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3일, 이슬람 극단 세력에 의해 발생한 파리 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더 이상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어떤 도시도 테러로부터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거룩한 제국』은 최근 전 세계적로 확산된 이러한 ‘테러의 시대’의 배경에 미국의 기독교 국가주의-패권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거룩한 제국』은 미국 사회를 종교(기독교 복음주의)와 국가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조망한다. 복음주의의 양 극단인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진보적 복음주의를 부시 정부과 오바마 정부의 정책과 함께 분석한다. 이 책은 가까이는 미국 사회, 그리고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데, 나아가서는 전 세계적 ‘종교 전쟁’의 시대 변화를 예측하는 데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출판사 책소개
2015년 11월 13일, 이슬람 극단 세력에 의해 발생한 파리 테러는 전 세계를 충격과 공포에 몰아넣었다. 더 이상 유럽은 물론 전 세계 어떤 도시도 테러로부터 안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참극은 왜 일어났는가? 『거룩한 제국』은 최근 전 세계적로 확산된 전쟁과 테러 위협의 배경에는 미국의 기독교 국가주의-패권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거룩한 제국』은 미국 사회를 종교(기독교 복음주의)와 국가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조망한다. 본래 “성(聖)스러운 영역에 속하는 종교와 세속(俗)의 정치는 서로 어울릴 수 없는 관계”처럼 여겨지기 쉽지만, 현실에서는 서로 끊임없이 영향력을 주고받는 “긴장과 타협의 역사”를 이루어왔다. 『아메리칸 그레이스』에서 정치학자 퍼트넘과 캠벨이 지적하고 있듯이, 종교는 특히 미국 사회에서 문화는 물론 정치적인 측면에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문제는 여기에 있는데, 종교가 ‘제국’ 미국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전쟁을 일으키는 동기가 되는 등 영향력을 전 세계에 행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을 전개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수사에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전쟁에 종교적 의미와 도덕적 의미가 가미되면서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이후의 이라크 침공 작전은 성전으로 승격했고, 전쟁을 이데올로기 차원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상정하는 종교적 차원으로 격상시켰다.
『거룩한 제국』 본문 제4장 중에서
청교도 이주라는 건국사를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종교는 “탈제도화되는 대신에 공공화”되어왔다. 이 과정에서 출현한 근본주의적 복음주의는 성서를 완고하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형태로 사회적 문화적 개방의 흐름에 강한 저항을 해왔다. 특히 부시 정권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의 영향을 받아 9/11테러라는 참극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통해 되갚으려 했으며, “테러와의 전쟁을 종교적 성전으로 승화”시키고 세계를 “선과 악의 세력으로 양분”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이슬람 극단세력에 힘을 실어주면서 IS와 같은 새로운 골칫거리의 출현을 낳았다. 이제 테러와 전쟁의 위협은 서아시아 일대는 물론 전 세계로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시카고 선언은 대부분의 복음주의자들이 지니는 협소한 종교적 관심과 비정치적이고 보수적인 지향 등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 경제 정의, 평화 유지, 인종 간의 화해, 성 평등 등이 복음주의의 가장 중요한 임무인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일치한다는 예언자적 선언을 했던 것이다.
『거룩한 제국』 본문 제8장 중에서
한편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진보적 복음주의가 영향력을 갖게 된다. 진보적 복음주의는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달리 신학적으로는 보수적이지만 정치적으로 진보적이다. 이들은 사회의 다양한 쟁점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빈부격차 문제 해결, 낙태 허용, 성 소수자 권리 운동에 나섰고, 오바마 정부의 진보적 정책을 뒷받침했다. 이러한 노력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동성 결혼이 대법원에서 합법화 판결을 받는 등 성과로 이어졌다.
기독교가 추구해야 할 보편주의 정신은 정치와의 타협이나 결합을 통해서는 펼쳐질 수 없다. 이는 종교적으로 보편주의의 퇴행을 낳을 것이고, 정치 사회적 차원에서는 근본주의의 출현을 가져올 것이며, 신자들에게는 주술적인 신앙에 몰두하게 할 뿐이다.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는 미국 패권주의에 저항하는 테러 세력 등 또 다른 정치 종교 세력의 위협과 공격을 불러올 뿐이다.
『거룩한 제국』 결론 중에서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진보적 복음주의 간의 입장차와 갈등은 부시 정권과 오바마 정권의 행적에서 볼 수 있듯, 종교적 차원을 넘어 다양한 국내외 현안에서 충돌하고 있다. 당장 이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당장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공화당이 승리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테러와의 전쟁’은 지금보다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따라서 종교와 국가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국 사회를 조망한다는 것은 단순히 현상을 역사적으로 분석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은 가까이는 미국과 유사하게 종교 세력이 강력한 문화적?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멀리는 ‘테러와의 전쟁’ 등 우리가 마주할 전 세계적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바로 『거룩한 제국』은 미국의 정치, 사회와 종교에 대해 심도 깊게 탐구한 저술이자, 현실에 유용한 날카로운 분석과 통찰력도 제공하고 있는 탁월한 지침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