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지 섬에서 밭농사를 짓던 무렵, 이웃의 노부부에게 밭농사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질문이었다.
“비결 같은 건 없어요. 밭에 있는 녀석들한테 발소리를 되도록 많이 들려주세요.”
그런 대답을 들었다.
밭에 있는 녀석들이란 밭에 심은 채소들을 말한다. 아와지 섬의 노부부든 오키나와의 논 주인이든 농민의 마음은 한가지구나, 하고 가슴 깊이 생각한다.“
“엄마가 아빠를 좋아하게 된 건
아빠가
나에게 당신은 인생이라는 항로의 등대라오
라는 편지를 썼는데
그래서 결혼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나는 등대의 아이입니다
아이들은 꾸며서 말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상냥한 마음이, 눈빛이 전해진다.
그 감수성은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도저히 당할 수 없다.“
“너희가 모르는 곳에
갖가지 인생이 있다
너희 인생이
둘도 없이 소중하듯이
너희가 모르는 인생도
둘도 없이 소중하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모르는 인생을 아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어딘가 병든 세상이다.
우리 사회는 분명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다시 우리 시대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더 인간적인 인간으로 살고자 마음먹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무가 되는 책이다.
다시, 하이타니 겐지로를 생각한다
- 가신 지 10주기를 기념하며
하이타니 겐지로가 가신 지 10주기를 맞아 그의 책 두 권이 나왔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교육실천가인 하이타니 겐지로는 1980년대 후반, 교육 민주화 운동이 흐름을 잡아가던 시기에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라는 작품으로 우리나라 교사들에게 참교육에 대한 열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건네져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작품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평생을 아이처럼 살며, 마지막까지 작품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기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삶에서는 아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신간《태양이 뀐 방귀》는 하이타니 겐지로를 비롯한 다섯 교사네 반 아이들의 시와 각 시에 담긴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는 하이타니 겐지로의 따뜻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함께 나온 책 《하이타니 겐지로의 생각들》은 도시를 떠나 섬으로 들어가서 자급자족 생활을 하며 일상과 자연, 점점 황폐해져 가는 교육과 사회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이다. 삶과 문학이 하나였던 그의 삶과 생각들을 담은 책이 나왔다는 점에서 뜻 깊다. 아이들과 함께하고 인간에 대한 상냥함을 품고 산, 그의 삶이 품은 두 면을 함께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독자들 곁에 머무는 사람, 하이타니 겐지로
사람의 마음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어딘가 병든 세상이다.
우리 사회는 분명 심각한 병을 앓고 있다.
다시 우리 시대에 하이타니 겐지로의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우리 시대의 대작가, 우리나라 교육운동에 큰 영감을 주고 씨앗이 되었던 사람, 하이타니 겐지로.
그가 쓴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1988년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교사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손에서 손으로 전해져 읽히며, 우리나라 교육 민주화 운동에 큰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뒤이어 출간된, 차별과 비극적인 역사 속에서도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오키나와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태양의 아이》로 하이타니 겐지로라는 이름은 한국 독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나의 인생에는 세 가지 이상이 있습니다.
글을 계속 쓰는 일.
교사로서 아이들과 계속 함께 하는 일.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육체노동으로 자급자족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라는 명성을 얻고, 책이 수백만 부 팔려 인세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왔지만, 그는 자급자족하는 삶을 위해 아와지 섬으로 들어가서 농사를 지었다. 섬이 관광지로 개발되자, 살던 섬을 떠나 오키나와의 작은 섬으로 옮겨 가서 어부의 삶을 살았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만났고, 생명의 상냥함과 오키나와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쓰다가 2006년 세상을 떠났다.
“우리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가상의 적국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애국심은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장애인이 웃는 얼굴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마음,
길을 걷다가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는 마음을 우리는 애국심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살면서도 그는 사람들에게서 결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점점 우경화되어 가는 사회를 우려하며 날카로운 비판의 글을 남겼다. 그의 이상은 결코 현실을 떠나 있지 않았다. 오직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관계 안에 깃들어 있는 상냥함에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한 줄기 빛을 발견했다.
“학교는 변혁되어야 한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학교를 거부하거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아이와 그 부모에게 주어야 한다. …… 기업의 전사를 만들기 위해, 일부 엘리트를 만들기 위해
학교가 이용당한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버려진다.“
그는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자립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교육은 제대로 된 교육이 아니다. ‘인간이 공부를 하는 건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그의 생각에는 교육에 대한 이상이 담겨 있다. 그의 시선은 훌륭한 제도나 성과가 아니라, 오직 아이들, 사람들을 향해 있다. 그랬기에 그의 작품 속에는 한없이 따뜻한 온기가 있고 따뜻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인간의 상냥함이 담겨 있다.
그가 우리 곁을 살다 간 지 10년이 지났다. 책 속에서, 또 그 사람의 삶을 통해 울고 웃으며 많은 것을 배웠다. 고마움과 그리움으로 그의 아이들과 삶을 돌아보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