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시대,
허위 정보와 극단주의의 구조를 해부하다
자신만의 ‘알고리즘’에 갇혀서 팩트가 아닌 것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 한국사회는 2024년 말부터 지금까지 내란과 탄핵이라는 거대한 폭풍을 거쳐 왔지만, 극단주의 세력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후안무치하게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이를 통해 정치적 동력을 얻는다. 한 사회 안에서 합의가 가능한 지점들이 점차 적어질 뿐 아니라 이로 인해 더 깊은 분열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크다. 사람들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면서’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점점 더 팩트와 가짜뉴스를 분별하지 못하거나 그럴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허위로 가득 찬 자기만의 필터 버블에 갇히고 마는 것일까.
350만 구독 유튜브 채널 ‘데이비드 팩먼 쇼’를 진행해오고 있는 저자 데이비드 팩먼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원제 The Echo Machine)에서 지금의 사회는 에코 체임버 현상을 넘어서서 ‘에코 머신’이라고 불릴 법한 확증 편향을 일으키는 기계가 되어버렸음을 설파한다. 국가 내 사법 시스템, 의회와 선거제도의 문제점, 언론과 뉴미디어의 문제 등을 통합적으로 살피며, 에코 체임버에서 벗어나 리터러시를 키우고 민주 시민으로 거듭나야 할 이유와 방법들을 안내한다.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정준희 추천사)는 말처럼, 한국 사회에도 날카로운 경고와 대안이 될 영감을 동시에 안겨 주는 책이다.
“복지는 낭비다!” “기후위기는 거짓말이다!”
명백한 팩트 앞에서도 사람들은 왜 생각을 바꾸지 않을까
명백한 팩트를 눈앞에 보여줘도 절대 믿지 않는 사람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확증편향과 가짜뉴스, 조롱과 선동으로 시작해 확신에 찬 착각 속에서 안주하기 때문이다. 정치 평론가이자 시사 유튜버인 저자는 “미국의 정치판은 병들었다”고 선언하며, 기후위기나 보건, 복지제도 같은 명백한 사실들조차 합의 이전으로 자꾸만 되돌아가고 마는 현실 속에서 정치 혐오자가 되어가는 자신을 고백한다.
이처럼 공론장에서의 건강한 소통 대신 각자의 ‘필터 버블’과 배타적 세계관에 완전히 갇혀버린 현대인들을 향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의 실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디어 알고리즘이 어떻게 대중의 인지적 취약성을 파고들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세상을 완성했는지 그 메커니즘을 낱낱이 해부한다.
저자는 미국 사회가 ‘탈진실’(Post-Truth) 속에 안주하게 되어버린 원인을 다각도로 짚는다. 대의제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입법 제도, 투표권이 중대하게 제약되는 왜곡된 선거구, 구체적인 정책 논의는 팽개친 채 상대 진영에 대한 인신공격과 선동에만 집착하는 정당정치, 기업형 미디어가 필요로 하는 언론 소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는다면 결국 시민 개개인은 극단적인 진영논리와 정치혐오 중에서 양자택일할 것을 강요받게 된다.
가짜뉴스와 탈진실을 물리치고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는 법:
공교육 강화, 비판적 사고, 미디어 리터러시 향상
팩먼은 잘못된 정보와 반지성주의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대중의 의견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위해 정교하게 기획된 동력이라고 경고한다. 객관적인 사실보다 감정과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탈진실 시대의 위험성을 생생한 사례와 연구로 고발하며, 외로움과 소속감에 목말라 각자도생의 ‘버블’에 갇힌 채 서로를 적대시하는 현대 사회의 민낯을 밝힌다.
이 책의 장점은 구체적인 대안 제시에 있다. 무비판적인 정보 수용을 막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향상,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지적 겸손함’의 배양, 그리고 필터 버블을 깨기 위해 나와 다른 관점의 매체를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노력 등이 시급하다. 뉴미디어 언론들의 플랫폼으로서의 책임감도 중요한 요소다.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확증편향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면 이 책이 전하는 생생한 경험과 구체적인 대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알고리즘이 유도하는 정보 속에서 중심을 잡고 비판적 사고를 회복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뻔한 진실을 넘어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명확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사
쉽고 친절하며 구체적이다. 원문도 그렇고 번역문도 그렇다. 미국이 왜 이렇게 엉망진창인지를 미국인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쓰인 책일 테지만, 한국을 비롯한 각 나라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나라와 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미디어의 최전선에 선 저자가 “원칙에 기반을 두어 의미 있는 논의를 이끄는 책임”을 강조하는 이 책이 그래서 결코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다. — 정준희 (미디어인문 시민학교 해시칼리지 원장, 정준희의 논 진행자)
“오물을 치우려면 누군가는 오물통 속에 들어가야 한다.” 2019년에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를 시작하면서 던졌던 화두다. 이 책은 “시스템을 바꾸려면 시스템 안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변한다. 서문에서 ‘정치를 혐오한다’고 선언한 정치 토크쇼 진행자의 책이 정치혐오 전시장이 아니라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되는 이유다. ‘최악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자리에 오르는 유일한 미래’를 막기 위해, 에코 체임버에 갇히지 않는 현명한 시민이 되자는 이 책의 제안에 손을 맞잡고 싶다. — 임경빈 (유튜브 사장남천동, 헬마라이브 진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