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판타지 가득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됨은, 우리 안에 깃든 로망 때문일 것이다. 서연과 정우의 삶에 담긴 진심을 발견하면서 어느 새 공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사랑과 이상이라는 꿈,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무너질 때가 많은 우리들을 위로해 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7년 동안 견뎠을 정우의 삶이, 그리고 진실을 알게 된 서연이 이후 견뎌야 할 삶이 떠올라 안쓰러웠다
- 영화배우 황보라
나는 송 감독님의 글 곳곳에서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의 이미지들을 그려보았다. 때로는 남의 일처럼 무덤덤하게, 때로는 옛 기억이 떠올라 추억에 잠겨, 때로는 세상의 여린 영혼들에 안타까워하며. 우리들은 항상 꿈을 꾼다.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하늘도 결국 감동하고 허락할 사랑에 대해서.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를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 같은 말은 잠시 뒤로 밀어두고, 그저 사람의 순수한 마음과 감동에 젖어 보기로 했다.
- 피아니스트 최경화
청년 시절 낯선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그의 눈에 비친 조국은 자본에 갈취당한 인문의 뼈다귀였다. 절대 자본의 물량주의 영화 산업과 매일 헤드라인 뉴스를 장식하는 자살은 초등학생에서 노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이 소설은 일그러진 인간성 상실 시대의 자화상이 못마땅해 송동윤 감독 자신의 세상에 대한 사랑을 몽환적 소설로 던지는 메시지다.
-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H-AMP주임교수 조재형
꿈을 통해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다
그동안 감독으로 활동해 오던 저자의 첫 번째 소설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에는 저자가 고민하는 현 삶의 주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랑, 꿈, 순수, 의심을 넘어선 믿음은 자아를 우위에 놓고 세련됨을 추구하는 듯 보이는 세상에서도 언제나 삶의 원형으로써 존재할 것이다. 그와 동등한 수준으로 인간의 감성은 일상에 있어서 순수와 자연으로의 회귀에 목말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살의 영화배우인 서연은 촬영을 위해 7년 만에 고향으로 오게 된다. 그때부터 한 남자가 나타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단지 꿈으로 끝나야 할 남자 정우는 끊임없이 서연의 꿈에 나타나 계속해 자신을 기억해 보라고 말한다.
자신이 꾸는 꿈의 의미를 아는 서연은 정우를 부정하려 하면서도 어느새 그를 찾기 위해 온 정신을 쏟아 붓는다. 서연의 노력과 함께, 정우가 변함없는 사랑으로 서연을 다시 만날 거라 믿으며 7년을 기다린 이유와 꿈에 나타나 만남을 시도한 이유가 드러난다.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는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는 방법으로 꿈이라는 매체를 활용하였다. 그 꿈은 현실로 들어서는 직접적 연결고리가 되면서 사람을 매혹하는 판타지로써의 역할까지 톡톡히 발휘해 낸다.
간결하고 깔끔한 단문을 따라가다 보면 섬세한 서연과 정우의 내면의 흐름에 동화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가의 전공을 살려 적소에 인용한 영화의 감성에 젖어 작품의 주제를 재차 확인하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사람을 완성시키기도 파멸로 몰아넣기도 하는 사랑이라는 것
작품의 주인공 서연은 유행의 한가운데서 살 것 같은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스스로를 촌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타가 아니라 배우라는 업을 삼고 있는 그녀에게 촌스럽다는 말은 자연스럽다는 뜻이고, 세련됨과 화려한 자아로 스스로를 과장시키려는 사람들과 거리감을 느낀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랬기에 더욱 그러한 자신을 감싸주고 공감할 수 있는 존재를 기다리지만, 그녀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자아라는 벽에 갇혀 진실한 사랑을 얻는데 실패하고 만다. 상대의 진심을 다른 이들보다 더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한다고 여긴 믿음 또한 그녀의 착각이었다.
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온 생을 건 남자 정우는 서연과 진심으로 좋아했으나, 오해로 인해 그 순수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7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한편 서연을 지켜주고 싶어 하는 동창 성태나 정우의 정신적 스승 무림 스님도 순수한 사랑을 간직하고 그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순수의 한 상징이라 하겠다.
잊혀진 기억을 찾아가던 서연이 자신의 오해로 정우와의 인연을 놓아 버렸음을 알게 되면서, 그녀는 엇갈리는 인연과 황량하고 외로운 마음에 고통스러워한다. 진정 소중한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과 현실의 무의미함을 느낀 그녀는 자살을 시도한다.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 이전의 서연은 일상의 범주에서 벗어난 상황이 현실을 갉아먹을까 봐 두려워하던 존재였으나, 이후에는 그 불안까지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정우와의 사랑을 현실에서 이루는 데는 실패하지만 정우의 사랑으로 인하여 삶의 새로운 지평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꿈에서 비롯한 현실로 인해 세상과의 갈등이 도드라지고 위기를 겪지만, 위기의 극복을 통해 모순 안에 감춰졌던 순수한 감성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깨워냈다 하겠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그렇게 지평을 넓히며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걷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그간 저자가 꾸준히 탐구한 순수, 순수한 사랑, 순수한 사랑에 대한 믿음은 이번 소설 작품을 또렷이 관통하고 있다. 저자는 단문의 형식 안에 응축된 주제와 핵심 정서를 담백하게 표현해 놓았고, 그 단문의 형식과 때로 자신 안에 침잠하는 듯한 어법은 저자가 삶의 원형에 도달하기 위해 ‘작은 소리 너머 침묵의 세계로 자신의 촉수를 확장’시키고 있음을 알려준다.
스스로에 대해 “문명에 오염됐고,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느끼는 저자의 말 속에 저자가 작품 활동을 하는 목적이 드러난다. 저자의 작품 활동(그것이 영상 매체이든 텍스트이든)은 순수로 회귀하고자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저자에게 있어 순수는 변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야 하는 원형이다.
여리고 풍부한 감성으로 완성된 『흔들리면서, 그래도 사랑한다』는 순수를 꿈꾸고 순수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어 줄 것이다. 가슴에 자리한 그 감성은 세대를 아우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