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영원한 젊음에 보내는 릴케의 서한
릴케 연구의 권위자 김재혁 교수의 스테디셀러
새로운 언어로 다시 찾아낸 개정판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개정판은 국내 릴케 연구의 권위자이자 자신 역시 시인인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김재혁 교수의 번역과 해설로 소개된 이래 19년 만에 새로운 언어로 도착한 반가운 편지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시인 지망생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와 나눈 이 열 통의 서한은 시를 사랑하는 모든 영혼에게 울림을 전하는, 유럽 서간문의 정수라 할 수 있다. 2006년 처음 출간된 당시 이 책은 편지를 처음 보낸 프란츠 크사버 카푸스라는 인물을 최초로 조명하는 한편, 김재혁 교수의 철저한 원전 연구와 시적인 번역을 통해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새롭게 독자의 곁을 찾은 이 개정판은 시인의 젊은 날이 담긴 사진들을 실어 풍경의 생생함을 더하는 한편, 원전을 정밀하게 살피며 이전 판보다 한층 시인 본연의 문장에 가깝게 다가간다.
“고독과 방랑 그리고 장미 또는 모순의 시인”으로 불리는 릴케는 7천 통의 편지가 책의 형태로 출간되었을 만큼, 평생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쓴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중에서도 이 서한집은 시인을 꿈꾸는 한 명의 젊은이와 나눈 열 차례의 편지에 ‘시를 써야 하는 이유’, ‘예술의 본질’, ‘고독의 의미’, ‘진정한 사랑’ 등 삶과 문학을 가로지르는 순수한 주제를 솔직하게 전하고 있어 더욱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
편지 속 릴케는 단순히 시인으로서 시인 지망생에게 주는 충고를 떠나 자기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솔직하게 고하는 진지한 친구 같은 목소리로 다가온다. “글을 쓸 수 없게 되면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라는 시인의 질문과 함께 “당신의 마음을 모아주고 당신을 들어 올려주는 모든 감정은 순수합니다”라는 친구의 위로가 담긴 이 서한들은 위대한 시인에게 직접 받은 편지를 열어 보는 기쁨을 선사한다.
깊은 고독으로 침잠하여 자신의 내면에서 참된 것을 바라보고, 진정한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고독을 지켜주며, 삶에 대척적인 것들을 삶 안에 포용해야 한다는 시인의 말은 삶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된다. 오랜 세월을 지나 릴케의 언어에 새롭게 찾은 깊이를 더한 이 개정판은 앞으로도 꿈꾸는 젊은이들의 영원한 사랑을 받으며 시와 인생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전해 줄 것이다.
당신이 맞이하는 밤 중 가장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나는 글을 꼭 써야 하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답을 얻으려면 당신의 가슴 깊은 곳으로 파고들어 가십시오. 만약 이에 대한 답이 긍정적으로 나오면, 즉 이 더없이 진지한 질문에 대해 당신이 ‘나는 써야만 해’라는 강력하고도 짤막한 말로 답할 수 있으면, 당신의 삶을 이 필연성에 의거하여 만들어가십시오. 당신의 삶은 당신의 정말 무심하고 하찮은 시간까지도 이 같은 열망에 대한 표시요 증거가 되어야 합니다.
―〈첫 번째 편지〉 중에서
지금의 당신의 견해가 틀렸다면 당신의 내적인 삶의 자연스러운 성장이 천천히 그리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당신을 다른 인식으로 이끌 것입니다. 당신의 생각이 주위로부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조용히 제 스스로 자라나도록 두십시오. 그와 같은 성장은, 모든 진보가 그렇듯이,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뻗쳐 나와야 하며, 그 무엇에 의해서도 강요되거나 재촉당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 편지〉 중에서
당신이 가슴속에 지니고 있는 세계를 생각하십시오. 이 같은 당신의 생각에다 당신이 원하는 아무 이름이나 붙여보세요. 그것이 당신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이든 당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동경이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다만, 당신의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것에 대해서는 극히 주목하시고, 그것을 당신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보다 우위에 놓으십시오. 당신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당신의 모든 사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입니다.
―〈여섯 번째 편지〉 중에서
고독에 대해서 다시 말씀드리자면, 고독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택하거나 버릴 수 있는 게 아님이 점점 더욱 분명해집니다. 우리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우리는 마치 그렇지 않은 듯이 스스로를 속이고 행동할 뿐입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러한 고독한 존재임을 깨닫고 바로 그러한 전제 아래서 시작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게 아닐까요?
―〈여덟 번째 편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