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세 에 는 난 세 의 논 리 가 있 다 !
변화무쌍, 예측불가의 어지러운 세상에서
승기를 잡는 지략
3000년 동양고전에서 발견한
난세를 이기는 지혜, 임기응변
조조, 칭기즈칸, 당태종, 강희제, 마오쩌둥!
천하를 얻었던 자들은 모두 임기응변의 신(神)이었다
난세(亂世)의 영웅이자 치세(治世)의 간웅인 조조는 난세와 치세에 필요한 처세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투에 임할 때마다 이전에 활용했던 전략은 다시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조조는 흐르는 물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하는 전략으로 난세를 평정해갔다. 당태종 이세민 또한 자신의 대의를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준비해가면서 자기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는 피의 정변(현무문의 변)을 과감히 결행했다. 이후 그는 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대인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일구어냈다. 마오쩌둥 역시 위기 때마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고 ‘기사회생’의 묘수를 찾아내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장제쓰를 몰아내고 ‘신중화제국’의 창업주가 될 수 있었다.
이들 동양사의 굴곡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어지러운 세상, 즉 난세에 자신의 뜻을 어떻게 펼쳐냈는가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처세의 핵심에 ‘임기응변(臨機應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임기응변’이라 하면 대개 소인배들의 얕은 처세술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동양고전에서 말하는 임기응변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을 읽고 거기에 맞게 대처하는 난세의 핵심지략을 뜻한다.
즉 임기응변이란, 천지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변화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개개인이 최고의 지혜를 동원해 내린 결단을 이르는 말로서, 임기응변에는 반드시 인간의 지략이 개입돼 있다. 그렇기에 지식과 계책 없이 엉겁결에 만들어낸 방편으로 요행을 원하는 임시변통, 혹은 임시방편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난세의 방략인 것이다. 그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임기응변을 임시변통 내지 임시방편과 혼용하고 있다.
이처럼 임기응변은 《주역》은 물론, 《손자병법》을 비롯한 역대 병서, 《한비자》와 《상군서》를 비롯한 법가서, 《관자》와 《사기》〈화식열전〉 등의 경제사상서가 난세를 다스리는 천하경영의 성패를 결정짓는 지략의 본질로 일컫던 말이었다.
21세기정경연구소 신동준 소장(정치학 박사)은 《임기응변의 힘》(아템포 펴냄)에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혁명시대를 난세의 전형으로 정의하면서, 난세에 피어나 난세를 이기는 지혜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동양고전 속 ‘임기응변의 도’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자연은 늘 변하고 움직이면서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에 올라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
모든 것이 어지러워 기존의 해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바로 난세다. 기존의 생각과 틀에 안주하는 순간 추락하고 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난세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주역》의 변역(變易, 변화의 낌새를 눈치 채고 스스로 변화하다) 논리를 전제해야 한다. 천지만물은 천기(天機)·지기(地機)·인기(人機) 등 3기의 계기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거기에 대한 대응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는 결국 천지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공자는 《주역》〈계사전(繫辭傳)〉에서 ‘일을 할 때 시작부터 끝까지 두려운 마음으로 임하면 역도(易道)는 그로 하여금 재난을 면하게 한다’는 말로 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근면한 자세로 스스로를 부단히 채찍질하며 정진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다. 즉 《주역》을 관통하는 변역과 자강불식이 임기응변의 근본바탕인 셈이다. 결국 세상 흐름에 맞게 대응한다는 것은, 즉 임기응변을 한다는 것은 변화에 열려 있고, 변화를 인식하며, 변화를 타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함을 뜻한다.
3기 중 ‘천기’는 세칭 ‘천기누설’에서처럼 ‘하늘의 기밀’ 등의 뜻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장자가 파악한 ‘삶을 지속시키는 근본’인 ‘생기(生機)’의 관점으로 천기를 읽어야 임기응변에 합당하다. ‘지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생명의 터전을 떠받치고 있는 땅의 후덕함으로 이해해야 땅이 주는 변화의 이로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관계 이치인 ‘인기’는 부나방처럼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인간의 본성 ‘호리지성(好利之性)’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인 생기의 관점에서 때를 기다리고, 땅이 만물을 생육하는 것처럼 사안(事案)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조용히 갈고 닦을 때 동양고전 3000년의 지혜가 말하는 임기응변의 도를 걸어갈 수 있다.
저자는 《주역》을 비롯한 수많은 고전을 넘나들며 난세의 영웅들이 펼쳤던 임기응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초패왕 항우(項羽)의 마지막 절규는 난세에 천하대세의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임기응변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이는 하늘이 나를 멸망시키려는 것이지 내가 결코 싸움에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항우는 하늘의 뜻을 운운하며 스스로 자만해 대세의 흐름을 놓쳤던 자신의 과오를 애써 감추고자 했다. 이것은 난세의 지략인 임기응변의 태도가 아니다. 임기응변의 길은 하늘이 아닌 사람의 뜻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