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읽기에 걸맞은 새로운 형식과 현대적 번역
한글세대를 위한 우리 시대의 ‘동문선’
우리 고전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안대회, 이종묵, 정민 등의 중견 학자를 비롯해 이현일, 이홍식, 장유승 등의 신진 학자들이 참여한 선집이다. 선인들의 깊이 있는 사유와 통찰, 지혜가 스민 우리나라의 고전 한문 명문 중 현대인에게도 생각거리를 제공하고 감동을 주는 글들을 가려 뽑아 현대어로 옮기고 풀이했다. 한 권당 일곱 편씩 번역문과 해설, 원문을 함께 실어 구성했으며 매달 세 권씩 전자책으로 출간된다.
73권에는 고려 후기 문신 이색의 글을 실었다. 원나라와 명나라, 고려와 조선이 교체되는 혼란한 시기에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자 성리학적 이념을 보급한 대학자 이색은 정몽주, 길재, 정도전의 스승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표제작 「세상 끝의 정자」는 홍건적의 침입으로 영해(寧海)에 피난했을 때 쓴 글이다. 우리나라 동쪽 끝인 영해에서 중국의 서쪽 끝 유사(流沙)를 생각하면서, 한 사람의 미미한 존재가 드넓은 천하에 대응할 수 있는 까닭을 다름 아닌 마음에서 찾는 데서 그의 사상이 드러난다. 「아버지의 바둑돌」, 「호연지기」 등 같이 실린 다른 글들도 모두 넓고 깊은 사유만이 아니라 담담한 서정까지 담고 있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