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홍모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그래픽노블 《좁은 방》은 김홍모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대학 시절 구치소에서 지낸 에피소드 를 한두 명에게 들려주다가 듣는 이들이 감빵 생활을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해서 이를 장편만화로 그 리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2009년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2010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창작 지원작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금은 사라진 그래픽노블 웹툰 플랫폼 <어른>에 2015년부 터 2016년까지 연재하며 매니아 독자들의 호응을 받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 1990년대를 살아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 주인공 ‘용민’이는 살인, 강도, 강간, 조직폭력, 방화를 저지른 강력범죄자들 방에 수감되면서 남들 은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일들을 겪게 된다. 사실 용민이는 오랜 노력 끝에 바라던 대학에 들어간 삼 수생이다. 하지만 대학교 수업은 기대했던 것과 달랐고, 오히려 선배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역사 와 문화, 예술을 배운다. 또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눈을 뜬다. 그러던 중 후배가 백골단에 맞아 피투 성이가 되어 끌려갔고 용민이는 그 후배의 석방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이른바 ‘운동권’ 학생이 되어 지명수배자가 되고 구치소에 수감된다. 《좁은 방》은 용민이가 범죄자들과 생활하게 되는 이야 기를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아낸다. 이 책은 김홍모 작가가 영등포구치소에서 8개월 동안 지낸 시간을 그린 만화지만, 혼자만의 이야기 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온 모든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주인공 캐릭터에 작가의 본명을 쓰지 않았 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해온 질곡의 시간이 만화 속에 담겨 있다. 특히 주인공 용민이처럼 1990년대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대 학생들의 투쟁과 헌신, 아픈 역사도 함께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만화가 한없이 진지하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장길산> <태백산맥> 같은 책 전집 을 가지고 있는 족보 있는 건달 상현, 잘린 손가락 만큼이나 과거가 궁금한 퇴물건달 장소팔, 약을 너무 많이 먹어 어딘가 약간 모자라 보이는 약쟁이 용식이 등 특색 있는 캐릭터 묘사와 생동감 있는 그림으로 구치소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그려 낸다.
∎ 현실 참여 작가 김홍모의 살아온 기록이자 삶의 태도를 담은 책 김홍모 작가는 《두근두근 탐험대》(모두 5권), 《내 친구 마로》(모두 2권)와 같은 재미와 상상력 이 뛰어난 어린이창작만화를 그리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 참여 작가이다. 《내가 살던 용산》에서는 ‘용산참사’ 문제를, 《섬과 섬을 잇다》에서는 ‘강정해 군기지’ 문제를, 《빨간약》에서는 ‘통일운동가’를 이야기하며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문제에 대해 만 화로 기록하고 소통하고 있다. 지금은 작가가 살고 있는 제주도의 난개발을 반대하며 여러 가지 시민 운동에 함께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살아왔던 ‘용민’처럼 20년이 지난 지금도 김홍모 작가는 자기 자리 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좁은 방》은 김홍모 작 가가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순간을 기록한 책이면서, 그때처럼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겠다는 다짐도 함께 담은 책이다. 그래서 《좁은 방》은 김홍모 작가의 어떤 작품보다 더 귀하고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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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1부: 용민이가 앞으로 생활하게 될 영등포구치소의 하루 일과와, 독방, 교통방, 경제사범방, 절도방, 소년수방, 강력누벙방 들로 구분된 사동 현황,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소개한다. 2부: 구치소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용민이가 신문을 통해 또 한 명의 학생이 정권의 탄압으로 숨진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왜 학생운동을 시작하게 됐는지 되돌아보며 무기력한 구치소 생활에 전 환점을 만든다. 3부: 재소자들과 함께 구치소 안 불합리한 처우를 바꾸어 내는 투쟁을 시작한다. 한편 아버지가 수 감된 용민이를 만나러 오는데, 아버지는 오히려 반성문과 탈퇴서를 쓰지 말고 신념을 지키라는 말로 힘을 보태 준다. 4부: 용민이는 점차 길어진 구치소 생활에 힘들어한다. 건달 상현의 호된 질책을 듣고나서는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고 마지막 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