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버로스 메달,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 수상
★ 베일리 기퍼드상, 웨인라이트상, 영국아카데미 도서상 등
일곱 개 논픽션 문학상 최종 후보
★ 〈워싱턴 포스트〉 〈스미스소니언 매거진〉 올해 최고의 탐사 도서
이 책은 자연에 관한 글 중 가장 강렬한 작품이다.”
_퍼블리셔스 위클리
체르노빌 원전, 키프로스 무인지대, 몬트세랫섬 화산…
전 세계의 황폐화된 장소를 탐사한 2년간의 기록
지구에서 가장 섬뜩하고 황량한 장소들을 탐사한 기록을 담은 『버려진 섬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캘 플린은 체르노빌 원전, 키프로스 무인지대, 몬트세랫섬 화산 등 전쟁이나 자연재해로 인해 버려진 장소를 방문해 동식물과 생태, 인간에 대해 기록한다. 현장 기록 외에도 논문과 통계자료, 해당 장소의 역사와 현지 가이드의 이야기를 더한 『버려진 섬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폭넓은 시선으로 지구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목 ‘버려진 섬들’의 섬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점유되었다가 버려진 장소는 문명사회에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고립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황폐화된 땅은 경이로운 자연의 회복력 덕분에 인간과의 공존 시스템에 재편입된다. 물론 자연의 힘만 믿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며 환경이 파괴되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르지만, 그럼에도 저자는 책에서 “싸워낼 수 있다는 믿음을 모아야 한다”라고 말한다.
“자연에 관한 글 중 가장 강렬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버려진 섬들』은 베일리 기퍼드상, 웨인라이트상, 영국아카데미 도서상 등 총 일곱 개 논픽션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선데이 타임스〉 올해의 젊은 작가상과 존 버로스 메달을 수상했다. 저자의 피땀어린 2년의 탐사와 자료조사 끝에 완성된 이 책은 글로 쓴 한 편의 환경 다큐멘터리이자, 우리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미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가치 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지구에서 가장 섬뜩하고 황량한 장소를 탐사하며 마주친
자연의 경이, 그리고 우리 인간의 미래
『버려진 섬들』은 총 4부에 걸쳐 전 세계의 황폐화된 장소 열두 곳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1부에서는 인간이 사라진 뒤 자연이 재탈환한 지역을 탐사한다. 혈암유를 생산하고 남은 폐석더미가 쌓인 스코틀랜드 웨스트로디언, 한국의 DMZ처럼 전쟁으로 무인지대가 된 키프로스 완충구역, 소련이 붕괴한 뒤 방치된 에스토니아의 광활한 농경지, 원전 사고의 대명사 체르노빌에서는 떠났던 동물들이 돌아오고 초목이 무성하게 자라나며 인간의 흔적을 지운다.
2부에서는 버려진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조명한다.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범죄율로 유명한 디트로이트와 폐공장이 유령처럼 늘어선 뉴저지주 패터슨이 그 예다. 두 도시 모두 번성하던 산업이 쇠락한 뒤 사람들이 빠져나가며 황폐해진 곳으로, 버려진 건물의 부패가 전염병처럼 가속화되는 ‘병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지역이다. 3부에서는 인간이 떠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 그 흔적이 남은 장소들을 조명한다. 1차세계대전의 포화가 휩쓸고 간 프랑스 베르됭, 공장 폐수의 화학물질로 오염된 스태튼섬 아서킬, 외래종이 토착종을 위협하는 탄자니아의 아마니는 인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화산 폭발로 파괴된 몬트세랫섬, 홍수로 생겨났다가 사라진 캘리포니아 솔턴호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기후 변화가 초래할 재앙을 미리 엿볼 수 있게 한다.
책에서 소개된 장소 중에는 두 번 다시 생명체가 살 수 없으리라 여겨졌던 곳도 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회복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다. 미국의 퍼세이익강은 19세기부터 배출된 막대한 양의 공장 폐수 때문에 몇 방울의 강물로도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죽음의 강으로 변했지만, 화학물질에 내성이 있는 대서양송사리 같은 어종이 나타나 살고 있다. 방사능에 노출되어 소나무숲이 갈변하고 가축이 떼죽음을 당한 체르노빌에도 멧돼지, 사슴, 늑대 등의 동물이 돌아왔으며, 핵실험장으로 쓰여 섬 전체가 날아갔던 비키니환초에는 산호초가 자생하게 되었다. 이 같은 자연의 놀라운 힘은 우리에게 아직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적인 사실을 일깨운다.
그러니까 또 한번, 이 생명의 잠복성이란. 그것은 에테르처럼 눈에 보이지 않으며 늘 우리 주위를 표류한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에, 우리가 마시는 물에. 한번 음미해보자. 들이쉬는 숨마다, 홀짝이는 물 한 모금마다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다. 텅 빈 이 컵에도 존재할 모든 것의 싹이. 36쪽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일 때도
자연은 여전히 생명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파괴력은 그러한 희망을 무력화할 때가 많다. 외래종을 들여와 생태계를 교란하고, 마구잡이로 공장 폐수를 방류해 강을 오염시키는 인간의 행위는 자연의 대차대조표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낳는다. 이러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환경 정비 정책을 시행하고 일부 과학자들은 멸종한 동물을 복원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만, 이미 인간에 의해 훼손된 자연에 다시 인간의 손길이 닿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이 자연 질서에 개입하는 방식이 아닌,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유기’야말로 자연을 위한 길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구가 진두에 서도록 물러나야 할 때”를 알고 주도권을 지구에게 넘겨주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숱한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친구들에게 내가 관찰한 내용을 들려주자, 몇몇은 내가 긍정적인 면—생태계의 놀라운 회복—에만 주목한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돌이킬 수 없는 무수한 방식으로 환경을 훼손한 이들을 찾아내 기소해온, 지칠 줄 모르는 수많은 운동가와 의원의 부단한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나는 우리 행성을 계속해 약탈하려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려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강조하고 싶다. 어두운 풍경 속에서 타오르는 횃불이자 때때로 희망이 전무해 보이는 세상에 우뚝 선 희망의 등대인 이 구원의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무언가 다른 것을 안긴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내재한 힘을 상기시켜주며, 때로는 통제권을 포기할 때에야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음을 들려준다. 355쪽
환경 파괴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지구가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체념이 슬쩍 고개를 든다. 하지만 죽은 것처럼 보이는 땅에도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다. 전 세계의 황무지를 다니며 자연의 회복력을 목격했던 저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우리의 어깨를 두드리며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면죄 같은 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