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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 프로젝트 상세페이지

평등사회 프로젝트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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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종이책 정가
33,000원
전자책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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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00원
판매가
26,400원
출간 정보
  • 2026.08.14 전자책 출간
  • 2026.07.10 종이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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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 EPUB
  • 약 45만 자
  • 16.7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72134679
UCI
-
평등사회 프로젝트

작품 정보

■ 책 소개
WHY NOT 평등사회?
불평등 이데올로기 너머를 그리는 사회적 상상력
실천하는 학자, 조돈문 교수의 역작

2026년 5월, 성과급 논란을 둘러싼 삼성전자 사측과 초기업노동조합은 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직후 청와대는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한 노사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한다”고 환영했다. 하지만 이 ‘대승적 결단’은 충분히 공정했을까? 노사 협의 중 불거진 노조 내 갈등과 차별 처우, 타결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이 느낀 불공정성과 상대적 박탈감, 대기업 중심의 소득 양극화 문제와 반도체 초호황으로 인한 초과이윤의 사회적 분배 문제 등이 불거졌다. 오랫동안 불평등 문제에 천착해 온 조돈문 교수는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를 두고, 초기업노조의 극단적 집단 이기주의와 이를 양성한 삼성 재벌 및 시장의 ‘모범 사육’이 빚어 낸 최악의 담합이라고 평가했다.
AI와 코스피 9000 시대, K자 양극화와 혐오·불신의 시대, 불법 계엄을 극복하고 들어선 이재명 정부 등 대한민국은 복합 변혁의 시기에 서 있다. 하지만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다. 불평등한 사회 속에서 시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는데 어떻게 불평등체제가 지속되고 있을까? 조돈문 교수는 전작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통해 왜 한국 사회가 불평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그리고 이데올로기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헤쳤다. 불평등 사회가 지속되는 것은 노동자·여성·청년·노인·소수자 등 불평등체제의 피해자들이 지배 질서, 즉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평등사회를 이룩할 방안과 전략은 무엇일까? 조돈문 교수는 이 고민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후속작 《평등사회 프로젝트》에 담았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실태를 밝히고, 세계 최고의 성평등 복지국가이자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인 스웨덴 모델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본다. 또 사회 통합과 변혁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노동계급의 한계와 가능성을 따져 보고, 보편적 복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과 노동-여성·청년 동맹을 제안한다. 그 과정에서 방대한 자료와 객관적인 데이터, 냉철한 분석과 날카로운 통찰이 돋보이지만 무엇보다 불평등체제에 대한 저자의 분노와 약자에 대한 연민,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불의한 권력을 무너뜨리고 등장한 촛불 정부는 안타깝게도 사회변혁과 불평등 완화에 실패했다. 불법 계엄을 이겨 낸 이재명 정부와 응원봉 세력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옳은 말을 하고 구호만 외친다고 평등사회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불평등체제에서 모든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시한 대안들은 완벽하지 않으며, 다만 선택지들 가운데 실현 가능성과 전략적 실효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위험 부담이 적다고 판단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탁월한 평등사회 입문서로서, 불평등·불공정 논의의 종결이 아니라 더 다채로운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왜 여전히 불평등한가?

총 4개 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실태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한국인들은 보다 평등한 사회를 원하고 공정 감수성도 갈수록 커진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은 점점 더 정당화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불평등 이데올로기》 출간 이후에도 불평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왜 한국 사회의 불평등체제는 이토록 공고한가?
불평등체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시민들이 불평등 이데올로기를 수용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평등한 복지국가를 원하면서도 바람직한 발전 방향으로 평등한 북유럽식 모델이 아닌 불평등한 복지 후진국 미국식 모델을 더 선호하는 모순적 태도를 보인다. 게다가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 국가사회주의 모델의 실패, 신자유주의 세계화 추세는 평등사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붕괴시켰다. 강고하게 버티는 불평등체제에서 피해자들은 ‘충성’이 내키지 않고, ‘이탈’은 불가능하며, ‘저항’은 쉽지 않다. 그래서 대다수가 소극적 대응 방식인 ‘현실적 수용’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불평등체제를 둘러싼 이데올로기 투쟁의 승패는 평등사회 대안에 대한 신뢰 확보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한다. 평등사회 대안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작은 개혁들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개혁의 수위를 높이며 더 큰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은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불평등체제의 피해자인 사회적 약자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고 증진하며 사회 세력화하는 주체 형성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불평등을 완화하고 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대안적 제도들을 도입하고 강화하는 제도 개혁 전략이다.
이 책은 평등사회와 보편적 복지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스웨덴을 꼽는다. 오늘날의 스웨덴 모델은 평등사회 대안의 효율적 작동과 이행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경험적으로 검증되었을 뿐 아니라 비개혁주의적 개혁 전략의 성공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과연 스웨덴은 어떤 과정과 시행착오를 거쳐 노동자, 여성, 청년, 노인 등 사회적 약자 집단들의 ‘꿈의 나라’가 되었을까?


노동자의 나라 스웨덴은 어떻게 성평등 복지국가가 되었나?

19세기 후반, 스웨덴은 척박한 토질에 흉작으로 기근에 시달렸다. 당시 인구의 절반이 굶어 죽거나 나라를 버리고 떠났다. 이민자들이 꿈에 그린 종착지는 미국이었다. 20세기 초까지 스웨덴은 가난할 뿐 아니라 미국보다 불평등했다. 하지만 오늘날 스웨덴은 미국 수준의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미국보다 훨씬 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이곳에서는 보건의료, 육아 보육·노인 요양 돌봄, 교육, 주거, 노후 소득안정 등 삶에 필요한 사회서비스와 기본재가 탈상품화되어 시장의 구매력과 무관하게 모든 시민에게 제공된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 스웨덴을 벤치마킹하라고 권고했다. 스웨덴은 어떻게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실현하고 성평등 복지국가가 되었을까? 2부에서는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스웨덴 모델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본다.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는 노동조합의 역할과 노사정 행위 주체들의 조정 역할을 중시하는 경제 정책인 렌-마이드너 모델과, 노동시장의 유연 안정성을 제도화하여 노동-자본 상생의 구조적 조건을 조성한 황금삼각형 모델을 기초로 한다. 스웨덴 사회민주당(사민당)은 1932년부터 1976년까지 장기 집권했는데 덕분에 이 모델들이 효과적으로 지속되며 평등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었고 차별 금지와 동등 처우 법제화, 보편주의 국민연금제와 보편주의 보건의료 체계 수립, 유급 육아휴가제 도입·확장과 각 부모 할당제 확대, 생산현장의 차별 처우 금지 및 성별 임금 격차 최소화 등 보편적 복지국가의 기틀을 마련했다.
스웨덴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90년대 초에 약 90%까지 올랐다가 현재 65% 안팎으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민당은 생산직 노동조합 총연맹인 ‘LO(Landsorganisationen)’의 조직력에 기초하여 집권했고, ‘LO’는 사민당을 통해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했다. 즉, 스웨덴 모델은 노동계급이 계급형성과 정치세력화에 성공하고, 보편주의 복지 정책으로 수혜자가 된 불평등체제 피해자들과 연대하고 동맹을 결성한 덕분에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얼마나 충실하게 스웨덴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노동계급 계급형성과 정치세력화의 성공 여부에 달렸다. 그런데 과연 한국의 노동계급은 그만한 역량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을까?


한국의 노동계급은 평등사회 실현을 주도할 수 있을까?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낮고, 노동계급은 계급형성에 실패했으며, 정치세력화 수준은 처참하다. 시민들은 노조를 두고 비정규직 등 취약 집단은 대변하지 않으면서 정규직 노동자의 특수이익만 대변하는 이익집단으로 본다. 그래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모두 비호감도가 86%에 달하고,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노조원들은 자부심을 갖지 못한다. 그렇다면 노동계급의 계급형성과 정치세력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무엇인가? 3부에서는 노동 위기의 배경과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민주노총 비호감의 원인이자, 노동계급 계급형성과 정치세력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한국 노동계급은 고용 형태별, 성별, 기업 규모별로 분절화되어 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 노조원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비정규직, 여성, 청년, 중소기업 노동자를 포함한 전체 노동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한다. 둘째, 시민들은 민주노총이 투쟁성을 과시하며 사회적 책임은 거부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도덕적 지도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민주노총은 집행부가 교체되면 중장기적 전략과 성과를 축적하기보다 단절과 차별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일관성이 결여된 조직체로 보이게 한다. 그러므로 조직적 통합력을 높이고 이 과정에서 정파 분열을 봉합해야 한다.
하지만 저자는 노동계급과 노조를 향한 과도한 불신이나 실체 없는 오해도 꼬집는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소속 노조들은 ‘노동귀족’이나 이기적이기만 한 집단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임금 인상과 고용안정성은 물론 계급연대를 실천했고 나아가 정치적 민주화, 의료보험 통합, 국유 기업 사유화 저지,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등 보편 사회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해 왔고 어느 정도 성과도 거두었다. 이 과정에서 노동탄압을 받거나 많은 희생과 사회적 고립을 감내하기도 했다. 저자는 “민주노총이 없었다면 불평등은 지금보다 더 심하고 세상은 더 암울해졌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민주노조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힘은 ‘쇠 파이프’가 아니라 연대의 진정성이 만들어 내는 ‘감동’에서 나온다. 희망 버스 운동의 성공은 일반 시민의 가슴에 큰 울림을 줬다. 민주노총과 노조원들이 시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미래 사회의 전망과 함께 평등사회로 향하는 ‘길을 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시민들은 기꺼이 민주노총의 희망 버스에 함께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계급은 사회 통합과 변혁을 주도할 세력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웨덴의 노동계급이 그랬던 것처럼 다른 세력과의 연대와 동맹이 필수다. 이 책은 그 대안으로 청년, 여성, 응원봉 세력을 추천한다.


노동+청년+여성=평등사회
연대와 상생을 거부하면 공멸이다

촛불 항쟁은 불의한 정권을 퇴진시키는 데 성공했고 정권은 교체되었다. 그럼에도 불평등체제는 강건하게 유지되었고 성차별 지옥은 여전했다. 성별 임금 격차 해소 방안은 강구되지 않고 차별금지법도 제정되지 않았다. 불평등은 대물림되지만 흙수저 청년을 위한 사회적 자산 공유도 없고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 계획도 없었다. 집합적 분노가 정권 퇴출 이후 피해자들을 세력화하지 않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응원봉이 촛불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성공을 거두려면, 기득권 지배 세력의 저항을 이겨 내고 사회 통합과 변혁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2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노동과 여성·청년 등 불평등체제 피해자들이 평등사회 동맹을 결성해 주체 형성·세력화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여성은 성차별 지옥의 복합적 차별의 피해자고, 청년은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대물림되는 ‘수저 계급 사회’의 일원이다. 이들의 사정은 저성장 경제 진입과 AI 시대를 맞아 더욱 악화되고 있다. 불평등체제의 최소수혜자인 이들은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과 하향 조정된 기대 수준으로 인해 평등사회 실현 가능성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불평등체제에 대한 불만은 강하지만 분노하지 않는다. 지배 질서에 대한 불신이 대항 세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으로 대체되어야,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평등 실현을 위한 긍정적 분노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계급과 민주노동운동은 대항 세력이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성평등을 실현하고 불평등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성들과 함께 성별 임금 격차를 제로로 만들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투쟁하고, 청년들과 함께 공공 부문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보육·주거 국가책임제를 관철하고 청년 기초자산제를 통해 사회적 상속을 실현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회변혁 방안은 바로 이재명 정부의 역할이다. ‘풍요로운 평등사회’ ‘보편주의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필수 사회서비스를 탈상품화하여 국가가 책임지는 고부담·고복지 사회다. 자산 과세와 소득 과세를 강화하여 부자 증세 방식으로 조세의 국민부담률을 높이고, 확대된 조세 수입은 현물 급여 중심으로 사회정책 지출을 증액하여 국가가 사회서비스를 직접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이재명 정부는 민주당 정권의 최고치를 보여 줄 수 있는 리더십의 의지·역량과 정치적 기회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복지국가를 만들려면 복지증세를 위한 부자 증세와 조세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 이 개혁의 핵심은 부동산 보유세를 증세하고 금투세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자산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개인소득세의 누진성을 강화하고 사업체의 조세 부담을 증대하는 것이다. 증세로 확보된 재원으로 현물 급여 중심 사회정책 지출을 확대하면 시민들에게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한편 소득 재분배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스웨덴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권력이 최대수혜자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최소수혜자까지 포용하는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상생을 선택하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실현될 수 있지만, 상생을 거부하면 공멸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평등사회 프로젝트’를 실행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단초가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나는 불평등체제를 참을 수 없다.
내가 김수영이면 침을 뱉어도 시가 되고, 내가 백석이라면 외로움과 쓸쓸함도 시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그래서 불평등체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이행 전략을 논의한다. 《불평등 이데올로기》에 이어 이 책도 나의 불만과 분노를 담아서 쓴다. 이 책은 가볍고 편안하게 술술 읽히는 책이 아니다. 한여름 밤 마시는 한 잔의 맥주처럼 시원한 목 넘김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이 책은 술술 읽혀져서는 안 된다. 피해자를 양산하는 불평등체제가 무너지고 평등한 세상이 올 때까지, 내 글은 가시처럼 목에 걸려야 한다.

한국 사회는 불평등이 심각하고, 시민들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많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 시민은 소득 분배가 불평등한 피라미드형보다 평등한 다이아몬드형을 선호한다. 선진자본주의 국가들 가운데 스웨덴이 가장 평등하며 다이아몬드형에 가까운 반면 미국은 가장 불평등한 전형적 피라미드형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의 미국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매우 모순적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시장경제가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에 가깝고 자본과 보수정당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 세력은 미국식 모델을 집행하는 동시에 이데올로기적으로 방어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반면 그에 맞서 북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모델 등 대안적 시장경제 모델을 체계적으로 설파하며 국민 여론에 호소하는 대항 이데올로기 주체는 없다. 그 결과 시민들은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강하지만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으로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는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승리이자 대항 이데올로기의 패배라 할 수 있다.

불평등체제의 지배 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불평등체제 피해자들이 권리 의식 발전과 주체 형성이 진전되어 집합적 요구를 중심으로 위력을 행사하며 변화를 압박하는 동원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이들의 이해관계를 정치적으로 대변하고 국가 권력 행사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보정당이 있어야 법제도를 개혁하고 정부 정책을 전환할 수 있다. 스웨덴 사회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LO 중심 계급형성과 계급정당 사민당의 정치적 성장을 통해 건설되고 방어되어 왔다.

불평등체제와 관련하여 시민들은 노동조합이 사회적 역할을 통해 불평등 완화라는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하지만, 일상 활동에서는 계급 내 불평등 완화에 소극적이라 판단한다. 그것은 노동조합이 비정규직 등 취약 집단을 포함한 전체 노동계급의 보편 계급이익을 대변하는 계급조직이 아니라 특전적 부분의 특수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이중적 모습이 노동계급의 내적 이질성과 분절화를 극복하고 계급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는 데 큰 제약으로 작동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없었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평등한 사회가 되었을까? 민주노조들은 계급균열을 극복하고자 보편 계급이익을 실천하는 한편 사회개혁 투쟁과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투쟁 등 보편 사회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희생도 컸지만, 성과도 있었다.
민주노총이 없었다면 불평등은 지금보다 더 심하고 세상은 더 암울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비호감도가 높고 노조원들이 자부심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은 민주노총이 여전히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리더십의 실패다.
노조원의 자긍심은 국민적 감동에서 나온다. 지난 30년 역사에서 민주노총이 국민에게 감동을 준 적 있는가? ‘희망버스’처럼 시민들의 가슴을 흔든 적 있는가?

시민들은 한국 사회가 저부담·저복지의 복지 후진국을 탈피하고 고부담·고복지의 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다만 ‘고부담’의 증세 부담을 본인이 아닌 부자 증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해결하길 바란다. 이는 한국인이 서구에 비해 고소득층의 조세 부담이 적다고 보고 부자 증세를 강하게 요구하는 현상(〈표 14.4〉 참조)과도 부합한다. 한국인의 모순된 복지 태도는 선진 복지국가의 건설 비용은 부담하지 않고 편익만 누리려는 경제적 합리주의, 개인적 이기주의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국 여성은 경제적 불평등과 성 불평등에 대해 비판 의식과 불만이 강하기 때문에, 평등사회 대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면 복지국가 건설의 지지 의견은 훨씬 더 강화될 수 있다. 하지만 평등사회 이행을 주도하는 강력한 대항 세력이 나타나지 않는 한 경제적 평등과 성평등 사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갖기 어렵다. 성 불평등 지배 질서에 대한 불신이 대항 세력에 대한 신뢰와 기대감으로 대체되어야, 성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성평등 실현을 위한 긍정적 분노로 전환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앞에는 두 개의 선택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촛불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문재인 정부 시즌2’고, 다른 하나는 촛불의 실패와 대조되는 ‘응원봉의 성공’이다. 촛불·응원봉 민중의 관점에서 보면, 전자는 배신의 정치고 후자는 신뢰의 정치다. 그 첫 시험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자산 과세 중심으로 쟁점화된 부자 감세와 부자 증세 사이의 선택이다.

스웨덴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권력이 최대수혜자의 특수이익이 아니라 최소수혜자까지 포용하는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높은 조세 국민부담률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한편 생산현장은 물론 사회·정치·경제 전반에서 성평등을 제도화했다. 그렇게 보편 사회이익을 실천함으로써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공리주의 공정성 원칙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은 권력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통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19년 8월 퇴임했다. 주요 연구 관심 영역은 불평등과 이데올로기, 평등사회와 이행의 정치, 사회 양극화와 비정규직, 계급관계와 노동계급 형성, 유럽의 사회적 모델과 라틴아메리카의 사회변혁 실험 등이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서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공동대표 겸 이사장, 사회공공연구원 이사장, 정의정책연구소 이사장,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임대표,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우분투상 심사위원장, 공공일터·노동자 사진공모전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회찬재단 이사장,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사회경제개혁을 위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공동대표, 민교협 상임의장,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 비판사회학회 회장, 한국스칸디나비아학회 회장,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장, 민주노동당 평가혁신위원장, 정의당 정책자문단장,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일자리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불평등 이데올로기: 수저 계급 사회에 던지는 20가지 질문》 《함께 잘사는 나라 스웨덴: 노동과 자본, 상생의 길을 찾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안정성 균형을 위한 실험: 유럽연합의 유연 안정성 모델과 비정규직 지침》 《노동운동과 신사회운동의 연대》 《노동계급의 계급형성: 남한 해방 공간과 멕시코 혁명기의 비교연구》 《브라질에서 진보의 길을 묻는다: 신자유주의 시대 브라질 노동운동과 룰라 정부》 《노동계급 형성과 민주노조운동의 사회학》 《비정규직 주체형성과 전략적 선택》 《베네수엘라의 실험: 차베스 정권과 변혁의 정치》 등이 있다.
공저 및 편저로는 《다시 촛불이 묻는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사회경제개혁》 《구조조정기 노동조합의 개입전략》 《한국사회의 계급론적 이해》 《민주노조운동 20년: 쟁점과 과제》 《217, 한국 사회를 바꿀 진보적 정책대안》 《한국 사회, 삼성을 묻는다》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 《노동자로 불리지 못하는 노동자: 특수고용 비정규직 실태와 정책 대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의 길》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본 지역 일자리·노동시장 정책》 《다시 묻는 사용자 책임: 간접고용 비정규직 실태와 정책대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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