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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사랑 상세페이지

잃어버린 사랑작품 소개

<잃어버린 사랑>

‘나쁜 사랑 3부작’은 엘레나 페란테가 아픈 사랑을 겪으며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수작이다. 원초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언어로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세 작품은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세 주인공 모두 나폴리 태생으로 거칠고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여성의 생애를 중심으로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연대기’적 특성을 지닌다. 『성가신 사랑』은 딸의 입장에서 잔혹하면서도 유일한 어머니와 딸의 사랑을, 『버려진 사랑』은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인에게 찾아온 한여름 밤의 악몽을, 『잃어버린 사랑』은 어머니의 입장에서 아름다운 모성애의 어두운 이면을 은밀하고 강렬하게 그려낸다.
『잃어버린 사랑』은 우리가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던 모성애를 ‘비뚤어진 어머니’ 레다를 통해 철저히 파괴한다. 소설은 레다의 자동차 사고로 시작해 사고가 나기 전 여름휴가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진행되며 인형은 소설을 끌고 가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페란테는 아름다운 모성애의 어두운 그림자를 강렬한 언어로 그려내며 그녀만의 거친 상상력으로 우리를 몰입시킨다.
주인공 레다는 두 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엄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비난받는 일을 꺼리며 혼란스러워한다.『잃어버린 사랑』은 딸들을 사랑하고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딸들에게서 분리되어 자신만의 삶을 찾고 싶은 레다의 이중적인 마음이 드러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출판사 서평

세계의 중심에서 페미니즘을 외치는 엘레나 페란테
엘레나 페란테는 현재 세계 문단이 주목하는 소설가이지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1992년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어 ‘얼굴 없는 작가’로 불리는 페란테는 모든 것은 소설 안에 있다고 말하며 작가의 명성이나 지위가 아닌 오직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2015년에는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후보에 거론된 그녀는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오직 서면 인터뷰로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한다. 페란테의 정체를 밝히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독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다며 작품으로만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의견을 모았다. 작가가 없는 텅 빈 공간은 작품 그 자체와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으로 풍성하게 채워지고 있다.
페란테의 작품들은 그녀만의 솔직한 문체와 특유의 진솔함이 묻어난다. 그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면의 진실을 격정적이고 폭발적인 문체로 그려내는데 이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대립된 감정을 지닌 인물을 만났을 때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녀의 작품에는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서로 연대하는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러한 선의를 품은 인물들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기에 더욱 아름답고 매혹적이다.
그녀는 작품과 칼럼, 인터뷰를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모든 작품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그녀의 관점이 잘 묻어난다.

내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여성에 대해 나쁘게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어떤 여성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불쾌한 행동을 한다 해도 말이다. 나는 여성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다. …페미니즘 역사가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는 여전히 완전한 우리가 될 수 없고, 우리 스스로에게 속하지 않는다. 우리의 결점, 잔인함, 죄, 미덕, 기쁨, 언어, 이 모든 것은 남성의 위계 속에 순종적으로 새겨져 있으며, 실제로 우리에게 속하지 않는 규범에 따라 처벌되거나 칭찬받으면서 우리는 지쳐간다.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쉽게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자주성을 지니고 우리가 누구인지 입증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가디언』지 엘레나 페란테 칼럼 중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지니고 우리가 누구인지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페란테의 손끝에서 탄생한 ‘나쁜 사랑 3부작’은 한없이 치명적이고 파격적이다.

『성가신 사랑』: 어머니를 향한 위험하고 치명적인 사랑
엘레나 페란테의 데뷔작인 『성가신 사랑』은 세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장르적 특성을 띤다.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는 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떠올릴 만큼 팽팽한 긴장감과 숨 막히는 반전 속으로 독자들을 몰아넣는다. 『성가신 사랑』은 이탈리아에서 영화로 제작되어 구조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페란테만의 정제되지 않은 감각적인 언어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주인공 델리아는 어머니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자신과 어머니를 동일시 여기고 완벽하게 어머니와 닮고자 한다. 그러나 그녀의 욕구는 충족되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진다. 페란테가 그린 이 독특한 사랑 이야기는 사랑을 받는 대상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치명적이어서 오히려 성가신 사랑 취급을 받는다.
로마에서 활동하는 40대 초반의 만화작가 델리아는 어느 날 어머니 아말리아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고 시신을 확인한다. 델리아는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어머니 몸 곳곳에 난 멍 자국과 짙은 화장, 평소 어머니가 입고 다니던 누더기 같은 속옷과는 다른 세련된 디자인의 브래지어에 더 강한 인상을 받는다. 델리아는 어머니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어머니와의 마지막 통화를 떠올리며 어머니의 행적을 찾아 나폴리로 떠난다.
델리아의 아버지는 그녀의 어머니가 주변 사내들과 웃고 떠드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늘 아내가 한눈팔까봐 불안해했는데 그의 불안감은 아내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사업하던 동업자 카세르타는 지속적으로 어머니에게 호감을 표한다. 어머니 앞으로 배달되던 카세르타의 선물을 발견한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어머니에게 주먹질을 하고 머리채를 잡으며 어머니를 철저히 통제하기에 이른다.
살인도 불사할 것 같은 기세로 아내에게 집착하던 아버지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아내의 누드를 화폭에 담아 사내들에게 판매한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때마다 폭력을 휘두르고 그녀를 더욱더 옭아맸다. 그러던 중 어린 델리아는 어머니가 카세르타와 만나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을 보았다고 아버지에게 일러바친다. 결국 아버지는 칼을 들고 삼촌과 함께 카세르타를 찾아가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하고 그는 겁에 질려 가족과 함께 동네를 떠난다.
델리아는 카세르타가 이 일을 보복하기 위해 어머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소설의 결말부에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한다. 델리아는 매력적인 어머니에게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결코 자신은 어머니처럼 될 수 없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혼란스러워 한다.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은 그녀의 가족과 델리아 자신 그리고 그들을 한데 묶어온 거짓말의 매듭을 푸는 과정이기도 하다. 델리아는 현재와 과거를 되짚어보고 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재구성하면서 자신이 잊으려 애썼던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게 된다. 어머니에게 생일 선물로 받은 붉은 원피스와 어머니의 푸른색 낡은 정장이 기폭제가 되어 델리아의 삶을 뒤흔들 때 그녀의 무의식 속에 가라앉은 기억의 조각들은 불온전하고 흐릿한 영상으로 남아 그녀를 괴롭힌다. 우리는 불완전한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불안감이 중첩되어 나타날 때 찢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춰보며 무엇이 진실인지 생각하게 된다.
엘레나 페란테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바친 『성가신 사랑』은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 거짓과 진실, 의도된 망각과 기억이 뒤섞여 여성과 어머니에 대해 집요하게 사색한다. 뒤틀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심리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흥미롭다.

『버려진 사랑』: 버림받은 여인이 겪은 한여름 밤의 악몽
『버려진 사랑』은 남편에게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고 평범한 일상이 지옥으로 변해버린 한 여성의 어두운 심연을 날카롭게 다루며 그녀가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버림받은 여성의 심리를 탁월하고 솔직한 묘사로 풀어낸 이 작품은 엘레나 페란테가 원초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아내로서의 여성상을 무너뜨리는 주인공 올가의 아슬아슬한 홀로서기를 그려낸다. 페란테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은밀하고 원색적인 문체로 파헤침과 동시에 아내로서 여성에 대해 깊이 통찰한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을 바라보는 주변사람들의 시선과 그녀가 말하는 여성의 상황은 대단히 실재적이어서 더욱 날카롭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버려진 사랑』은 우리가 이미 너무나도 잘 안다고 착각하는 여성들, 아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의 내면을 생생하게 그린 이 작품은 ‘나쁜 사랑 3부작’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다.
올가는 30대의 평범한 전업주부로 대학 교수인 남편 마리오와 함께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4월의 어느 날 오후, 올가는 마리오에게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받는다. 마리오는 자신은 추악하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며 모든 것은 다 자기 탓이라면서 가족을 떠나고 만다. 둘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던 올가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불안감을 느끼며 남편이 자신의 기본적인 품위와 여성으로서 자존감마저 가져갔다고 생각한다.
올가는 나폴리에서 살던 어린 시절의 ‘불쌍한 여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쌍한 여자’의 환영을 마주한 올가는 그녀와 대화를 하기에 이른다. 올가는 ‘불쌍한 여자’의 환영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며 고통스러워한다. 이제 이 세상의 모든 불행은 그녀가 짊어지고 있다.
올가에게 남겨진 것은 어린 남매와 셰퍼드 오토, 가사 노동과 경제적인 부담이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이유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으며 자책하다 점점 정신을 놓는다. 올가는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로 현관문을 잠그고 가스 불을 끄는 간단한 일조차 버겁게 느끼며 그녀의 평범한 일상은 점차 지옥으로 변해간다. 설상가상 우연히 길에서 남편과 그의 어린 애인을 만나자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다. 잃어버린 자존감과 여성성을 되찾기 위해 아랫집에 사는 음악가 카라노와의 하룻밤을 허락하지만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남자마저 사정에 이르지 못하게 했다는 패배감에 휩싸여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녀는 어느 여름날 최악의 하루를 맞는다. 잔니는 아프고 오토는 점점 죽어가는데 현관문 자물쇠가 열리지 않아 자기 집에 감금된 것이다. 게다가 전화기까지 고장 나서 아무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와 자신이 처한 현실을 똑바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공허하다는 이유로 현실에서 도피해버린 마리오와 달리 고통 속에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몸부림친 올가는 아내나 어머니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되찾는다.
이 작품에는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여성의 울분과 분노가 폭발적으로 나타난다.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에 노미네이트되어 영화인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버려진 사랑』은 화자의 내면을 잔혹하게 파고들면서 여성이 과감하게 버리고 저항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새로운 삶으로의 도약을 담보하는 듯한 결말은 페란테의 소설을 통틀어 유일하게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잃어버린 사랑』: 아름다운 모성애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다
『잃어버린 사랑』은 우리가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던 모성애를 ‘비뚤어진 어머니’ 레다를 통해 철저히 파괴한다. 소설은 레다의 자동차 사고로 시작해 사고가 나기 전 여름휴가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회상하는 플래시백 기법으로 진행되며 인형은 소설을 끌고 가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페란테는 아름다운 모성애의 어두운 그림자를 강렬한 언어로 그려내며 그녀만의 거친 상상력으로 우리를 몰입시킨다.
주인공 레다는 두 딸에게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엄마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비난받는 일을 꺼리며 혼란스러워한다.『잃어버린 사랑』은 딸들을 사랑하고 어머니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고 싶어 하는 마음과 딸들에게서 분리되어 자신만의 삶을 찾고 싶은 레다의 이중적인 마음이 드러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대학교 영어강사로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두 딸을 키운 레다는 딸들이 캐나다에 있는 남편에게 가버린 후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떠난다. 레다는 그곳에서 니나라는 아름다운 젊은 아이 엄마에게 시선을 빼앗긴다. 그녀는 니나와 니나의 딸 엘레나가 인형놀이 하는 광경을 홀린 듯 바라보면서 자신의 어머니와 두 딸을 떠올린다. 레다의 어머니는 어린 그녀를 두고 도망쳐버리겠고 위협했고 수십 년 동안 홀로 키운 두 딸은 캐나다에 있는 남편 곁으로 매정하게 떠나버렸다. 반면 해변에서 만난 니나 모녀는 아주 끈끈해 보였고 소란스러운 나폴리 가족과는 아무 상관없는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였다. 레다는 그런 니나를 바라보며 질투 섞인 부러움을 느낀다.
레다는 엘레나가 아끼는 인형 나니가 모래사장에 파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인형을 훔친다. 아마도 이 인형 안에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가장 어두운 면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 원제를 그대로 해석하면 “어둠의 딸”이다.
엘레나는 인형을 잃어버린 후 시도 때도 없이 울음을 터뜨리고 떼를 쓰며 니나를 힘들게 한다. 니나는 그런 엘레나를 견디기 힘들어 하고 가부장적인 가족 관계에서 자신이 어머니로서 해야 하는 역할에 거부감을 느끼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 레다는 그런 니나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니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삶을 사는 레다를 동경하게 된다.
레다는 파편처럼 부서진 자신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 잠시 딸들 곁을 떠났던 이야기를 니나에게 들려준다. 레다는 딸들을 너무 사랑했지만 그 사랑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 3년 동안 집을 떠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없을 때 더 쓸모없게 느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니나는 레다와의 관계 속에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흔들리는 자신의 주체성을 발견하고 삶에서 도피하려 한다.
니나는 레다가 애인 지노와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레다에게 자신의 집 열쇠를 건넨다. 하지만 니나는 레다의 집에서 엘레나의 인형을 발견하고 그동안 인형 때문에 고통받았던 기억에 사로잡혀 배신감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레다에게 선물받은 브로치로 레다의 옆구리를 찌른다.
페란테가 이 작품에서 다루는 모성은 대단히 기형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이다. 특히 레다가 바라보는 어린 엘레나의 모습은 놀랄 만큼 섬뜩하다. 무한한 요구로 끊임없이 엄마인 니나를 괴롭히고 무자비하게 인형을 망가뜨리는 엘레나의 모습은 마치 작은 악마가 연상될 정도다. 과연 어머니에게 자식이란 어떤 존재일까. 페란테는 여성에 대한 환상을 과감하게 깨뜨리며 여성들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반문한다.

남성들의 폭력에 맞서 주체성을 찾는 강인한 여성들
페란테가 바라보는 여성의 현실은 쓸쓸하고 냉혹하다. 그녀가 그리는 여성들은 하나같이 불안하고 어딘가에 단단히 얽매어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성가신 사랑』의 주인공 델리아는 이성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미혼녀다. 또한 가족 누구와도 유대감이나 친밀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어린 시절 겪은 끔찍한 경험과 맞닿아 있다.

카세르타는 작은 문 너머 세 계단 아래에서 허리를 굽힌 채 나를 흘낏 바라보더니 말했다.
“이리 와.”
이리 오라는 말을 내뱉는 카세르타의 목소리를 상상하는 동안 나를 ‘아말리아’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크림이 묻어서 끈적거리는 울퉁불퉁한 손가락으로 내 다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어머니가 만들어준 원피스 아래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나는 숨을 쉴 수 없었다. 나는 쾌락과 공포를 동시에 느꼈다. 상반된 두 감정을 모두 감내해보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쾌락은 오롯이 아말리아의 몫이었다. 내 몫으로 남은 것은 공포뿐이었다. 행위가 계속될수록 짜증이 났다. 아말리아의 쾌락 속에서 완전한 내가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저 두려움에 몸이 떨릴 뿐이었다. -『성가신 사랑』, 269~271쪽

델리아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카세르타의 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한 기억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도 이성과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한다. 페란테는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녹아 있는 남성들의 폭력과 그런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트라우마를 앓는 여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버려진 사랑』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은 고정되어 나타나며 서로의 성장을 돕고 의지하는 부부관계에서조차 관계의 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친 양상을 보인다. 자신의 목표를 버리고 남편의 충고를 따라 다시 가정주부로 전락해버리는 올가의 모습은 기이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내가 먼저 그에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했었다. 몇 시간만이라도 집에서 벗어날 수 있게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때 나는 작은 출판사에 취업했다. 일에 재미를 붙였는데 마리오 때문에 그만두고 말았다. 얼마 되지 않는 푼돈이지만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고 남편에게 말해봤지만 남편은 일을 그만두라고 했다.
“왜 굳이 지금 일을 하겠다는 거야? 힘든 시기는 지났잖아. 다시 글을 쓰고 싶으면 차라리 그렇게 해.”
나는 남편의 충고를 받아들여 몇 달 만에 출판사를 그만두고 난생처음으로 가사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창작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마당에 다른 사람이 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예전처럼 집안일과 아이들과 남편 뒷바라지에 매달렸다.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았다. -『버려진 사랑』, 32~34쪽

『잃어버린 사랑』에서 레다가 어머니로서 겪은 출산의 고통은 참혹하기만 하다. 레다는 마르타를 난폭한 강장동물이라고 비유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 여성들은 알 수 없는 생명체가 자신의 몸속에서 육체를 망가뜨리는 고통을 경험하며 아이를 출산한다. 이러한 레다의 경험은 남성들이 말하는 모성애라는 단어로 결코 치환될 수 없다.

나는 다시 마르타를 낳았다. 마르타는 내 몸을 공격해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놓았다. 마르타는 비앙카와는 달리 처음부터 마르타가 아니었다. 뱃속에 살아 있는 철 조각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임신 기간 내내 몸 전체가 피로만 구성된 액체 덩어리가 된 것 같았다. 그 안에 끈적끈적한 침전물이 있고 그 침전물 속에 난폭한 강장동물 같은 것이 자라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과는 거리가 먼 그 물질은 자기가 영양분을 취하고 팽창하기 위해서라면 나를 생명 없는 썩은 시체로 만들어놓을 기세였다. -『잃어버린 사랑』, 225쪽

페란테의 여성들은 남성들이 견고하게 다져놓은 틀 안에 머물며 그들에게 종속되어 살아간다. 하지만 이 여성들이 자신의 삶에 굴복하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더 이상 물음을 던지지 않았다면 전 세계 독자들이 사랑하는 ‘나쁜 사랑 3부작’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페란테가 그리는 여성들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억압받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강인한 여성들이다.
페란테의 여성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끊임없이 탐구하며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나락으로 추락하는 순간에도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녀들은 강인하고 아름답다. 우리는 치열한 여성들의 삶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것이다.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엘레나 페란테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다.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 1992년 첫 작품 『성가신 사랑』을 출간해 이탈리아 평단을 놀라게 한 페란테는 2002년 『홀로서기』를 출간한다. 에세이집 『라 프란투말리아』(2003)와 소설 『어둠의 딸』(2006), 『밤의 바다』(2007)를 출간한 뒤 2011년 ‘페란테 열병’(#FerranteFever)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를 출간한다. 이어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까지 총 네 권을 출간해 세계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와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 인, 독일 등 총 43개국에서 번역‧출간되고 있다. 2014년 ‘나 폴리 4부작’ 제2권으로 국제 IMPAC 더블린 문학상에 노미 네이트되었고, 2015년에는 이탈리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 하는 문학상 스트레가상의 최종 후보로 선정되었다. 2016년 에는 ‘나폴리 4부작’의 제4권으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타임』지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 인’ 가운데 한 명으로 엘레나 페란테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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