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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곳이 세상이다 상세페이지

네가 있는 곳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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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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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00원
판매가
4,800원
출간 정보
  • 2017.01.26 전자책, 종이책 동시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PDF
  • 140 쪽
  • 0.7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86256640
ECN
-
네가 있는 곳이 세상이다

작품 정보

불안한 얼굴로 세상 떠돌다 詩를 만나다

부유浮遊. 채경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둥둥 떠다님.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돈다는 것. 대학시절 문학회의 친우 경식이는 나이 오십에 접어든 지금도 떠다닌다. 터 잡지 못하고 불안과 냉소 속에 세상을 떠돌던 그는 방외인이다. 세상을 아웃 했든, 세상에서 아웃당했든 어쨌든 아웃사이더이다.
대학 1학년의 여름방학, 충주가 집인 그는 명륜동캠퍼스의 칙칙하기만 한 동아리방에서 기식했다. 거기서 영등포의 조그마한 기계공작소, 소위 마찌꼬바라 불리는 공장에 일을 나갔었다. 두 달 내내 일해 받은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나 싶더니 경식이는 엉뚱하게도 하프를 샀다. 혼자 만지작거리더니 어느새 연주를 했다. 재주는 참 좋은 친구였다. 작곡도 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도둑맞고 말았다. 그 시절 대학캠퍼스 동아리방에는 도둑이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낙망의 기색이 없었다. 먹을 것 못 먹고 사놓은 고가의 악기를 잃어버렸어도 천하태평이었다.
80년대의 대학가는 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중운동과의 연대가 활발했다. 우리는 지역의 노동운동에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위장폐업을 한 어패럴(의류업체)공장에서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이 있었다. 노조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원요청을 했다. 경식이와 나도 거기에 참여했다. 투쟁 지원이라고 해도 서너 번 방문해 같이 밥을 먹고 토론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경식이는 달랐다. 한 달여 간 공장에서 먹고 잤다. 그런데 경식이는 노조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인 봉제공장에서 소수 남성노동자는 술먹고 개기는 경우가 많았다. 경식이는 그 불량 남성노동자들과 함께 매일 술 마시며 늦은 밤 공장에 들어와 냄새를 풍기며 자기 일쑤였다. 노조투쟁의 기강을 흐리는 불량감자였던 것이다. 오죽하면 착실한 조합원들이 제발 좀 학교로 돌아가라고 내게 하소연할 정도였다.
그런데 경찰이 농성을 강제해산시키려고 진압 작전에 돌입했을 때 경식이는 남성노동자들과 함께 경찰에 맞서다 연행됐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여성노동자들은 나를 에워싸며 보호했다. 겁 많은 나는 싸움 한번 제대로 못한 채 웅크리고 있다가 연행됐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십 년 가까이 학교 언저리에서 지내던 경식은 세상으로 나왔지만 정착하지 못한 채 불안한 얼굴로 떠돌았다. 그런 그가 문학회의 카톡방에 시 비슷한 것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포리즘 비슷한 낙서도 올렸다. 그의 글에는 세상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웃사이더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생활인의 냄새가 나지 않고 이성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감상과 감성이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카톡방에 올라오는 생활인 친구들의 일반적인 수다와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생각해보자. 쓸모 있고 적응 잘 하는 인간이 시를 쓰겠는가. 착실한 우리 사회인 다수가 소위 말하는 ‘대리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사회와 타인의 욕구를 대리해 돈을 벌고, 지상의 쪼그마한 집 한 칸 속에 복작이며 살고 있지는 않던가.
미문으로 유명한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래서 문학이란 하나 쓸모없는 것이기에 쓸모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돌아보면 한낱 미망迷妄에 불과한 것에 빠져 헛되이 분망奔忙한 것은 아닌지. 문학이란 것은 가끔 존재의 의미 없음을 생각해 의미 있게 만드는 역설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그의 시의 주조를 이루는 것은 사랑과 죄의식, 그리고 가족이다. 스스로 ‘애정 조절 장애’가 있다고 고백한 채경식 시에서 사랑은 아픔이다.

아프다 그리운 건 아프다
그립다 아픈 건 그립다
- 「빈잔」 中

사랑은 소통이고, 다른 한편으론 ‘밀당’의 게임이기도 하다. 애정 조절 장애인은 게임을 못한다. 그저 사랑에 아프다. 속절없이. 그리고 슬프다.

사랑하는데 난
왜 슬픈가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데
난 왜 슬픈가

내 옆에 네가 있어
난 왜 우는가

눈발에 차가워진 내 손을 네가
호오 호오 하는데

왜 찬바람 쪽으로
창피해 얼굴을 돌리는가

너를 보면 난 늘
내 사랑이 가난해 보이고

-「그대에게」中

세상을 겉돌며 살았듯 사랑도 겉돌고 뭔 놈의 죄의식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그늘진 내 입술은
낙엽이 되어
나에겐 죄가 있어
너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죄가 있어

-「속죄」中


부끄러움이 많아져
자주 얼굴을 가린다

특히나 바람이 하늘을
맑게 닦아

별이 거울이 되어
내게로 비추면

붉어진 눈가에서는 누추한
비가 내리고

「부끄러움

작가

채경식
출생
1968년
학력
성균관대학교 화공과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네가 있는 곳이 세상이다 (채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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