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선택과 결정은 ‘리더십의 핵심’이다!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의 다양한 의사결정 사례와 혁신의 리더십
리더의 어깨는 늘 무겁다. 조직의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 사안을 짊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리더의 결정은 가볍지도 단순하지도 않다. 모든 문제에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결정의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고, 의사결정은 저마다의 독립적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우선 엉킨 실타래처럼 모호한 상황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가치를 지닌 구성원과의 논의를 거쳐 입장을 정립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번질 수 있다.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 자원을 배분하고 규칙을 제정한 후에 집행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결정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이 참여하며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결정의 리더십』(21세기북스)은 저자가 서울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이루어진 의사 결정의 사례들을 엮었다. 전작인 『결정의 미학』에서 담지 못했던 사례도 소개하며 각각의 단계에서 결정을 이끌어낸 핵심동력원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문제의 인지부터 집행의 단계까지 복잡다단한 결정 과정 속에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모색했던 과정을 살펴본다.
의사결정은 의견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동태적 과정이다. 예술과도 같은 ‘결정’의 문제에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오랫동안 천착해왔던 오연천 전 서울대 총장은 스스로 경험한 결정 과정을 중요한 사례로 삼았다. 또한 이를 통해 결정의 동인과 지도력의 본질을 찾고자 노력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적 탐구로 얻은 시사점을 리더들의 결정 역량을 향상시키는 본보기가 되고자 했다.
의사결정의 구체적인 사례와 혁신의 메커니즘 분석!
문제 인지 → 의제 설정 → 논의 → 입장 정립 → 자원 배분·규칙 제정 → 집행
저자는 다양한 사안들을 ‘제도 변화, 기관 형성, 하드웨어 사업, 인사, 가치 지향적 기부, 갈등과 미완 사안, 의식, 자신의 거취’의 8가지로 나누어 탐구한다. 또한 사례 분석을 통해 얻은 중요한 명제도 함께 정리했다.
제도 변화의 결정은 특히 중요한데, 기존 규칙을 변경하는 제도 변화는 논의의 가치가 크다. 이 결정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갈등 요인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 변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구심력에 성패가 달려 있다. 반면 기관 형성과 관련된 결정은 기존 질서나 규칙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갈등의 여지는 적지만 내부 에너지를 잘 결합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밖에 하드웨어 사업의 결정은 건물과 시설의 구축을 다루는데, 재원 확보가 핵심이다. 의식에 대한 결정은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다룰 수 없다. 인사 결정은 리더 자신의 기준과 비전에 따라 이루어지며 조직 시스템을 움직이는 출발로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리더는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다룰 때도 공적 결정을 할 때와 같은 무게를 느끼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이 책은 리더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의사결정의 방법을 실제적인 사례를 통해 알려주며, 갈등을 극복하고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통찰력을 제시한다.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서 고민하는 리더들은 이 책에서 불확실성을 돌파할 수 있는 용기와 비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우리 집행부는 법인화를 이해하는 매체들의 간부와 기자들에게 법인화의 자율 가치를 누누이 설명하고 법인화가 10여 년부터 서울대학교의 숙원 과제였음을 강조했다. 반면 진보 매체의 임원과 기자를 만날 때마다 그들이 우려하는 ‘등록금 천정부지 인상’, ‘대학의 기업화’, ‘시장적 가치가 낮은 학과 통폐합’ 등 부정적 측면이 사실과 다름을 호소했다. 만일 우려하는 것이 실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집행부도 법인화 추진을 중단할 생각이라고 응답했다. (37쪽)
기관의 사업도 이러한 영농의 이치와 다르지 않다. 대규모 창조 사업도 출발부터 거대한 것이 아니라 소수 선도자들이 비전을 모색하며 씨앗을 심는다. 씨앗을 심는 과정에서 다수 구성원들과 공론화 과정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불확실성 속에서 확실한 미래에 다가서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완성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구성원의 동의와 공감을 통해 결실의 결과로 나타난다. (121-122쪽)
인사 참모는 임용권자의 의중과 의지를 분명히 파악하는 자세가 긴요하다. 설령 인사권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건의나 명시적 질문이라도 당당히 실행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아울러 신중한 자세 역시 인사 참모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 혼선이 야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인사 라인 공직자가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못지않게 인사 참모의 예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도록 명백한 의사를 표시하는 인사권자의 배려도 인사 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192-193쪽)
의식에 관한 결정이 외견상으로는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곰곰이 생각하면 의식을 통해 소중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전 사무총장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것은 그의 무한한 인간애를 배우고 닮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으며, 주요 식전의 진행을 통해 대학의 권위와 존재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다. 정치적으로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감행한 해외 출장은 첨단연구소 유치의 염원을 담고 있다. 만일 우리 사회에서 의식을 경시하는 풍토가 있다면 바람직한 공동체의 가치 형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252쪽)
공직 임기를 종료한 이후에라도, 자신이 책임자로서 결정했던 사안이라면 당연히 결정 과정과 배경 등을 스스럼없이 평가·감사기관에 응답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아마도 책임 공직자의 책임은 유효기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정책의 실패와 오류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338-33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