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디 접속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강제 새로 고침(Ctrl + F5)이나 브라우저 캐시 삭제를 진행해주세요.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리디 접속 테스트를 통해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방법을 안내드리겠습니다.
테스트 페이지로 이동하기

당근밭 걷기 상세페이지

당근밭 걷기

문학동네 시인선 214

  • 관심 6
소장
종이책 정가
12,000원
전자책 정가
30%↓
8,400원
판매가
8,400원
출간 정보
  • 2024.06.17 전자책 출간
  • 2024.06.15 종이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3.3만 자
  • 34.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41606527
ECN
-
당근밭 걷기

작품 정보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한 사람 안에 포개진 두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굉장한 것
빛 쪽으로 한 걸음 더 내딛겠다는 의지와 다짐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안희연 신작 시집

생의 감각을 일깨우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슬픔도 결핍도 정면으로 마주하며 섬세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담아내는 안희연 시인, 그의 네번째 시집 『당근밭 걷기』가 문학동네시인선 214번으로 출간되었다.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안희연은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창비, 2015)와 이어진 두 권의 시집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현대문학, 2019)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을 통해 동료들에게 “한 손에는 미학, 한 손에는 깊이를 포획”(시인 이원)하고자 하는 시인이며, “깨달음의 우화와도 같은” 시편들을 통해 “기어이 어떤 연약한 강인함에 가닿는다”(시인 이제니)는 미더운 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집은 ‘여름 언덕’에서 내려와 ‘당근밭’을 걸으며 보다 겸허한 마음으로 삶의 신비와 여분의 희망을 건져올리려 애쓴 시인의 지난 4년을 담고 있다.

가위는 가로지르는 도구다. 가위는 하나였던 세계를 둘로 나누고 영원한 밤의 골짜기를 만들고 한 사람을 절벽에 세워두고 목소리를 듣게 한다. 발아래, 당신의 발아래 내가 있으니 그냥 돌아가지 말아요.

절벽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가위는 있다. 그는 밤 가위로 밤을 깎는다. 밤의 껍질은 보기보다 단단하다. 밤으로부터 밤을 구하려면 밤도 감수해야 한다. 피부가 사라지는 고통을. 그래도 조각나지는 않는다. 밤 가위는 밤의 둘레를 천천히 걸어 하나의 접시에 당도한다. 당신 앞에 생밤의 시간이 열릴 때까지.

당신 발밑으로 이유 없이 새 한 마리가 떨어진다면 제가 보낸 슬픔인 줄 아세요. 저는 아직 절벽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_「밤 가위」 전문

서시 자리에 놓인 이 작품은 안희연 시인이 이번 시집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영원한 밤의 골짜기” 속 “절벽”에 세워진다 해도, “생밤의 시간이 열릴 때까지” 천천히 나아가보겠다는 태도. 낮과 밤을 가로질러 세계를 이등분할 만큼의 위력은 없어도 “피부가 사라지는 고통을” 감수할 의지와 각오로 손에 들린 가위를 써보겠다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그런 화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돌’이다. “어디서 굴러온 돌일까. 쥐어보니 온기가 남아 있다.” 처음엔 “가엾은 돌”이라 생각했다.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곧이어 굴러온 또다른 돌. “거듭해서 말해져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이 돌들은 “간곡한 돌”이 된다. 점차 “무거운 돌”이 되었다가 “무서운 돌”이 되기도 하고, “굉음을 내며 무너져내”릴 만큼 쏟아지는 돌은 “모르는 돌”이자 “무한한 돌”. 이쯤 되면 “틀림없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돌의 의지”(이상 「발광체」)를 들여다보는 것, 시인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기 위해 안희연의 화자는 “돌을 태운다”(「간섭」) . 『당근밭 걷기』의 1부는 이렇듯 삶과 세계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들여다보려는, 몸과 마음을 다하려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굳은 모양을 보면/ 어떻게 슬퍼했는지가 보인다/ 어떻게 참아냈는지가”(같은 시). 그러므로 “매일의 디테일로 맞서는/ 최선의 사람”(「썰물」)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모두 나의 땅이라 했”을 때 “그게 뭐든 무해한 것”을 심고자 한다. “눈을 감았다 뜨면, 무언가 자라기 시작하고” ‘나’는 “기르는 사람이 된다”. 그 ‘당근밭’에는 이제 “비로소 시작되는 긴 이야기”가 생겨나리라(이상 「당근밭 걷기」).
지난 시집 ‘시인의 말’에서 안희연은 “나는 평생 이런 노래밖에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이제 나는 그것이 조금도 슬프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 이어진 “담대한 척 고백해놓고/ 조금은 슬펐”다는 혼잣말, “단박에 알아”본, “너”라는 존재는 그러므로 더 귀하다. “백지 앞에서 마음이 한없이 캄캄해질 때/ 너는 등뒤에 집채만한 나무 그림자를 매달고 나타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때 알았네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한 사람 안에 포개진 두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거
_「긍휼의 뜻」에서

“걸고 쓰느라 부서진 마음 알아봐주는/ 단 한 사람”을 생각하는 것, “서로의 목격자가 되어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는 것을 깨달은 안희연의 화자는 이제 “서글픔 농담”을 하고도 “싱긋 웃”을 수 있다.(이상 「긍휼의 뜻」)
2부에는 ‘식물-화자’가 인상적인 시편들이 묶여 있다. “내가 볼 때/ 너도 보았겠지”(「자귀」)로 요약할 수 있을, ‘인물’과 ‘식물-비인간 존재’의 관계 맺기.

안희연의 이번 시집에서 ‘시선’은 그것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존재와의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제시된다. (…) 이 시들이 마주보려는 곳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살아 있음을 말할 수 없어서 저절로 망각된 존재들이 있다. 이들과 마주보기 위해서는 눈앞의 존재를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자로, 즉 눈을 가진 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를 주체로 받아들일 때 그 역시 나를 바라보는 순간이, 일방적 시선의 한계가 사라지는 잠깐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때 비대칭적이던 인간-비인간 사이의 관계는 대등하게 재설정되고, 그로부터 ‘존재’는 새롭게 경험된다. 분리된 줄 알았지만 실은 이어져 있다는 발견 속에서, 삶은 ‘함께 있음’의 감각으로 다시 경험되는 것이다. _이재원, 해설에서

폭포처럼, 빗줄기처럼 쏟아지는 모양새를 하고는 “위아래가 뒤바뀐 삶도 있다고/ 뻗치고 헝클어지는 게 일이라고” 그러면서 “당신 안에도 나 있지요?”(「립살리스 레인」) ‘나’에게 말을 거는 행잉 플랜트가 있고, “그의 잠을 지키는 일”에 몰두하고 “슬픔이 작동하는 회로를 아는 사이/ 나는 그것을 가족이라 부”(「율마」)르는 식물이 있다. ‘식물-화자’는 기다릴 줄 안다. “한 존재를 안다고 말하기까지/ 매일매일 건너왔고// 건너왔다는 건/ 두 번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제 “잎이 떨어지는 순간마다” ‘나’의 귀도 아파온다(「자귀」). ‘식물-화자’와 ‘나’는 통상의 위치를 뒤바꾸어 소통하며 “멀리서 보기만 할 생각이었는데 겪고 있”음을 깨닫는다.
죽음과 상실의 시편들로 채워진 3부 ‘너는 나의 가장 무른 부분’은 물론 가슴 아프다.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저울은/ 너를 덜어내고 무엇을 얻었을까”(「진앙」) 따져 묻고 싶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우주의 마지막 인사였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북극진동」)던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하고, “자꾸 그렇게 자신을 잊으려 하지 말”(「기록기」)라고, 깨어나라고 애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앞선 2부의 “죽지 마 살아 있어줘”라는 “조약돌 같은 말”(「자귀」)을 손에 쥔 채 “검정의 세부를 새롭게 색칠해보기로 한다// 깨진 마음을/ 여기 산처럼 쌓아두고”(「파동과 경로」). “나를 이곳에 보낸 숲의 정령을 상상하며 걸을 때면/ 그 어떤 방지턱도 부드럽게 넘었”(「점등 구간」)음을 기억하며.
그렇게 마주한 4부 ‘느리게 오는 아침을 맞아요’에는 안희연의 절박하면서도 단단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눈물방울에서 느껴지는 반짝임 같은 시편들. 출간 전 편집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삶은 굉장하다고, 상상 이상의 반짝임과 일렁임으로 가득하다고, 그러니 반드시 살아 있어달라고. 우리는 누구나 존재의 초과와 부족을 경험할 수밖에 없고 그 여파는 무척 거셀 테지만, 그럼에도 그 중압감에 매몰되지 말고 생의 감각, 생의 의지를 일깨우고 싶다는 염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했던 시기였”다고 강조해 말했다.

내 안에 든 것이 누구의 심장인지는 몰라도
삶은 내가 그 안에 속해 있기를 원한다
내가 있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_「물결의 시작」에서

“절대로, 도무지, 결단코, 기어이, 마침내, 결국……/ 그런 말들은 다독여 재우고”(「야광운」) “깨버리면 그만일 독이더라도/ 연두를 밀어올리려는 발걸음”(「독 안에」)이 되겠다는 다짐. 포기하는 것도 나빠지는 것도 쉽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삶 속에, ‘독 안에’ 있겠다는 ‘나’의 다짐이 우리에게 겸허한 마음을 갖게 한다. 삶은 알 수 없는 것투성이고 그중엔 힘겹고 가혹한 것도 많다. 다정하고 좋은 것은 거의 다 잊힌 게 아닐까 싶은 순간들이 우리를 흔들어놓는다. 안희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손을 이끌어 빛 쪽으로 간다. ‘우리/나-너’와 우리 안의 그것을 모두 구하러 함께 가자고 말하며.

신비로워, 딱따구리의 부리
쌀을 세는 단위가 하필 ‘톨’인 이유
잔물결이라는 말

솥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신기를 신비로 바꿔 말하는 연습을 하며 솥을 지킨다
떠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내겐 그것이 중요하다
_「굉장한 삶」에서

작가

안희연
국적
대한민국
출생
1986년
수상
2012년 창비 신인시인상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작가의 대표 작품더보기
  • 당근밭 걷기 (안희연)
  •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안희연)
  •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 (안희연, 황인찬)
  • 자기만의 방으로 : 우리의 내면에서 무언가 말할 때 (고운, 무루)
  •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안희연)
  • 덕분이에요 (김나영, 배수연)
  •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안희연)

리뷰

4.7

구매자 별점
3명 평가

이 작품을 평가해 주세요!

건전한 리뷰 정착 및 양질의 리뷰를 위해 아래 해당하는 리뷰는 비공개 조치될 수 있음을 안내드립니다.
  1.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2. 비속어나 타인을 비방하는 내용
  3. 특정 종교, 민족, 계층을 비방하는 내용
  4. 해당 작품의 줄거리나 리디 서비스 이용과 관련이 없는 내용
  5. 의미를 알 수 없는 내용
  6. 광고 및 반복적인 글을 게시하여 서비스 품질을 떨어트리는 내용
  7. 저작권상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
  8. 다른 리뷰에 대한 반박이나 논쟁을 유발하는 내용
* 결말을 예상할 수 있는 리뷰는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 외에도 건전한 리뷰 문화 형성을 위한 운영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내용은 담당자에 의해 리뷰가 비공개 처리가 될 수 있습니다.
  • 아주 섬세한 촉으로 나를 둘러싼 바깥의 존재들에 이입하려는 시도. 나의 눈으로 한 번, 그들 각자의 눈으로 한 번 씩 우리가 함께 살고있는 한 공간을 바라보는 마음.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우산도 나눠쓰고 흩날리는 눈 맞으며 서있는 상대방의 목격자가 되어주는 일 같이 사소한 것들 뿐이지만, 나의 정성을 어떻게든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나 행복하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 _____ 각자의 우산이 있었음에도 하나를 나눠 쓰자 청했어 그렇게라도 새로 산 우산의 쓸모를 구하다보면 걸음이 나란해지고 서로의 몸속에서 피가 도는 박자를 알아봐주면 단 한 사람 멀리서 구하지 않아도 이미 도착한 것일지 모른다고 그때 알았네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은 한 사람 안에 포개진 두 사람을 구하는 일이라는 거 계속 계속 우산을 사는 사람은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거 __ ‘긍휼의 뜻’ 중에서 당근밭 걷기 | 안희연 저 #당근밭걷기 #안희연 #문학동네 #독서 #시읽기 #북스타그램

    geo***
    2024.11.09
'구매자' 표시는 유료 작품 결제 후 다운로드하거나 리디셀렉트 작품을 다운로드 한 경우에만 표시됩니다.
무료 작품 (프로모션 등으로 무료로 전환된 작품 포함)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시리즈 내 무료 작품
'구매자'로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리즈의 유료 작품을 결제한 뒤 리뷰를 수정하거나 재등록하면 '구매자'로 표시됩니다.
영구 삭제
작품을 영구 삭제해도 '구매자' 표시는 남아있습니다.
결제 취소
'구매자' 표시가 자동으로 사라집니다.

문학동네 시인선더보기

  • 아메바 (최승호)
  •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허수경)
  • 내간체를 얻다 (송재학)
  •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 방독면 (조인호)
  • 터미널 (이홍섭)
  • 어른스런 입맞춤 (정한아)
  • 읽자마자 잊혀져버려도 (성미정)
  • 오빠생각 (김안)
  • 카니발 (조동범)
  • 연꽃의 입술 (장이지)
  • 우리의 야생 소녀 (윤진화)
  • 서봉씨의 가방 (천서봉)
  • 무기와 악기 (김형술)
  • 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 (장석남)
  • 꼭 같이 사는 것처럼 (임현정)
  • 포이톨로기 (김병호)
  • 다정한 호칭 (이은규)
  • 열두 겹의 자정 (김경후)
  • 북항 (안도현)

시 베스트더보기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강)
  • 악의 평범성 (이산하)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 입 속의 검은 잎 (기형도)
  • 사랑하고 선량하게 잦아드네 (유수연)
  • 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 (김개미)
  • 무구함과 소보로 (임지은)
  • 샤워젤과 소다수 (고선경)
  • 여름 외투 (김은지)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류시화)
  • 한라산 (이산하)
  • i에게 (김소연)
  • 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이장욱)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시집 1-3권 세트 (윤동주)
  • 안부를 묻는 별 (남오희)
  • 산뜻한 아침 (글자 마법사)
  • 당근밭 걷기 (안희연)
  • 정신머리 (박참새)
  • 읽을, 거리 (김민정)

본문 끝 최상단으로 돌아가기

spinner
앱으로 연결해서 다운로드하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대여한 작품은 다운로드 시점부터 대여가 시작됩니다.
앱으로 연결해서 보시겠습니까?
닫기 버튼
앱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앱 다운로드로 자동 연결됩니다.
모바일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