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들어가는 글

우리는 이제 AI와 디지털 기술이 기업과 사회의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전환의 시대에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형 AI, 로보틱스, 블록체인, IoT, 5G 등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nformation Technology; IT의 비약적인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술은 서로 융합되어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전례 없이 넓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ChatGPT와 Gemini로 대표되는 생성형 AI 서비스는 인간의 언어·사고·의사결정 패턴을 모방하는 ‘범용 AI’와 특정 산업에 특화된 ‘버티컬 AI’를 통해 지식노동의 방식을 바꾸고 있다. 지능이 탑재된 로보틱스, 즉 ‘피지컬 AI’는 제조와 물류는 물론, 서비스와 헬스케어 영역까지 인간의 육체노동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AI 및 디지털 전환이 진행될수록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며 경영자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단순히 따라잡는 것은 물론, 변화의 방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일조차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Heraclitus, BC 540~480년)는 “모든 것이 바뀌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은 겉으로는 모든 것이 변화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변하지 않는 본질essence이 존재한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는 오늘날의 경영자에게,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바라보는 통찰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과 환경의 이면에는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원칙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며, 문화라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는 인지된 주관적 가치에 따라 행동하며, 경영자의 전략적 결정은 바로 이 가치 중심적 사고에 기반해야 한다. 또한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그 성공으로 인해 새로운 경쟁과 혁신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 역시 변하지 않는다. 오늘날과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원리’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AI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급변하는 기술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경영자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에서 사용되는 많은 IT 및 정보시스템 관련 전문서적과 교재들은 여전히 기술 중심, 시스템 중심의 관점에 기반한다. 이에 저자들은 IT를 단순한 효율적 운영 도구나 시스템 관리의 수단이 아니라, 가치의 창출-전달-회수 전 과정에서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AI 및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IT 기반 가치 혁신에 대한 통찰,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전략적 방향성 그리고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것이다. 특히 AI 및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조직의 실무 책임자,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경영자와 임원들에게 이 책은 IT 기반 가치 혁신을 위한 명확한 사고의 틀과 실천적 해법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본서를 다음 세 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첫째, 기술이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를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즉,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는 독립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의 본질과 그 핵심 내용을 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각 장의 도입부와 마무리에서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여 이론과 실무의 연결성을 높였으며, 변화하는 기술적 내용과 경영 원칙을 명확히 구분하였다. 최신 기술 동향이나 응용 사례는 [IT@Work]라는 박스 섹션으로 구성하여 독자가 그 내용을 별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IT를 단순한 정보시스템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도구가 아닌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원천이며 촉매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이에 따라 이론적 깊이와 실용성을 균형 있게 반영해 가치 혁신의 개념·원리·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셋째, IT 기반의 가치 혁신을 다양한 주제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흐름 속에서 다루었다. 제1부에서는 가치와 가치 혁신의 개념을, 제2부에서는 가치 혁신을 위한 전략적 사고의 틀을, 제3부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과 주요 이슈들을 체계적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IT 기반 가치 혁신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본서는 총 3부, 14장으로 구성된다.
제1부(제1~3장)는 IT를 가치 혁신의 원천으로 보는 관점에서 시작한다. IT의 발전 과정, 운영적 IT와 전략적 IT의 구분(제1장), 가치 중심의 IT 전략(제2장), 비즈니스 모델 분석 틀과 IT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사례, 가치 혁신의 프레임워크(제3장)들을 다룬다.
제2부(제4~8장)에서는 IT를 통한 가치 혁신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사고를 소개한다. 가치 혁신을 위한 경제학적 이론(제4장), 디지털 전환(제5장)과 AI 전환(제6장)의 원칙과 사례, 기술의 수용 및 확산 과정(제7장) 그리고 경쟁이 없는 시장 창출을 위한 블루오션 전략(제8장) 등을 다룬다.
제3부(제9~14장)는 가치 혁신과 이를 위한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실제 디지털 비즈니스 전략 수립과 실행에 필요한 주요 이슈들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플랫폼 전략(제9장), 제품의 지능화와 서비스화(제10장), 디지털 기반 상거래 혁신(제11장), 정보 프라이버시 및 보안(제12장), 데이터 거버넌스와 규제(제13장) 그리고 그린 IT의 원칙과 적용 방안(제14장) 등을 폭넓게 다룬다.
이 책의 집필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특히 IT를 통한 가치 혁신이라는 주요 개념을 정립해 가는 과정에서, KAIST 경영대학의 디지털 전략 강의에서 만난 수강생들과의 질문, 토론, 피드백 등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이 책의 구성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기회를 빌려 모든 수강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아카라라이프의 김현철 대표님의 격려 또한 큰 힘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기쁘게 출간해 주신 율곡출판사의 박정헌 대표님, 출간 작업을 도와주신 방조일 이사님, 교정을 꼼꼼히 봐주신 차은지 대리님께 감사드린다.
우리는 지금 AI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되는 전환기의 중심에 서 있다. 이 책을 통해 변화하는 IT 환경 속에서 변하지 않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과 이를 통한 가치 혁신의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면, 저자들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었다 하겠다.

2025년 12월 26일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