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이 시대에, 이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임신 후 나의 몸, 가족, 회사, 사회와 끊임없이 부딪히는
네 친구의 고난과 극복의 과정을 그린 여성 공감 소설
은주, 지원, 재희, 선경은 삼십 대 중후반에서 사십 대 초반 비슷한 또래의 절친한 사이다. 넷 중 가장 늦게 결혼식을 올린 은주의 예식장에서, 프리랜서 작가 재희는 임신을 할까 고민 중이고, 꿈에 그리던 강력계로 가기 직전인 형사 지원은 임신에 대해 생각이 없으며, 회사원 선경은 임신을 간절히 바란다. 모두 관점은 다르지만 임신이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것이라는 사실엔 생각이 같다. 몇 주 후 그렇게 원하던 승진을 한 후 예상치 않은 임신이 닥치자, 같은 경찰인 남편은 축하를 받는 반면 지원은 팀 일에서 배제를 받고 싸늘하게 식는다. 한편 아이를 원하는 남편의 소원으로 인공수정 시술을 시작한 재희는 난소 과자극 증후군으로 고통을 받는다. 가장 나이가 많으면서 성공한 1인 기업가이기도 한 은주는 나이와 임신에 대한 마음으로 갈등을 겪는다. 과도한 업무량으로 두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었지만 아이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선경은, 지나친 비용 부담으로 집까지 줄여야 하는 경제적 부담까지 감수해가며 여러 번 시험관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세’쌍둥이를 임신한다. 회사에서는 나가 달라는 눈치를 주지만 끊임없이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회사를 관둘 수 없는 선경. 그러나 너무나 큰 모멸감을 겪은 후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그 와중 은주도 생각지 못한 임신을 하고, 숱한 눈치에도 악착같이 지구대로 옮겨 근무하던 지원은 경찰복을 입은 채 출산을 맞는다.
* 추천사
이 책을 읽고 비출산을 결심했다. (이 책이 디스토피아 SF가 아니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_민서영(《썅년의 미학》 작가)
작품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아 정말 현실적이다’였다. ≪280일: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던가≫는 네 명의 등장인물을 통해 한국에서 여성이 임신과 출산으로 겪게 되는 갖가지 시련들을 집약해 놓는다. 아이는 둘이 함께 만들고 낳아 기르는 것인데 왜 여자만 인생을 모두 걸고 임신을 결심해야 하는지. 그래서인지 여러모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동시에 읽기 힘겨운 부분들도 있었다. “국가가 애를 맡겨둔 것처럼 군다”는 얘기에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고 책장을 넘기는 게 힘들었던 부분은 유산과 경력 단절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현실에서 마주했던 스트레스와 다시 직면하는 듯한 느낌에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임신과 출산을 직접 겪으며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실제로도 많이 느꼈다. 미혼일 때 주위의 임신한 친구들을 나름 배려했는데 직접 겪고 나니 내가 참 모르는 게 많았구나 싶은 생각만 든다. 임신의 주체인 여성들이 이렇게 임신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현실과 마주하는 일이 한참 잘못됐다고 느껴질 뿐이다. 하다못해 간단한 수술을 받더라도, 수술의 득과 실에 대해 설명을 듣고 동의를 하는데…. 임신과 출산에 대해 현실적으로 설명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래서 소중하고 중요하다. 앞으로도 이런 현실적인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여성의 삶에 대해 다룬 책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
_윤한(《길티 이노센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