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의 국경 1376.5km가 품은 소통과 교류,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북한 전문가 드림팀의 8박 9일 국경 답사기
압록에서 두만까지 1376.5km(약 3,500리)를 경유한 8박 9일간의 국경 답사기. 전직 통일부 장관들을 비롯한 북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답사 드림팀답게, 접경 지역을 통해 ‘오늘의 북한’의 모습이 어떠한지, 북한과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어떻게 교류하고 있는지, 남-북-중-일-러의 팽팽한 동북아 질서가 어떠한지를 꼼꼼하게 스케치한다.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고급 정보와 현장감 넘치는 섬세한 묘사가, 풍부한 사진과 함께 담겨 있다.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전임 통일부 장관들과 이 책의 저자인 황재옥 박사를 포함한 다섯 명의 북한 전문가들이 8박 9일 동안 압록강 하구 단둥(丹東)에서 두만강 하구 팡촨(防川)까지 북-중 접경 지역을 답사했다. 주로 문헌자료로 북한을 연구했고 북한에 가더라도 북한 당국이 안내해주는 곳만 보았던 우리 일행 여덟 명은 북한의 ‘맨얼굴’을 보기 위해서, 가능한 한 압록강과 두만강에서 가까운 길만을 선택했다. 참으로 값진 경험이었다. (…) 이 책이 전체적으로 틀이 꽉 짜인 학술 서적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북-중 접경 지역과 주변 도시들의 역사·지리에 대한 상식 수준 이상의 지식이 담겨 있다. 북-중 간 주요 정치·외교·경제 관계에 대한 사회과학적 분석도 군데군데 녹아 들어가 있다. 물론 최근의 북-중 경제협력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이 책은 북한에 대한 생생한 지식과 정보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한 번은 꼭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이 바람직한 남북관계 발전 방향에 대한 통찰력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 정세현(원광대학교 총장, 전 통일부 장관), 추천의 글 중에서
오늘, 북한의 ‘맨얼굴’을 보다
최근 몇 년간 남북 교류가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오늘의 북한’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 길이 거의 없다. 게다가 민간 교류마저 답보 상태인지라 전해 들을 수 있는 정보와 소식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이 책이 전해주는 생생한 정보는 참으로 귀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현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전문가의 눈으로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황금평 경제특구에서 북-중 경제 교류의 활기를 엿보고, 신의주 부둣가의 젊은 남녀 한 쌍에게서는 동대문 패션의 흔적을 느낀다. 마오쩌둥의 장남 마오안잉의 동상에서 북한과 중국의 질긴 혈맹관계 역사를 확인하고, 광개토대왕릉비를 비롯해 고구려-발해 유적에서 확인한 중국 동북공정의 노골적인 의도와 마구잡이 백두산 개발을 보면서 분개한다. 또 김일성이 ‘보배’라고 칭송한 아시아 최대의 노천 철광인 무산철광이 중국의 품으로 고스란히 안겨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이 밖에도 북한의 ‘개혁개방’이 공공연하게 대외적으로 표방되고 있는 수많은 증거들, 탈북 여성들의 인권 문제,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허룽-룽징-옌지에서 떠올려보는 조선인 간도 이주의 슬픈 역사, 조선족자치주의 역사와 중국 내에서의 위상, 북-중-러 3국의 경계에서 살펴본 동북아시아의 현재와 미래, 바다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팽팽한 긴장, 북한이 표방하는 ‘전환’이라는 용어에 담긴 북한의 본심 등이 답사 현장마다 풍성하게 담겨 있다. 아울러 중국 내 불법 북한 노동자 헤이공 얘기나 북한 여성의 법적ㆍ사회적 지위, 북한의 경제 성장 지표 및 사회 양극화 현상, 북한의 새로운 관광상품 등의 최신 정보를 팁 형식으로 덧붙였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국경선 풍경, 그 속에 담긴 소통과 교류 그리고 사람들 이야기
저자가 주목한 이번 답사의 감상평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중국 변방의 인프라 투자가 엄청난 발전을 보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투자가 북한과의 교역?교류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동안 낙후된 동북 3성(지린 성, 랴오닝 성, 헤이룽장 성)의 발전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의 ‘동북공정’이 학문적 단계를 넘어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우리의 역사를 자국의 변방 지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고구려 및 발해의 문화와 유적 연구에 열을 올리는 중국의 의도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중국의 경제 발전과 맞물려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으며, 북한 주민들의 형편이 다소 나아진 듯 보인다는 점. 강 건너로 보이는 북한 주민들의 밝은 옷차림과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일상의 모습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이 예전보다 나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제 북한의 도시들은 예전의 ‘죽은 도시’가 아닌 ‘사람이 살고 있는 도시’로 느껴질 정도라고.
한마디로 지금 북-중 접경 지역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은 오지인 변방에까지 이르고, 그러한 경제 성장의 물결이 북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 속도가 매우 빠르다.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교량과 도로, 철로 등의 건설 현장을 보면 앞으로 그곳을 오가게 될 차량과 물류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속도감과 활기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가 뭘까. 북-중의 변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