읻다 시 선집. 특정 문학 사조나 기존의 논리를 좇아 질서 정연하게 꾸린 시집이 아니라 오로지 시가 건네는 목소리와 몸짓, 모습에 따라 흐르듯 구성한 시집이다. 시를 쓰고 시를 번역하고 시를 읽으며 오랫동안 알고 지낸 두 사람이 함께 한 권의 세계 명시 선집을 엮었다.
시에 매료되어 새로운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다른 언어의 공간으로 훌쩍 떠났던 번역가 최성웅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언어로 쓰인 시 중에서 삼백여 편을 선별했고, 평생 한국어로 시를 쓰고 읽으면서 동시에 한국어로 옮겨진 외국 시들을 좋아해 즐겨 읽었던 윤유나가 그중 쉰다섯 편을 골라 일정한 리듬을 가진 시집으로 만들었다.
에드거 앨런 포, 아르튀르 랭보와 같이 널리 알려진 시인들의 작품과 콘스탄틴 카바피처럼 생소한 시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레온 셰스토프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과 같은 철학자의 글과 화가 에곤 실레의 시, 불교 경전이 공존한다. 열 명의 옮긴이 또한 시인, 번역가 등 다양하며 옮긴이 중 한 사람이 독일어로 쓰고 한국어로 옮긴 시도 한 편 수록되었다.
작가 소개
프랑스의 시인·사상가·평론가. 장시 「바다의 묘지」의 무대가 된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항구 세트에서 태어났다. 몽펠리에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였고, 급우인 피에르 루이스의 소개로 앙드레 지드와 사귀며, 말라르메와도 교류하게 되었다.
이후 두 편의 중요한 산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방법에 관한 서설(Introduction a la methode de Leonard de Vinci)」(1895), 「테스트 씨와의 저녁(La soiree avec monsieur Teste)」(1896)을 통해 깊이 있는 사고와 필력을 보여주었으나, 1897년에서 1917년까지 20년 동안 시를 떠나서 아바스 통신사 등에서 한직이 주는 여가를 이용해 수학과 추상적인 규율들에 대한 사색에 몰두하였다. 이 긴 침묵은 장시 「젊은 파르크(La Jeune Parque)」(1917)의 발표로 비로소 깨진다. 청년기의 시 작품들은 『옛시 앨범(Album de vers anciens)』(1920)을 이루게 되고, 「바다의 묘지」, 「나르시스 단장」등을 담은 장년기의 시들이 시집 『매혹(Charmes)』(1922)을 낳게 된다.
이들 작품은 상징시의 한 정점이자 프랑스 시의 한 궁극으로 인정되어 발레리를 일약 대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 후 시는 쓰지 않고, 산문과 평론으로 계속 이름을 떨쳐 마침내 20세기 전반기의 유럽을 대표하는 최고의 지식인이 되었다. 1925년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며, 1937년부터 생애를 마칠 때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시학 강의를 하였다.
다른 주요 작품으로 평론집 『바리에테』, 산문 『영혼과 무용』, 『외팔리노스』, 『나무에 관한 대화』, 시극 『나의 파우스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