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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말 상세페이지

수전 손택의 말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

  • 관심 1
소장
종이책 정가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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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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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0원
출간 정보
  • 2015.04.15 전자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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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 9.2만 자
  • 11.1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
ECN
-
수전 손택의 말

작품 정보

파리와 뉴욕에서 수전 손택과 함께한 시간
35년 만에 완전히 공개된 마흔다섯 살의 인터뷰


1978년은 수전 손택에게 특별하다. 전해인 1977년 역작 『사진에 관하여』를 출간해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고,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고서 수술과 투병으로 보낸 2년여 동안 구상한 또 다른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이 출간된 해이기 때문이다. 1978년 수전 손택은 정확히 마흔다섯, 이를테면 사십 대의 절정에 이르렀고, 그간의 신념과 저서 그리고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는 일은 죽음을 관통해 생의 한가운데로 돌아온 그녀에게 남은 생의 방향을 잡는 일이 될 터였다. 그래서 수전 손택은 이즈음의 한 인터뷰에서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앎을 얻었지만, 또한 지금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며, 자신에 관한 가십거리 담론이 싫어서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깊은 속내를 털어놓았고, 그럼으로써 ‘살아 있음’을 재확인/재증명했다. 요컨대 인터뷰를 통해 그는 자기 삶의 전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수전 손택의 말』은 이런 수전 손택이 1978년 [롤링스톤]과 가졌던 인터뷰를 오롯이 담은 책이다. 다양한 매체의 인터뷰를 엮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긴 인터뷰를 원래의 호흡대로 담았다. 인터뷰에서 수전 손택은 자신의 책들의 내용과 표지에 관한 소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를 늘어놓을 뿐 아니라, 카프카, 베케트 등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빌 헤일리 앤 더 코메츠, 척 베리 등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 그리고 글쓰기에 관한 지론은 물론이고 파리와 뉴욕 등 자신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는 도시들에 관해서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문학, 영화, 음악, 사회, 성, 사랑,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생기 있게 긴장과 이완을 번갈아가는 수전 손택의 말에서 여지없이 그만의 지성이 배어난다. 정갈하게 통제한 언어로 자기 노출을 삼가던 평소와 달리, 조금은 압력을 뺀 ‘사람 손택’의 진정한 모습을 보는 일이 즐겁다.
이 인터뷰는 1978년 6월 파리에서, 다섯 달 뒤인 11월 뉴욕에서 모두 12시간에 걸쳐 이루어졌고, 그중 3분의 1만이 [롤링스톤] 1979년 10월 4일 자에 게재되었다. 인터뷰 전문이 공개된 것은 35년 만에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다.

그해 《롤링스톤》지에 인터뷰 기사를 게재한 바 있는 콧이 손택의 사후에 편집도 논평도, 그 어떤 다른 매개도 없이 열두 시간에 걸친 긴 대화 속에서 포착한 그녀의 ‘육성’을 그대로 다시 한 번 ‘옮겨 적어’야겠다고 결심한 건, 아마도 인터뷰어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첨언과 해석의 권리를 포기하고 불필요한 신화의 양산에 동조하지 않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몰개성적 ‘글’이 아니라 1978년 싱그러운 어느 여름날, 파리와 뉴욕이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발화된 사적이고 특수한 ‘말’을 성실하게 포착한다. 추임새와 웃음소리를 포괄하는 이 대화 속 수전 손택의 말에는 목소리가 있고, 체온이 있고, 감정이 배어난다. 그녀의 삶을 종단하는 서사는 없지만, 그녀 삶의 짧은 한 순간을 함께 횡단하는 체험이 있다.
-「옮긴이의 말」에서

‘글’이 아닌 ‘말’로 읽는 수전 손택
사람 손택 내면의 방으로의 초대장


수전 손택의 시각은 달랐다. “나는 인터뷰라는 형식을 좋아해요.” 그녀는 언젠가 내게 말했다. “대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문답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터뷰를 좋아하는 거죠. 그리고 내 사고의 상당 부분이 대화의 소산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어떤 면에선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혼자 해야 하고 그래서 나 자신과의 대화를 꾸며내야 한다는 사실이에요. 이건 본질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활동이거든요. 저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은둔자가 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그리고 대화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낼 기회를 주죠.
-「서문」에서

인터뷰에 대해 수전 손택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인터뷰는 그에게 “자신과의 대화를 꾸미는 일” “자연스럽지 못한 활동”에서 벗어나는 일이었고, 자신이 진정 생각하는 바를 알아내는 길이었다.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은 작심하고 쓴 그의 다른 저서들과는 결이 다르지만, 그 자체로 수전 손택 저서이자 수전 손택의 글과 철학과 취향과 생활을 한데 담은 진정성 있는 기록이 될 수 있었다.
수전 손택의 내밀한 모습을 담아내는 데에는 인터뷰어인 조너선 콧의 역할이 큰 몫을 했다. 《롤링스톤》 구상 단계부터 함께한 창립 공신 에디터이자 저술가인 조너선 콧은, 인터뷰 중에도 언급하듯, 수전 손택이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시절 학부 수업을 들은 학생이었다. 졸업 후 그는 《롤링스톤》 유럽 지역 편집자를 맡고 기고하는 등 수전 손택과 꾸준히 교집합을 이루어갔고, 수전 손택이 『사진에 관하여』를 출간하고 『은유로서의 질병』 출간을 눈앞에 두었을 무렵 오랜 기다림 끝에 인터뷰를 제의했다. 그래서 『수전 손택의 말』은 수전 손택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에, 사제 간의 라포를 바탕으로, 그 어떤 인터뷰보다 편안하게 발화된 밀도 높은 대화를 담게 되었다. 최소한만 개입하며 일상 화제부터 철학적 난제까지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는 조너선 콧과, 모든 질문을 내다본 듯 다부진 답변을 내어놓는 수전 손택, 이 두 사람의 대화에는 여느 저서와 다른, 아늑한 거실에서 와인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말처럼 생생하고 느긋한 현장감이 있다. 수전 손택과 조너선 콧이기에 가능했던 화학작용이 이 책에 고유성을 더한다.

콧 / 프랑스의 삶과 문화에 특별한 동질감을 느끼시는 것 같은데요.

손택 / 그건 확실해요. 정말 그랬죠. 애초에 그래서 거기 정착하게 된 거예요. 전 머릿속에서 상상 속 프랑스를 그리고 있었어요. 발레리와 플로베르와 보들레르와 랭보와 지드로 이루어진 세계였죠.

뉴욕은 내가 굳건한 소속감을 느끼는 장소고 내 본거지라는 느낌을 주며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해요.
-본문중에서

수전 손택의 꾸미지 않은 모습을 담을 수 있었던 데엔 인터뷰 장소 또한 중요했다. 사후 수전 손택이 안장되었을 만큼 큰 친밀감을 형성했던 파리, 그리고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수전 손택의 거점이지 않은 적이 없었던 뉴욕. 수전 손택이 강한 소속감을 느낀 이 두 도시에서의 인터뷰는 수전 손택에게 홈경기와 같은 것이었고, 그 덕에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분위기’를 자유롭고 편안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다. 파리와 뉴욕이 주는 안정감 안에서 수전 손택은 말하기를 자극받는다. 작품을 이야기할 땐 냉철하게, 가족을 이야기할 때 애틋하게, 세상을 이야기를 할 땐 비딱하게, 이 책에서 그는 누구의 선입견도 작용하지 않은 바로 그 수전 손택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전한다.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수전 손택의 확실한 기록


1965년의 일기에서 수전은 다짐한 바 있다. “《파리리뷰》의 릴리언 헬먼만큼 명료하고 + 권위적이고 + 직접적인 말투를 갖출 수 있을 때까지 인터뷰는 일절 하지 않을 것.” 그로부터 13년 후, 6월 중순의 어느 햇살 맑은 날 나는 16구에 자리한 수전의 파리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와 나는 거실의 소파 두 개를 차지하고 앉았고, 나는 우리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 카세트테이프 녹음기를 꺼내놓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한 그녀의 명료하고 권위적이고 직접적인 답변을 경청했다. 수년 전 스스로 목표로 했던 화법을 터득한 게 분명했다.
-「서문」에서

이 인터뷰가 이루어진 1978년, 수전 손택은 보다 명료하고 권위 있고 직접적인 말투를 갖춘, 완전체에 가까운 수전 손택이었다. 여타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 호불호가 더욱 뚜렷해졌고, 사회에는 보다 강한 발언을 할 수 있을 만큼 입지를 다졌다. 더욱이 암과 고투한 끝에 다시 삶을 찾은 상태였다. 그래서 모든 것이 분명해진 이때의 수전 손택의 말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아집과 자만에서가 아니라, 버릴 것과 취할 것에 대한 확신에서 내뱉는 수전 손택의 당찬 말들이 긴 대화에 빼곡하다.

제라드 맨리 홉킨스와 듀나 반스를 열렬하게 좋아했죠. 지금은 둘 다 도저히 못 읽겠더라고요. 그렇지만 각자 그 나름대로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모든 걸 배웠고, 그들의 글쓰기가 내 머릿속에 새겨져 있어서 줄줄 외울 정도라는 말이죠. 그 작가들을 철저히 흡수했는데 다시 읽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외려 그 두 작가에게서 배운 게 뭐든 거기서 탈피하고 싶을 뿐이에요.
-본문중에서

수전 손택은 직접적인 화술과 행동가적 면모 때문에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져왔다. 하지만 『수전 손택의 말』에서 그는 ‘사람 손택’의 모습이 두드러진다. 행동가, 비판자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순간순간 강렬한 모성을 드러내기도 하며 어린 시절 도시들을 오가며 자란 쓸쓸한 기억을 털어놓기도 한다. “전 자신을 스스로 창조했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저한테는 효과가 있는 착각이에요”라며(194쪽) 스스로 일군 것을 기특해하는 모습이 더없이 인간적이다. 타인의 입이 아니라 본인의 입으로 조직하는 수전 손택의 형상은 선도 면도 아닌 입체다. 12시간에 달하는 긴 호흡을 함께하다 보면 냉철하되 인간적이며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다양한 매력의 수전 손택을 느낄 수 있다.

추천사
감명 깊게 읽었음에도 정작 지은이를 기억 못하게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어떤 예외적인 텍스트는 작가를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들지요. 친근하게 다가와서는 불쑥 자신만의 내면의 방으로의 초대장을 독자에게 건네주는 듯한 텍스트를 써내는 작가가 그렇습니다. 저에겐 수전 손택이 그런 예외적 존재입니다 .
“군더더기 없고, 정확하고, 요란하지 않고, 꾸밈없”는 문체를 구사한다고 소문난 손택입니다. 하지만 제가 손택의 문장을 읽으면, 머릿속에서 그만의 글쓰기 비법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집니다. ‘사람?손택’에 대한 관심이 문장 스타일의 비법에 대한 호기심을 압도해버리니까요.
언젠가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다행히 여기 인터뷰 기록 속에서 우리는 ‘사람?손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손택은 자신의 책과 사랑 그리고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인터뷰 기록을 읽는 동안 전 마치 손택과 와인을 함께 마시고 있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뛰어난 문장으로 유명한 ‘에세이스트?손택’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사람?손택’과 만났습니다. 그래서 전 와인을 마시며 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노명우(사회학자)

책속으로 추가
투손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건 어마어마한 변화였죠. LA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버클리로 갔다가 시카고대학으로 진학했고, 다음에는 하버드대학원으로 갔어요. 그리고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지내다가 뉴욕으로 갔어요. 사람들은 제가 뉴요커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스물여섯이 되어서야 이사한걸요……. 마침내 고향 모스크바에 돌아온 마샤(1967년 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 언론인 겸 작가로 1981년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10년 뒤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같은 기분이었죠. 전 항상 뉴욕에 살고 싶었고, 그렇게 될 거라는 걸 알았어요. 내가 선택해서 뉴요커가 된 사람이죠.

작가

수전 손택Susan Sontag
국적
미국
출생
1933년 1월 16일
사망
2004년 12월 28일
학력
1955년 하버드대학교 철학 박사
1954년 하버드대학교 영문학 석사
1951년 시카고대학교 학사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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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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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미국 문단의 다크 레이디’…… 평론가, 소설가, 에세이스트, 영화감독, 페미니스트, 정치행동가. 이 모든 말이 수전 손택(1933~2004)을 수식한다. 그녀가 죽은 후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 제목을 ‘여왕이 영면하다’라고 붙였다.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다방면에 걸쳐 활약한 손택을 이해하려면 길잡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침 이 책 <수전 손택의 말>을 독서모임에서 다루기로 했다. 이 책은 롤링스톤지 에디터 조너선 콧이 1978년 파리와 뉴욕에서 12시간에 걸쳐 손택을 인터뷰한 녹취록 전문을 편집해 수록했다. 인터뷰는 손택이 유방암으로 수술과 치료를 받은 후 회복해, <사진에 대하여>를 출간해 스포트라이트를 한창 받고 있고, 투병 기간 영감을 받아 쓴 <은유로서의 질병> 출간을 앞두고 이루어졌다. 인터뷰가 1978년 당시 그녀의 삶과 저술을 광범위하게 다루다보니 논리적으로 일관된 흐름을 보여주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말처럼 ‘파편적으로’ 삶과 사상 및 저술에서 중요한 부분을 다룬다. 책을 혼자 읽은 후에는 도저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눈 후 몇몇 개념을 중심으로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능했다. 내가 이해한 과정과 내용을 아래에 정리해본다. 몇 권의 소설과 에세이 <캠프에 대한 단상>으로 여러 지식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던 손택은 1966년 <해석에 반대한다>를 발표한다.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첫 번째 글에서 손택은 해석을 반대한다. 내용 속에 깊이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반동적이고 보수적인 해석 작업이 예술이나 문학자체를 고갈시키고 예술의 특수성에 폭력을 가하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한다. 손택은 해석 작업이 도시의 매연처럼 “우리의 감성에 해독”을 끼치고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라고까지 매도한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투명성의 경험 즉 “사물의 반짝임을 그 자체 안에서 경험하는 것,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경험”이라고 주창한다. 이래야만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으로서 감성을 회복할 수 있다. 손택의 유명한 결론. “해석학 대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성애학(erotics)이다.” 출처 : 교수신문(http://www.kyosu.net)] 모임에서 한 분이 <해석에 반대한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이 나온 1966년은 뒤샹의 ‘샘’(변기에 사인을 하고 미술관에 전시) 이후 현대미술이 발전하던 시기다. 잭슨 폴록(천에 물감을 흩뿌리는 액션 페인팅, 추상표현주의)이나 마크 로스코가 명성을 얻던 때다. 일부 평론가는 현대미술 작품을 설명하며 작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내용을 억지로 찾아내 의미를 부여하고 작가의 의도로 해석했다. 이것은 중세나 근대 시기 회화에 알레고리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스텐비크, <정물-바니타스의 알레고리>, 1640년, 런던 내셔널 갤러리] 위 그림은 바니타스(Vanitas, 라틴어로 허무, 허영, 덧없음을 의미한다) 주제의 정물화다. 해골은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의미한다. 책은 배움과 지식의 한계, 악기는 세상의 즐거움이 지닌 무상함을 나타낸다. 일본도와 동남아산 조가비, 비단 천은 진귀함과 부를 나타낸다. 그 모두가 허영과 관련이 있다. 불 꺼진 램프와 시계는 생명의 유한함을, 깨지기 쉬운 도기는 인간의 연약함을 의미한다. 인생은 이런 도기에 물이나 소중한 것을 넣어 나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30293.html#csidxe37fbcf479a24f9bcf5f5db9fe01b90 이 그림은 제목에서부터 알레고리를 통해 작품을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아래 마크 로스코 작품은 어떨까? [마크 로스코. Untitled, 1970.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이 작품을 위에 있는 정물화처럼 해석하면서 감상할 수 있을까?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 미묘한 색감이 불러일으키는 느낌에 집중하는게 맞다. 붉은 색은 사회주의를 표현하는 색이니 작가는 사회주의자로서 그의 사상을 작품에 드러냈다고 해석하면 이는 해석을 위한 해석이다. 손택이 반대한 해석이다. 내용이 아니라 형식(스타일)이 예술 감상에서 핵심이다. 이 책 서문에서 조너선 콧은 1930년대에 활약한 독일의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1902~2003)을 언급한다. 리펜슈탈은 1935년 나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촬영한 영화 <의지의 승리>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기록 다큐멘터리 영화 <올림피아드>를 만들었다. <의지의 승리>와 <올림피아드> 에서 그녀가 선보인 다큐멘터리 형식은 더없이 훌륭했다. 그녀가 활용해 수많은 사람들을 홀린 다큐멘터리 형식은 곧바로 이 장르에 수용되어 전형이 되었다. 영화사에서 그냥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영향을 남겼다. 그러나 이 뛰어난 형식이 비춘 내용은 다름아닌 나치 정당과 히틀러의 위용이었다. 그렇다면 이 형식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비슷한 질문을 친일 부역 혐의를 받는 서정주 시인이나, 적극적으로 군부 독재를 찬양한 김춘수 시인의 작품에 대해 던질 수 있다. 작가와 작품을 완전히 별개로 놓고 감상할 수 있는걸까? 직업이 사람의 건강과 몸을 돌보는 일인지라 <은유로서의 질병>과 관련된 인터뷰가 더 다가왔다. 2012년에 읽은 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주장하는 바가 <해석에 반대한다>와 궤를 같이한다. 손택이 유방암 발병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고 앞에 말했다. 암은 단순한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우선 환자는 도덕적으로 죄를 지었거나, 몸 관리를 잘못했기에 병에 걸렸다는 죄책감을 느낀다. 암에는 온갖 영적 가치가 따라붙는다. 그때문에 사람들은 원인에 집착한다. 한편으로, ‘사회의 암적인 존재’ 처럼 암은 부정적이면서 치명적인 무언가를 은유한다. 손택은 투병 과정에서 질병을 은유로 사용하는 일을 숙고했다. 그리고 이 작업 또한 <해석에 반대한다>와 일맥상통함을 깨닫는다. “질병을 해석하지 말라,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만들지 말라. 설명을 하거나 이해하려 노력하지 말라는 뜻은 결코 아니었어요. 그게 아니라 그냥 x의 참된 의미가 y라고 말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 자체로서의 사물을 저버리지 말라는 거죠. 그 자체로 정말로 존재하는 사물이니까요. 질병은 질병이에요.” “병이 들어서 치명적인 질환을 앓는 건 마치 자동차에 치이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앓아눕게 됐나 걱정해봤자 별로 의미가 없다.” 손택의 통찰이 옳다.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도대체 왜 걸렸는지 묻는다. 원인에 집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질병은 원인 불명이다. 특히 암이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이 약해져 생기는 병은 더욱 그렇다. 진짜 중요한 일은 제대로 잘 치료하는 데에 있다. 질병의 원인이라고 밝혀진 것들은 대개 발병 후 사후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해석을 위한 해석을 하는 일과 같다. “종교적 신념의 붕괴 이후로 영적인 가치들이 부착된 두 가지 대상이 바로 예술과 질병입니다.” “18세기 중반 이전에는 질병의 은유를 근대적으로 활용하는 예를 찾을 수가 없더군요. 질병이 인간 조건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쓰인다는 발상 말입니다.” 과학혁명과 계몽사상이 종교적 사유를 밀어냈다. 그렇다고 영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 사라지지 않았다. 종교적 삶을 대신해 영적 가치가 자리잡은 곳은 손택의 말대로 예술과 질병이었다. 한편, 근대 국가는 국민들의 삶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통제한다. 산업혁명으로 탄생한 대규모 공장, 모병제, 학교 같은 제도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도 돌볼 필요를 만들었다. 근대 의학의 탄생, 즉 국가가 건강을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질병에는 사회적 가치가 스며들었다. 마침내 질병은 그 자체를 넘어 다른 가치를 전유하는 은유가 되었다. 손택은 은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질병을 은유로 사용하는 일을 비판한데서 은유를 부정적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은유에 극단적인 회의론을 품고 있다고 해야겠죠. 은유는 사유에 핵심적이지만 쓸 때는 은유를 믿으면 안 돼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허구라는 걸 알아야 하죠. 아니, 필수적인 허구가 아닐 수도 있어요. 은유를 품지 않은 사유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죠. 그러나 바로 그런 사실이 그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주는 거예요. 내 마음을 끄는 건 항상 그런 회의주의를 표현하면서 은유를 넘어 깨끗하고 투명한 무언가로 나아가는 담론이에요. 바르트의 표현을 빌리면 0도의 글쓰기죠.” “내 마음은 잔잔한 호수과 같다.” 이 문장의 뜻을 파악하기 어렵지 않다. 마음이 고요한 상태다. 이 상태를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이 일지 않는 호수의 수면 모습에 비유했다. 그런데 마음과 호수는 실제로는 전혀 다른 존재다. 은유는 관심을 돌린다. 달을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머물게 한다. (이것도 비유다) 은유는 오도한다. 은유에 비판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풍부한 의미를 놓치고 스테레오타입에 머문다. 통념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채 고정된 관념에 매달리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손택의 사상은 거짓된 관념과 해석을 비판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데에 있다. 해석을 위한 해석이나 은유를 통해 오도된 이해를 비판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는 어떤걸까? “착시와 허위와 선동을 파괴하려고 애쓰는, 그래서 만사를 더 복잡하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만 해요.” 세상 모든 것은 단순하지 않다. 은유는 대상의 속성 중에서 하나만을 강조하고 가리킨다. 총체적 앎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더욱 관심이 많은 경향이 있으므로 자신의 일은 더욱 단순하게, 타인의 일이나 어떤 대상을 탐구할 때는 더 복잡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kra***
    2018.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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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지성이 실린 책더보기

  •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윤철희)
  • 보르헤스의 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 레비스트로스의 말 (조르주 샤르보니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엔니오 모리코네의 말 (엔니오 모리꼬네, 쥬세페 토르나토레)
  • 스필버그의 말 (스티븐 스필버그, 이수원)
  • 필립 K. 딕의 말 (필립 킨 드레드 딕, 데이비드 스트레이트펠드)
  • 김혜순의 말 (김혜순)

말 시리즈더보기

  • 박완서의 말 (박완서)
  • 파스칼 키냐르의 말 (샹탈 라페르데메종, 파스칼 키냐르)
  •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시모어 번스타인, 앤드루 하비)
  • 헤밍웨이의 말 (어니스트 헤밍웨이, 권진아)
  • 칼 세이건의 말 (칼 세이건, 김명남)
  • 코넌 도일의 말 (아서 코난 도일, 사이먼 파크)
  • 레비스트로스의 말 (조르주 샤르보니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 한나 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윤철희)
  • 보르헤스의 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윌리스 반스톤)

영미소설 베스트더보기

  • 첫번째 거짓말이 중요하다 (애슐리 엘스턴, 엄일녀)
  • 해리 포터 시리즈 1~7권 세트 (한국어판/전7권) (조앤.K.롤링, 강동혁)
  • 스토너 초판본 (존 윌리엄스, 김승욱)
  • 하우스메이드 (프리다 맥파든, 김은영)
  • 콘클라베 (로버트 해리스, 조영학)
  •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강동혁)
  • 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정영목)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02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김남주)
  • 버진 수어사이드 (제프리 유제니디스, 이화연)
  • 개정 번역판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조앤.K.롤링, 강동혁)
  • 그렇게 걸작은 만들어진다 (톰 행크스, 홍지로)
  • 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정해영)
  •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김상훈)
  • 포스 윙 (레베카 야로스, 이수현)
  • 개정판 | 왕좌의 게임 : 얼음과 불의 노래 제1부 (조지 R. R. 마틴, 이수현)
  •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홍한별)
  • 하우스메이드 2 (프리다 맥파든, 황성연)
  • 러브크래프트 걸작선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이동신)
  • 합본 |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2부 (조앤.K.롤링, 존 티파니)
  •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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