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 성공

이 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지나친 것은 오히려 모자람만 못하다.’라고 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다. 저자가 임상에서 경험한 사례 하나 하나가 모두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든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던 이성의 허세로 인한 고통을 비단 나뿐만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아주 많은 친지들이 함께 겪고 있다는 사실에 슬픈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이성에게 모든 죄를 물을 수는 없다. 자아가 형성되기 전부터 부모, 형제, 친구, 선생님을 통해 올바른 가치라고 배운 것을 그저 성실하게 실행에 옮긴 잘못 밖에는 없다. 이 책이 적잖이 가슴을 후려친 것은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오래 전 심리학에 관한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며 기억에 남는 말 중 하나가 ‘풀리지 않은, 해소 되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그 책임을 묻기 위해 험악한 얼굴로 나타난다.’는 말이었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과도한 이성의 통제와 그로 인해 억압된 감정, 이것이 현대인 들이 겪는 대부분의 정신적 고통의 핵심 원인이라는 것. 분명 고통스럽지만 아무리 병원을 찾아가도 원인을 찾을 수 없다. 나 또한 정확히 같은 고통을 몇 해전부터 겪어왔다. 미칠 노릇이었다. 큰 문제와 작은 문제가 동시 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세상에서 옳다고 여긴 덕목들 - 성실, 부지런함, 성취, 경쟁에서의 승리, 완벽주의 - 을 정말 거의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실천했다. 이상할 노릇이었다. 분명 세상이 시킨 대로 실천하고 또 실천했는데, 그렇게 실천하면 끝이 보일 줄 알았는데, 그 끝에는 새로운 시작, 새로운 경쟁, 새로운 숙제가 산적해 있었다. 심기일전하고 그 관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관문이, 마치 끊임없이 돌고 도는 쳇바퀴 속을 쉬지 않고 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세상이 일러준 바른 길을 걸어간 대가로 많은 걸 얻었다. 그런대로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집, 자동차 그리고 각종 소유물들. 파릇한 젊음을 희생하여 얻은 것들로 인한 행복은 잠시, 만족하지 못한 자아는 또 다른 것으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추구하고, 경쟁하며 달리고 또 달렸지만 결코 끝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내가 결코 잡을 수 없는 그림자와 경주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렇게 달리는 것이지?” 스승께서 말씀해주신 독서의 여러 즐거움 중에서 나는 “독서란 잃어버린 마음을 찾는 것이다.”라고 하신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 이 책을 통해 그저 직관적으로, 감으로만 느꼈던, 마땅한 언어를 만나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는 내 마음의 파편을 한 곳으로 모은 표현들을 아주 많이 만나게 되었다. 감성이 배제된 이성의 독주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멈추지 않는 자동차의 말로는 아찔하다. 그렇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아니 이 책뿐만이 아니라 최근 읽은 책들을 통해 만난 잃어버린 마음이란 다름 아닌 감성의 영역이다. 해맑은 아이의 마음, 시인의 언어, 멈추었을 때 비로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30년 이상을 켜켜이 쌓인, 뼛속까지 스며든 성취와 경쟁의 도식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강박 수준이 되어 쉽게 멈추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결책은 겸손이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뿐만 아니라, 삶의 목표를 낮추는 겸손을 제안한다. 결국 카잔차키스로 귀결된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자유다.” 쉽지 않다. 적어도 살아온 시간의 절반 이상은 지나야 할 것이다. 저마다의 때가 있는 법. 불혹, 지천명, 이순의 지혜도 저마다의 때를 만나야 삶 속으로 들어온다. 그러니 서두를 필요가 없다. 분명 습관은 삶의 여유와 여백마저 쟁취하려 들 것이다. 너무나 무서운 성취와 경쟁의 강박. 이성에게 죄를 묻는 것, 감성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것, 이 또한 절름발이다. 결국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이성과 감성을 둘로 쪼개는 이분법의 도식에서 벗어나 그저 흔들흔들 균형을 잡아 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춤추고 흐르는 것이 지혜로운 해결책이다.

어제 MBC 스페셜에서 '소진 증후군'에 대한 내용이 나오던데...모두 다 제 얘기 같았습니다. 불면증, 무기력함,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반응 등등...뻔한 심리치유서라기보다는 우리가 평소 생활이나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느끼는 사례들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마치 내 마음을 듣고 상담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