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것이 불평등한 세상보다 행복하다
이제 ‘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좌파 경제학>은 성장 위주의 발전 속에 잊힌 약자에게 바치는 주류 금융인의 고해성사다. 이 책은 7·7·7 공약 등 경제성장에만 목매고 스펙 위주의 교육에 열이 오른 한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다. GDP 성장보다는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결국 사회적 소요 비용을 줄이고 행복 지수를 높이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좌파’를 바라보는 냉혹한 시선
진보를 말하는 사람은 많이 있다. 그러나 좌파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좌파’라고 말하면 화들짝 놀라서 종북세력으로 치부하고 정치적으로 몰매를 맞는 것이 현실이다. 지루하고 잔인한 동족 간의 전쟁을 겪은 우리 정서상 어느 정도의 레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민중의 이익을 대표하는 좌파라는 말 자체를 거부하고 배척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좌파는 GDP로 가치 척도를 매기는 소위 우파의 경제 논리에 대척점에 서 있는 가치를 말한다. 좌파 경제학은 보이지 않는 손이 시장을 통제하는 자유시장주의자의 의견에 반대한다.
경제성장을 위해 4대강 사업 등 사회 기반 시설을 확충을 하는 것보다는 현저히 떨어지고 지고 있는 출산율,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보육 문제, 스펙 위주의 교육으로 나날이 증가하는 사교육비 문제, 대학 공부를 위해서 빚을 져야하고 고용 없는 성장으로 취업을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마는 대학생들의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 부의 양극화와 계급 간 격차로 인해 발생할 사회변혁 비용을 줄이는 진정한 경제학인 <좌파 경제학>을 실행하는 것이다. 민중의 삶을 대변하기 위한 좌파는 목청 높여 외쳐야 할 가치이며, 레드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4.0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자본주의 4.0 시대를 역설했다. 중산층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국민 대통합과 상생의 가치에 대해서 말한 것이다. 이제야 상생의 가치를 논하는 것이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여기서 극적으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복지국가로 접어들려면 좌파 경제학을 받아들여야 한다. 좌파 경제학은 숫자 놀음에 불과한 주류 경제학이 아니다. 오히려 좌파의 논리는 의식 개혁을 말한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정책이든 개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좌파 경제학의 논리다. 저자는 <좌파 경제학>을 통해서 “포퓰리즘이라도 모두에게 행복하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보수정당이라 칭하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이 상생을 외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리클다운 이론을 들먹이며 부자들 감세를 추진하였던 전력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어쨌든 이런 논의가 일어난다는 것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것이 실현되려면 실제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좌파 경제학>은 말한다.
장하준 교수는 절대로 트리클다운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좌파 경제학이 주창하는 바도 마찬가지다. 부자들을 감세해줘서 서민이 잘 살게 된다는 것은 사회연대의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이제 겨우 복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현 상태에서는 직접적이고 개혁적인 복지가 이루어져야 하고, 부동산 보유세 등, 노력 없는 소득에 대한 직접적인 과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산층의 고민, 주택, 연금, 교육
2003년에 비해 한국 중산층의 평균 소득은 33.9%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유치원비는 동 기간 동안 68.9%, 사립대 등록금은 40.8%나 증가하였다. 게다가 아파트 가격은 32.3%나 올랐다. 소득 증가분에 비해서 증가율이 낮았으나 상대적으로 고가인 집값이 움직이는 것은 실물 경기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소득 3천만 원의 중산층이 4천만 원 소득으로 증가한 것과 2억짜리 집이 2억 6천만 원이 되는 것의 간격은 더욱 넓어진 셈이다. 이 추세로 실질 간격이 넓어지면 영원히 중산층은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으며, 자녀들의 교육에 수입은 모두 지출되고, 결국 노후에 대한 대비는 제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중산층의 고민은 숫자 놀음이나 GDP 성장과 같은 경제성장 문제로는 풀 수 없다. 이제 좌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