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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가시(千家詩) 상세페이지

천가시(千家詩)

  • 관심 0
삼호재 출판
소장
전자책 정가
40,000원
판매가
40,000원
출간 정보
  • 2026.01.10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PDF
  • 526 쪽
  • 49.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94677369
UCI
-
천가시(千家詩)

작품 소개

중국의 시(詩)는 참으로 구속투성이이다. 절구(絶句), 율시(律詩), 배율(排律) 같은 경우, 글자 수가 제한되어 있고 게다가 압운도 맞추어야 하며, 그 틀 속에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담아야 한다. 한어(漢語) 자체의 성(聲)과 운(韻)을 묘하게 살려 운용해야 하며, 대구(對句)를 이루어야 하고, 나아가 오언(五言), 칠언(七言)의 한 연(聯)에는 뒤의 3글자가 의미 표현의 주(主)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많은 구속의 틀에 글자를 담아 시 한 수를 이룬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재능이다.
위진(魏晉) 시대 변려체(騈儷體)를 넘어 당대(唐代)에 이르러서는 황금기를 맞아 미증유의 꽃을 피워, 서정(敍情), 경물(景物), 규방(閨房), 염정(艶情), 변새(邊塞), 서사(敍事), 회고(懷古), 한정(閑靜), 은일(隱逸), 산수(山水), 전원(田園), 계절(季節), 상사(相思), 이별(離別), 세시(歲時), 풍속(風俗), 일상(日常), 빈천(貧賤), 영고성쇠(榮枯盛衰)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모든 분야의 주제를 장르별로 거침없이 쏟아내었다. 그러다가 송대(宋代)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당시(唐詩)보다 수적으로 훨씬 많지만, 내용은 오히려 이학가(理學家)들의 영향으로 설리시(說理詩) 일색을 이루어, 이치를 궁구하고, 교훈을 내려주고, 삶의 언행과 사유를 제한하며, 인간의 풍부한 감정을 협소하게 하는 시로 바뀌고 말았다.
그러나 중국인은 근세까지 어쨌거나 시를 떠나서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시를 익히고, 배우고, 짓고 하는 것이 삶의 한 형태였다. 이러한 요구에 맞추어 생겨난 것이 몽학서(蒙學書) 중에 바로 이 ≪천가시(千家詩)≫일 것이다.
물론 시(詩)만을 몽학에 강요한 것은 아니다. 바로 ‘삼백천천(三百千千)’이라 불리는 ≪삼자경(三字經)≫, ≪백가성(百家姓)≫, ≪천자문(千字文)≫, ≪천가시(千家詩)≫가 있다. 이러한 몽학서는 어린아이 때 익혀두어야 할 기본 교재였다. 지금과 같은 교육과정이 제도화되지도 않았고, 학제도 뚜렷하지 않을 때였지만, 교육만은 어느 민족이나 어느 국가나 일찍부터 있어왔으니만큼 나름대로 누구나 인정하는 어떤 틀은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미 이 책들을 모두 역주해보았다. 이들 얇은 도서들은 어린아이 용의 몽학서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이 먼저 보고 알아야 할 내용들이었다.
이제 이 ≪천가시≫를 한 번 훑어보자. 이 책은 우리 조선시대에도 목판본으로 찍어 읽혀왔으며, 그 목판본이 지금도 남아 있다.

중국 문학의 최고 성취 장르인 당시(唐詩, 近體詩)는 우리도 받아들여 신라 이후 수 없는 작품을 남겼고, 한학을 하는 이라면 누구나 시 한 수 지어보고 싶어 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나아가 짓지는 못해도 이미 있는 시를 읽으며 그 아름다운 감회와 표현이 내심 부럽기도 하고 행복감을 주기도 하였다.
나도 어릴 때 ≪오언당음(五言唐音)≫이며 ≪칠언당음(七言唐音)≫, ≪백련초해(百聯抄解)≫니, 그리고 ≪당시선(唐詩選)≫과 ≪고문진보(古文眞寶)≫(전집), 심지어 우리나라의 ≪해동시선(海東詩選)≫ 등을 들여다보며, 이해도 못하면서 끙끙거렸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심지어 고향 죽령천(竹嶺川)이 내려다보이는 놋재라는 고개 언덕에 자리 잡은 상휘루(翔輝樓)라는 누각 곁을 지나 통학을 하면서, 그 누각에 걸린 편액에 쓰여 있는 시가 무슨 뜻인지 알고 싶어 했던 기억도 새롭다. 아니 우리나라 어디를 간들 누각이며, 정자에 시 한 구절 걸리지 않은 곳이 있겠는가? 저 파주(坡州) 율곡(栗谷) 임진강 가의 화석정(花石亭)에서는 율곡이 8살 때 지었다는 <화석정>시가 눈에 보이는 듯 임진강을 그림으로 펼쳐보이고 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고문 시간에는 ≪두시언해(杜詩諺解)≫는 원시보다 우리 조선시대 해석(언해) 문장이 더 아름답고 맛깔스러워, 지금도 그 언해문을 외우며 복잡한 현대 생활에 안정감을 찾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인사동에서 다 낡아 흐트러진 낙질 ≪두시언해≫(중간본) 한 책을 값도 모르면서 사 들고 집에 와서는 흥분 속에 밤을 새워 들여다보기도 하였다. 당시 우전(雨田) 신호열(辛鎬烈) 선생에게 당시를 배울 때였는데 그 구절마다 해석이 정말 행복감을 안겨다 주었다.

지금은 한시를 짓는 사람을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더구나 개인 시문집을 내는 사람도 거의 없어진 상태이다. 그럼에도 남겨진 시들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마음을 달래주고 정서를 안정시키며, 꿈을 키워주고 있다.
이제 이 ≪천가시≫를 한 번 훑어보자.
이에 우선 ≪천가시≫ 226수를 정리하여 내 나름대로 나의 감상용 교재로 삼고자 한다. 손에 놓기 아까운 작품들은 늘 우리를 즐겁게 한다. 그 내용까지 상세히 알고 감상한다면 더욱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중국 여행은 물론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남아 있는 시들도 이에 맞추어 함께 읽어보고 느껴본다면 정신적인 삶도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겠는가? 지금처럼 각박한 시대에 이러한 맛도 없다면 어찌 살아가겠는가? 그 보다 알고 있던 시들을 다시 되살리는 교재의 역할만 해도 그 값은 이미 충분하다고 하겠다.

앞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이미 출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마침 삼호재(三乎齋) 박노일(朴魯一) 대표가 이제껏 출간했던 나의 그 많은 책을 다시 <수정본>으로 출간하겠다고 나서기에, 이 책도 원고를 다시 보완하고 정리하게 되었다. 누소(漏疎)한 면을 보충하고 오류는 바로잡고, 체제도 바꾸고 하는 등등의 작업은 만만치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나이가 들어 늙어감에 마무리는 해 놓고 독자를 기다리는 즐거움도 있다. 독자 제현의 성원과 질정을 바란다.

2024 갑진년 곡우절(穀雨節)에
줄포(茁浦) 임동석(林東錫)이 취벽헌醉碧軒에서 다시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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