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2002년 한국 월드컵의 4강 신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 또한 그때 생각만으로도 아직까지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낀다. 그 이후 아직까지 그날의 감동이 재현되진 못했지만 우리의 청소년 축구 꿈나무들이 그 이상의 성과를 이뤄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부모의 권유나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청소년 축구선수들에게서 밝은 미래를 본다. 아직은 유럽이나 일본 등의 다른 나라에 비해 운동 환경이 부족하지만 불굴의 투지나 도전 정신은 그 어떤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이러한 면에서 현재 축구 꿈나무들의 마음을 현실감 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청소년 축구 꿈나무를 응원한다.
- 서정원 / 現 축구 국가 대표팀 코치
실패와 좌절은 그들을 패배자가 아닌 진정한 축구선수로 거듭나게 했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의 아홉 번째 책, [하프라인]은 '문학사상'에서 [보물선을 찾아서]로 신인상을 수상한 김경해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자 첫 번째 청소년소설이다. [하프라인]에서 그녀는 자신의 경험담을 소설에 녹여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사랑을 따듯하게 담아내고 있다.
축구를 하는 아들을 둔 작가에게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자식의 꿈이자 미래였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학업을 뒤로 하고 일찍이 운동에 미래를 결정한 청소년의 불안한 심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 운동을 하는 다소 거친 친구들 사이에서 느끼는 열등감과 시기, 질투는 그를 패배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밑거름이 됐다. 둥근 축구공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사춘기 청소년들이지만 축구공이 그러하듯 삶을 경험하고, 실패와 좌절을 맛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진정한 어른으로, 또 축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재능 있는 선수는 열심히 뛰는 선수를 이길 수 없고,
열심히 뛰는 선수는 즐기면서 플레이하는 선수를 이길 수 없다
‘하프라인’은 축구 경기가 시작될 때 스트라이커가 가장 처음 공을 패스할 수 있는 곳으로, 주인공의 스트라이커로서의 강한 자긍심에 비유된다. 스트라이커로서의 자긍심은 주인공이 축구를 할 수 있게 하는 힘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부상으로 결국 스트라이커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내줘야 할 때 주인공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축구로 다져진 몸과 마음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조금 더 성장한 것이다.
미드필더로의 포지션 이동은 실패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었으며, 축구를 즐기면서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젠 더 이상 하프라인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할 수 없게 됐지만 하프라인 아래에서 더욱 축구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진정한 축구의 맛을 터득한다.
[줄거리]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축구 소년의 그라운드 안에서 펼치는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때 남들보다 조금 늦게 축구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재능과 스피드로 중학교에 스카우트되어 스트라이커로서의 축구 인생을 시작한다. 하지만 정식으로 축구를 시작함과 동시에 자신이 아주 특별한 존재가 아님을 깨닫고 열등감과 끊임없는 경쟁의식으로 지쳐간다.
스트라이커로서의 자부심과 자존심이 오히려 골에 대한 강박관념과 욕심을 낳고, 그 욕심으로 인해 계속되는 부상과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다. 경기 도중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한동안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자연스럽게 쓸 수 없게 되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자, 그런 자신의 모습을 비관하며 죽으려는 결심까지도 해본다. 하지만 죽음마저도 인내와 끈기 부족으로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축구를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절망 속에서도 주인공을 일으켜 세우는 가족 때문에 다시 힘을 낸다. 부모님과 함께 몸을 다시 만들고 드리블을 연습하고, 킥을 차본다.
몸은 예전 같지 않지만 기회를 잡아 다시 뛰게 된 경기. 축구를 다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파이팅 하며 경기에 나섰지만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일 뿐이다.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드로 포지션을 바꾸라는 감독의 명령이 떨어지고, 주인공의 자존심은 다시 한 번 무너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스트라이커가 아닌 미드필더로서 축구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여러 실패와 좌절의 시간을 통해 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