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학교는 전통적으로 벌과 통제 개념에 기초하여 학급경영과 훈육을 해 왔으나 앞으로는 자율과 책임 개념에 기초하여 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학급생활에서 행복해진다. 행복에 대한 개념은 동서양이 같다. 우리말 사전에는 행복을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상태로, Webster 영어사전은 “feelings of joy and pleasure”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행복은 즐거움과 만족이라는 정의적 요소를 동반한 정서 상태를 말한다. 학교는 그 어원상 학생들이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학교의 영어 표현 school은 희랍어로 scholē인데, 이는 레저(leisure) 또는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이라는 뜻으로, “학교는 즐거운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Simmons, 1983, p.5).
그러나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학교에서 행복하지 못하다. 한국의 학생들은 OECD 국가 중 수학, 읽기, 과학에서 학업 성취도가 최상위권이지만 행복 지수는 최하위권이다. 이를 보고 미국 평론지 “The Atlantic”은 2013년 12월 3일 보도에서 “Korea, for example, boasts the best math scores in the world, but also has the least-happy students(예를 들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수학 성적을 자랑하지만 학생들의 행복도 조사에서 가장 불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평가했다(Naver 검색).
이 글을 보는 순간 교육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우리 교육자들은 이런 우리 교육의 현상을 school이 지닌 희랍어원의 의미에 비추어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행복하지 못한데 학업성취도만 높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아이들이 대학에 가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가? ‘2016 QS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에 따르면 국내 대학 중 세계 10위 내에 든 학과가 한 곳도 없었고 이른바 SKY(서울대·고대·연대)도 세계무대에선 ‘우물 안 개구리’이다. 이런 결과는 싱가포르·홍콩·일본의 주요 대학들이 학과별 세계 톱 10 안에 줄줄이 이름을 올리며 영미권 일류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Naver 검색). 그리고 이들 중에서 노벨상 수상자라도 나오는가? 1901년부터 2015년까지 중국은 12회, 일본은 24회, 인도 13회, 핀란드 4회에 걸쳐 노벨상을 수상했는데, 우리나라는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1회 받은 것뿐이다(Naver 검색).
우리는 이런 성적표를 가지고 무엇 때문에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행복을 희생시켜 가면서 학업성취에만 매달리도록 ‘달달 볶고’ 있는가? 학생들의 행복과 학업성취는 반비례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행복교육은 시험 성적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학업성취를 올리는 길이고 인격적으로 바른 인물이 되도록 하는 기본적 토대이다. 일찍이 교육철학자 Dewey는 학생들의 학교에서의 현재적 삶은 미래를 위해 희생해야 할 것이 아니며 오히려 현재적 삶을 충분히 탐구하며 즐길 때 미래를 가장 잘 준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그때 그곳(There and Then)”이 아니라 “지금 여기(Here and Now)”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류학자 Margaret Mead도 미래 성인들이 당면할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대부분 현재 학생들을 교육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행복한 학습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 여기”를 중요시하고, 돌봄과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공동체적 삶 속에서 학생들이 상호 간에 지적·정서적·사회적 발달을 이루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school이라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원래 의미인 ‘즐거움’이 살아날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공동체 속에 “지금 여기”를 중시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하려면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교사에게 주어진 주된 역할은 학습지도와 생활지도이다. 학습지도를 잘 하려면 교과 내용과 수업 전략에 대한 지식을, 그리고 생활지도를 잘 하려면 학급경영과 훈육에 대한 지식을 전문적 수준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학급경영은 성공적인 학급을 만들기 위해 환경을 창조하는 교사의 행위를 말한다. 즉 학급에서 질서를 어떻게 확립하고 유지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훈육은 학생들의 자기 통제, 책임감, 인격 발달을 촉진시키는 교사행위를 말한다. 학습지도와 생활지도는 개념적으로는 서로 다르지만 상호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학습 공동체 형성은 학생들의 비행을 감소시켜 생활지도의 효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교사의 수업과 학생들의 학업성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대체로 교사들은 학급경영이나 훈육에 대해 상식적인 편이다. 특히 수업에 비하면 그러하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사양성과정에서 학급경영과 훈육에 대한 강좌를 이수하지 못하고 현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이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본서는 교사들의 학급경영과 훈육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증진시켜 학급을 학생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생활하는 곳이 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되었다.
1장에서는 학급경영과 훈육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학급경영과 훈육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양자 간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리고 훈육문제가 발생하는 원인과 효과적인 학급경영의 효과를 살펴본 후, 학급경영과 훈육의 원리를 열 가지 제시한다. 2장에서는 훈육문제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예방 전략을, 3장에서는 훈육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전략을 비행 유형별로 제시한다. 4장에서는 학급경영과 훈육에 대한 교사 전문성 개발의 내용과 방법론을 다루고, 5장에서는 학교와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학급경영과 훈육 관련 검사 도구들을 소개한다.
집필진 대표
강충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