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빈틈은 독립이다
1부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겪는 심리적 갈등의 원인과 대처법을 정신분석 이론으로 소개한다.
엄마들이 많이 털어놓는 고민 중 하나가 ‘아이에게 화를 낼 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은 물처럼 낮은 곳으로 흐르는데 여기서 낮은 곳이란내가 상대하기 쉬운 사람, 나에게 만만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p.29). 아이에게 자꾸 화를 내는 것은 부모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십대 아이에게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자칫 자신을 공격자와 동일시하게 되어 ‘괴물’로 자라날 수도 있음을 강조한다(p.37~38). 아이가 ‘독립된 인격체’임을 기억하고,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판사가 되는 것이 아이로부터 독립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2부. 빈틈은 성장이다
2부는 십대 특유의 사고방식과 행동패턴을 다양한 임상실험 결과로 풀이해 부모가 아이의말과 행동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부모와 십대 자녀들은 매일같이 전쟁을 치른다. 부모는 미운 행동만 골라서 하는 아이가 못마땅하고, 아이는 ‘꼰대’ 같고 고지식한 부모가 답답해 하루에도 몇 번씩 가출을 생각한다. 대다수 부모들이 아이가 입만 열면 “몰라”, “됐어”, “무슨 참견이야?”, “상관 마”로 일관해서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아이들이 거친 말과 행동을 하고, 툭하면 약속을 어기고, 만사를 귀찮아하고, 이랬다저랬다 태도를 바꾸는 것을 ‘제2의 분리-개별화 과정’으로 설명한다(p.98~99). ‘온전한 나’가 되기 위해 자신만의 가치관과 방식을 만드는 과정, 즉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이러한 부정은 필수라는 것이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적당히 외면하는 것이 아이를 ‘성장’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다.
3부. 빈틈은 상식이다
3부에서는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변화과정을 발달이론으로 설명한다. 예민하고 까칠한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하루하루가 초조하다. 이들은 “나도 사춘기를 겪었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어요”라고 하소연한다. 또래들보다 유독 예민하고 거친 아이들은 사춘기도 훨씬 혹독하게 치르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십대마다 전두엽의 발달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시기 아이들은 ‘몸은 소나타 급인데 마음은 아반테’ 만하다고 주장한다(p.180). 엔진만 크고 좋을 뿐, 브레이크나 핸들은 그 엔진을 감당할 수준이 되질 않으니 차를 제대로 운전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 그러니 덩치 큰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낼 때 무섭다고 피할 필요도, 같이 싸울 필요도 없다.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 어린아이 수준이라는 ‘상식’을 알고 기다리는 것이 아이가 새 엔진이 장착된 고급 스포츠카를 잘 운전할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4부. 빈틈은 허용이다
4부에서는 부모나 아이의 개인적으로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 즉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적 상황과 결부되어 있는 문제에 대처하는 법을 공개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성공을 위해 ‘뭘 더 해줘야 할까’를 고민한다. 특히 부모가 성실하거나 자수성가한 타입일수록 자신이 노력하는 만큼 아이가 잘될 거라고 믿고, 아이도 자신처럼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 십대들의 생활을 부모들의 십대 시절과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 십대들은 부모보다 최소한 10년 일찍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p.257). 부모 시대에는 고등학교에 가서 바짝 공부해 명문대에 간 ‘전설’들이 흔했지만, 지금 십대들은 늦어도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학원 투어를 시작했다. 일찍 달릴수록 일찍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일. 심지어 강남과 목동의 영어학원에서는 영국의 똑똑한 고1 학생들도 모르는 2만 2천 개 수준을 단어를 중학생들에게 가르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 수준이 ‘보통’이 되어버렸다고 주장한다(p.246).
또한 책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중독, 산만한 기질 등 사회의 변화가 초래한 불안에 대해 다양한 실험결과와 역사적 인물들을 사례로 들며 ‘산만해질수록 뇌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p.305). 부모들이 흔히 나쁘게 생각하는 게임, 스마트폰, 산만함, 멍 때림이 아이에게는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밤샘 게임을 허용하는 부모의 빈틈이 아이에겐 숨통이 되는 이유다.
독립심, 의지력, 집중력, 성취도……
엄마의 빈틈이 커질수록 아이가 성장한다!
이런 조언을 들어도 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한다. “책임질 수 있느냐? 확신하느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여전히 불안을 떨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 핼 에드워드 렁켈(‘스크림프리’ 교육법 창시자. 자녀교육 전문가)의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부모는 아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부모”라는 말을 전한다. 아이의 인생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사는 부모를 둔 아이들이 더 주도적이고 긍정적인 어른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도, 듣기에만 좋은 소리도 아니다. 소아과 의사 출신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캇에 따르면 ‘적당히 충분한 엄마가 아이에게 최적의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양육’이며, 부모들이 되고 싶어 하는 완벽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동화 속 마녀의 원흉이자 공포의 대상이라고 했다(p.70).
그래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더 해줄 것’이 아닌, ‘덜 해줄 것’, ‘덜 간섭할 것’을 늘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너무 잘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 부모가 내어주는 빈틈이 커질수록 아이는 잘될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