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청산의 절박한 숙제였던 친일재산,
친일재산 처리를 위한 우리시대의 정의로운 도전에 대한 기록
<친일재산에서 역사를 배우다>는 지난 4년 동안 친일재산을 조사하고 국가에 귀속하는 활동을 한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엮은 친일재산에 대한 체계적인 역사교양서이다. 이 책에는 친일파와 친일행위, 친일재산의 형성과 내역, 친일재산 국가귀속 규모와 내역 등을 쉽고 재미있게 잘 정리하고 있다. 한마디로 친일재산 관련된 최초이자 가장 체계적인 단행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위원회의 친일재산 조사활동의 실천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지만 단순한 <백서>나 보고서의 체계와 내용을 뛰어넘어 하나의 역사교양서가 되도록 내용을 보완하고 보다 대중적으로 편집한 책이다. 친일파에 대한 알기 쉬운 설명과 친일행위의 구체적 실상은 물론 이와 연관된 친일재산의 형성과정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친일재산 국가귀속에 대해서는 보고서 형식을 탈피하여 친일청산의 다양한 노력을 함께 정리하며 친일청산 전반에 대한 다양한 성과를 서술하고 있다.
친일재산의 시작에서 국가귀속까지 완벽한 청산과정의 살아있는 기록
이 책은 3가지 핵심적인 주제로 꾸며져 있다. 우선 ‘친일파, 그들은 누구인가?’에 대해 쉽고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다. 친일파라는 개념의 관습적이고 규범적 이해를 넘어 이 책에서는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일제 식민통치의 하수인”, “침략전쟁의 앞잡이”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이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증적 이해를 제시한다. 특히 대표적 친일파로 지목되는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구적 이외의 다양한 친일행위에 대해 추적하여 친일행위의 구체적 실상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일제로부터 받은 각종 작위명단, 일본 제국의회 진출 조선인, 일제강점기 신흥 엘리트였던 중추원 참의 등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친일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친일행위의 구체적 실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친일파들이 내세우는 대표적인 비루한 변명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박하고 있다.
‘친일재산, 어떻게 만들어 졌나’에서는 친일의 대가가 어떻게 친일재산 형성에 연관되는지, 그 규모와 대표적인 친일재산 소유자와 대를 이은 세습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다. 친일재산의 유력한 부의 축적 수단이 “나라를 팔아먹고 받은 돈”인 일제로부터 받은 은사금, 월급, 각종 수당 등임을 역사적 근거들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즉 친일의 대가로 받은 경제적 이익의 배경과 과정 그리고 그 실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제와 유착하여 각종 특혜를 기반으로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역사적 사실도 충분히 설명되고 있다.
‘친일재산 국가귀속, 어떻게 했나’에서는 친일재산 국가귀속의 법적, 역사적 근거와 정당성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까지의 우리사회의 친일청산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들도 잘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친일재산의 국가귀속에 이르는 조사, 귀속결정과 내용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재산이 국가에 귀속된 친일파들의 명단과 세부내역 등은 가장 신뢰도 있는 자료적 가치들로 뜻 깊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운 역사를 되돌아보고 성찰로 이끄는 역사교양서
우리 근현대사를 이야기 할 때, 식민지배의 원인과 그 결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독립의 노력, 그리고 지속된 친일잔재 청산이라는 핵심주제들에서 비껴날 수 없다. 친일재산이 민족사의 비극이 잉태한 부끄러운 역사적 장물이라 할 때, 친일재산 프리즘을 통한 우리 근현대사 이해는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다. 부끄러운 과거이지만(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한), 우리역사를 되돌아보고 더 나은 미래를 논의하는데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화두인 것이다.
따라서 친일재산을 중심으로 우리 근현대사를 조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우리들의 ‘역사적 노력’을 함께 정리하여 역사적 교훈과 역사적 정의를 논의하는 이 책은 우리역사를 이해하고 성찰하는 역사의식을 고양시키고, 풍부한 역사적 지식 또한 실감나게 제공하고 있다. 친일재산을 통해 친일청산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보고, 역사적 정의에 대한 미래지향적 토론의 기반을 제공하는 역사교양서이자, 그 자체로 우리의 친일청산 의지와 그 성과를 증명하는 우리시대의 뿌듯한 결과물이기도 한 것이다.
역사적 반성과 성찰, 미래를 열어가는 역사의식과 다짐들을 자극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