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난세의 조선이 위기의 현재에 건네는
남다른 혜안과 근본 해법!
대한민국이 위기에 빠지지 않았던 적이 있나 싶다. 대다수 국민이 다방면에서의 혁명적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앞에서 자기 한 몸 챙기기에도 힘든 와중에, 모두를 아우르며 책임 있는 정치를 하려는 자가 없다. 곤두박질치는 경제와 뒤숭숭해지는 사회를 되살리려는 노력의 주체도 사라져 버린 모양새다.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이다.
몇백 년 전, 이 땅에 세워진 조선도 처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남다른 혜안을 갖고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이 책 『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형태로 치러진 왕의 ‘책문’과 신하의 ‘대책’을 다뤘다. 당대 가장 시급한 현안과 과제, 국가경영과 국가 비전 등을 총체적으로 구상하며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자 했다. 국가를 이끄는 리더 ‘왕’은 절박한 심정으로 물었고, 리더를 보필하는 인재 ‘신하’는 목숨 걸고 제대로 된 답안을 마련하려 했다.
그저 유물로만 남아 역사적 가치를 띌 뿐인 고문헌이 어떻게 현재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몇백 년 전 절박한 심정으로 물은 왕의 질문과 필사즉생의 각오로 임한 신하의 답안이 지금 우리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거니와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문제들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하의 대책은 개인의 철학과 역사 인식, 현실 분석이 집약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행정, 복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옳은 말, 맞는 말만 내놓는다. 그 말을 따른다고 했을 때 매우 유용하고 실용적이라는 말이다.
“조선의 리더는 무엇을 고민했는가?”
“당면 현안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조선의 왕은 무엇을 고민했을까, 신하는 어떻게 답했을까. 태종과 변계량의 문답은 원론적이다. 태종이 옛 성군들은 어떻게 그처럼 어진 정치를 펼칠 수 있었는지, 그 정치를 본받아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변계량은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는 마음에 근본을 두고, 나라를 다스리는 법은 때에 알맞아야 합니다.”라며 중도와 정일을 강조했다.
중종과 김구의 문답은 의외의 측면이 있지만 실생활과 매우 밀접하다. 중종이 질문하길 “술에 빠져 일을 하지 않고 술에 미혹되어 덕을 그르치곤 한다. 이를 구제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라고 했다. 김구가 답하길 “세상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술이 사람에게 해를 끼치니 즉시 없애야 한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단지 구구한 법령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명령을 해도 간사하게 빠져나갈 것이고 처벌해도 거짓으로 대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법령으로 해결하려 들기보다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며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 것이다.
정조와 정약용의 문답은 실용적이다. 정조가 보기에 당대 조선은 신하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이에 정약용은 하급 관리는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게 하되 상급 관리는 임기를 길게 해 업무 전문성과 행정 일관성을 확보케 하자고 제안했다. 하여 소외되고 사장되는 인재가 없게끔 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