시간이 별로 없다. 그런데 가끔 가족처럼 익숙한 사람을 그릴 때 문득 그 대상이 낯설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 모델에게서 현재뿐 아니라 과거의 모습도 표현하며 ‘그다운’ 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 류샤오둥은 끊임없이 재조정한다.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을 뿐 아니라 붓질도 천천히 조정하는데, 그럴수록 그림은 더 성실해진다.
류샤오둥의 성실성에 끌린 샹뱌오가 묻는다. “성실하다는 건 스스로를 끊임없이 놀라게 하며,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열고 생각을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까요?” 이에 대한 류샤오둥의 답변은 핵심을 건드린다. “그건 꾸밈이 없다는 뜻입니다.” 둘은 서로의 생각을 일치시키며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다. 성실하다는 건 “그 안에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계속해서 스스로를 교정하는 과정”이다. 그림을 그리든 글을 쓰든 갑자기 막히는 부분이 생긴다. 그때 그 패배가 자기조정을 거듭하도록 북돋고 그것이 성실성으로 이어지면 상황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세상은 점점 더 편해지기만 하지 않나요? 모든 물건이 배달되고,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는 모습 같은 건 보이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관리되고요.’ 이에 대한 샹뱌오의 답변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지금 우리 삶은 너무 편리한데 바로 이게 성실함을 없애버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편리하면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를 교정하는 과정이 사라지면 우리는 야만의 미래를 맞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쿨하다’는 것에 대한 류샤오둥과 샹뱌오의 재정의 역시 매우 신선하다. 류샤오둥은 요즘 젊은이들이 쿨하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쿨하다는 것은 판단할 용기가 있으면서, 그 판단이 매우 정확한 거예요.” 샹뱌오와 함께 이 주제로 대화하면서 둘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한다. “쿨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버리고, 가장 중요한 것을 집어드는 용기”다.

세부 감각과 질감이 중요하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 몰입하는 것의 위험성

다큐멘터리 감독 리이판은 이 책에서 사마터들을 다룬다. 사마터는 ‘스마트’를 음차한 것으로, 낮에는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일하지만 공장 밖에서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소외감을 극복하려 하는 저소득층 청년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주로 공장에 딸린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그런데 기숙사에 같이 사는 이들은 친해지기보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거나 혹은 가능한 한 왕래하지 않으려 한다. 이를 위해 시간을 일부러 엇갈리게 쓰고, 묻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하며,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긋는다. 이처럼 관계를 최소한으로 하려면 많은 정신적·감정적 에너지가 소모된다. 인사를 할지 말지 망설이고, 가까이 다가가도 될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낯섦은 하나의 ‘노동’으로 유지된다. 샹뱌오는 이에 대해 생활 전체가 범주나 절차에 의해 짜이면서, 낯섦이 사회화의 기술이 되었다고 본다.
(친밀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는 사실 특정한 개인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관계 전반에 대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한 가지 능력을 잃는데, 바로 사람을 보는 능력이다. 예컨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 못 해 그를 두려워한다. 반면 SNS상에서 만나는 사람에게는 깊이 몰입하고 공감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난다. 안전해지려면 오히려 가까이 있는 이들을 이해하려 시도해야 할 텐데 우리는 반대로 하며, 자기 자신을 열어두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여긴다.
주변 사람들을 낯설게 보고 그들을 경계하면 우리는 구체적 생활에 대한 질감을 잃는 반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말은 많이 하며, 주변에 대해 무의식적인 상태에 머물게 된다. 행여 주의력이 발현된다 하더라도 대개는 부정적인 주의력이다. 예컨대 기분이 나쁘다거나, 어디서 냄새가 난다고 느끼는 식이다. 샹뱌오와 류웨라이는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주의력이라면서, 주변 화단의 식물을 향한 주의력을 예로 든다. 이것은 겉보기에 사회적이지 않지만, 단지 내 화원을 보며 대화를 트게 만들어 긍정적인 주의력을 끌어낸다.
낯선 사람과 깊이 있게 교류하려면 이야기는 더 세밀하고, 반성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가 놓인 처지, 세부에 대한 상황 감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것은 소셜미디어의 높은 추상성과는 반대된다. “낯선 사람을 많이 보고,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며, 분석을 줄이고, 서술을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샹뱌오가 강조하는 이유다.

낯선 사람을 연구하는 전문가들

이 책에서 샹뱌오와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자는 모두 ‘낯선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낯선 이들의 삶과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일을 한다. 예술가 류샤오둥은 고도의 사실주의 화풍을 통해 우리 주변에 있지만 존재감은 흐릿한 농민공이나 지방의 개천용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류학자 허와피는 매일 마주치지만 낯선 부류인 경비원들을 연구하며, 동시에 웨이신 공공 계정을 통해 오늘날의 범죄 사례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다큐멘터리 감독 리이판은 낮에는 공장의 조립 라인에서 일하지만 공장 밖에서는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소외감을 극복하려 하는 저소득층 청년인 ‘사마터’들을 소개한다. 도시 디자인 전문가 류웨라이는 낯선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시 사구의 화원 조성을 꾸준히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사람이 아닌 식물이 어떻게 타인의 존재 속으로 들어가는 ‘손잡이’가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난징 훙산삼림동물원의 원장 선즈쥔은 동물원을 동물 중심의 동물원으로 바꾸려 하며, 낯선 존재로 여겨져온 동물을 그 공간의 중심에 두려 한다. 예술가, 연구자, 사회 실천가로서 이들의 작업은 일상의 익숙한 현상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당연하다고 여겨온 세계에 새로운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이들과의 대화 전반에서 샹뱌오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것은 생활을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생활을 사고하되, 생활을 사고 대상으로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사고가 생활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생활이 사고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고를 거치지 않은 생활은 살 만한 가치가 없고, 사고에 지나치게 몰두한 생활은 생활이라고 할 수 없다.

작가

샹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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