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책과 영화, 만화, 음반 등으로 꾸준히 재생산되어온 전설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 이 책은 그 키드를 사살한 보안관 팻 개럿이 쓴 전기물이다. 5판부터는 팻 개럿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마샬 애쉬먼 업슨과 공저(더 정확히는 업슨의 대필로)로 집필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현재 영어권에서 출간되는 책들은 팻 개럿을 단독 저자로 하고 있다. 오늘날 빌리 더 키드를 전설로 남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 책으로 평가받는다. 오랫동안 판매가 부진했으나 저자 사후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명성에 비해 자료가 희귀했던 빌리 더 키드를 연구하는 역사가들에게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본명은 헨리 맥카시(Henry McCarthy)로 자칭 “윌리엄 보니”와 별칭 “빌리 더 키드”로 더 유명한 이 인물은 스물한 살 때 사살되기까지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빌리 더 키드는 각각 상회를 운영하는 두 개의 조직이 지역의 이권을 놓고 충돌한 “링컨 카운티 전쟁(Lincoln County War)”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충돌로 링컨 카운티는 한때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됐고, 10대 시절부터 투옥과 탈옥을 일삼았던 키드는 주요 수배자로 죽을 때까지 쫓긴다. 그러나 쫓기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소나 말을 절도하는 등 종횡무진 대담무쌍한 기질로 전설을 만들어낸다.
전설적인 명성과 베일에 가려진 삶으로 인해 빌리 더 키드는 사후에도 생존설이 계속 유포되기도 했다. 자칭 키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 중에서 유력한 두 명에 대해서는 유전자 검사까지 시도되었으나 법적, 의학적 문제로 모호한 결론이 나옴으로써 오히려 논쟁만 가속시켰다.
우상화된 낭만적인 총잡이 이면에 잔인한 학살자이자 범죄자인 키드를 맹목적으로 미화하는 여타 책들과 달리 중립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키드의 생애에 직접 관련이 있는 저자의 주관을 완전히 덜어내지는 못했다는 평은 참고할 만한다.
<책 속에서>
나는 각계각층의 지속적인 요청에 못 이겨 “빌리 더 키드”로 더 널리 알려진 윌리엄 H. 보니의 삶과 모험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빌리 더 키드의 대담한 행동과 잔인한 범죄들은 지난 수년 동안 세상의 절반에 경이를 나머지 절반에 숭배 또는 혐오를 일으켰다.
신문과 싸구려 통속 소설에 등장하는, 숱한 거짓과 날조를 바로잡고 싶은 욕구도 일정부분 내가 이 책을 쓰게 하는데 한몫했다. 소설의 경우에는 적어도 세 권 이상이 진짜라고 속여 파는 거짓으로서 지금까지 살았던 여느 무법자의 얘기일지는 몰라도 “키드”에게 적용하기에는 사실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이런 책들은 그가 저지른 적 없는 갖가지 무모하고 황당무계한 범죄 행각과 그가 간적 없는 지역들을 나열하면서 그의 이름과 출생지, 특별한 이력, 무모한 삶으로 이끈 환경을 폭로하는 척한다.
나는 “키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비열한 악당들로부터 키드의 기억을 잘라낼 것이다. 그의 인물 됨됨이를 제대로 알리고, 그가 지녔던 모든 가치의 진가를—그가 전혀 무가치하지 않다는 것을—찾아주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저지른 비인도적이고 흉학한 범법 행위로 인해 받아 마땅한 오명들을 덜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링컨 카운티 전쟁” 기간 동안 그리고 그 이후부터 키드가 죽는 순간까지 그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냈다. 나는 내게 맡겨진 공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운하게도 그를 죽이는 입장에 섰다. 나는 캠프파이어에서, 추격하는 과정에서, 대초원에서, 또 많은 지역의 시장에서 그의 어린 시절과 비교적 최근의 삶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들을 전해 듣곤 했다. 키드가 죽은 후에 올바른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그가 친하게 지내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기탄없이 했던 많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1873년 뉴멕시코 실버시티에 있는 키드의 어머니 집에서 하숙을 했던 한 남자와 지금도 매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그 남자는 그 하숙시절부터 보니가 죽을 때까지 보니와 잘 아는 사이였고, 줄곧 신중하게 또 관심 있게 보니의 행적을 좇아왔다. 나는 그의 삶에서 사라진 연결고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뉴욕, 캔자스,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치와와, 소노라 뿐 아니라 멕시코의 여러 주에 있는 다양한 계층의 믿을만한 사람들과 편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부족한 책에서 흥미로운 주요 사건들이 과장이나 변명 없이 사실적이고 간결하게 묘사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빌리 더 키드>,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