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지 않는 교사는 없고,
상처를 사랑으로 돌려주는 교사는 많다
직무 소진에서 도덕 손상까지, 우울증에서 조력자 증후군까지,
교사 멘토 김현수의 치유 심리학
교사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주로 안정적인 고용과 연금, 방학 등의 장점 때문인데 그런 장점이 먼저 부각되다 보니 교사들의 고충은 잘 주목되지 않는다. 하지만 ‘폭발’하는 아이들, 달라진 학부모, 지나친 민원, 과도한 행정 업무와 억압적인 조직 문화까지, 대한민국 교사들은 현재 수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소진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교사들은 원격 수업과 방역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신의학과 의사이자, 수많은 교사 모임과 함께하며 교사들의 치유자로 활동해 온 김현수는 최근 몇 년간 교사들의 심리 상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 소진과 마음의 상처로 병원을 찾은 교사들의 아픔들을 면밀히 분석하며, 그것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교사라는 직업적 특성에서 비롯하는 심리 문제들을 정확히 간파하기 때문에, 현직 교사들이 뜨겁게 공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교사라는 직업의 중요성과 가르치는 일의 숭고함을 상기시키며 그에 대한 아낌없는 존경을 보내는 저자의 태도는 그 자체로 치유적 효과를 발휘한다.
교사들은 왜 소진되고 상처받는가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교사들의 현실
저자는 프로이트를 인용하며 “교사는 불가능한 직업”이라고 말한다. 교사의 목표인 배움에는 끝이 없고, 그 목적은 아이들과 함께 이루어야 하는데 아이들은 쉽게 따라 주지 않는 반면, 교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많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문명의 최전선에서 신기술에 정통한 ‘알파 세대’를 가르쳐야 하고, 교육 이외에 행정, 민원, 돌봄, 봉사 등 다양하고 복잡한 노동 또한 해내야 한다. 교사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지만 사회적으로 교사에 대한 존경과 지지는 줄어들고 그로 인해 교사로서의 자부심과 자긍심은 낮아진다.
이런 과정에서 교사들은 빠르게 소진되고 상처받는다. 교사는 아이들, 학부모, 관리자 사이에서 강도 높은 감정 노동을 하느라 상처 입고, 남을 돌보느라 정작 ‘자기 돌봄’을 하지 못해 소진되고, 관료 제도의 부당한 명령과 통제에 ‘도덕 손상’을 입는다.
저자는 이러한 교사들의 상처와 소진이 정신 의학적인 아픔으로까지 진행된다고 분석한다. 많은 교사가 만성 피로와 행동화, 공감 피로와 대리 외상, 적응 장애, 우울증 등 다양한 정신의학적 질병을 앓고 있거나 그 위험에 처해 있다. 저자는 각각의 현상이 주로 일어나는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다양한 심리학 지식과 최신 연구 사례들로 교사 스스로 자기 마음속의 문제를 더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저자가 만나고 상담했던 사례들로 인해 마치 저자가 내 이야기를 하고 나의 아픔을 알아주는 듯하다.
저자는 많은 교사들이 자신들의 힘듦과 아픔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알아차리더라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아이들 때문에 아픔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알고 자신을 돌보고 위로하기 위해 한 발 내딛는 것이 정말 중요함을 강조한다.
교사 멘토 김현수의 위로와 응원
선생님 스스로 그리고 함께 치유하고 성장하는 법
그렇다면 교사들의 아픔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저자는 의사로서 개입할 수 있는 의학적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개인적 해법, 사회적 해법, 공동체적 해법을 두루 제시한다. 우선 사회적으로 교사를 돕고 응원하는 시스템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 학급별 학생 수와 행정 업무를 줄여 교사를 직무 소진으로부터 구해 내는 것이 우선이다. 지치고 아픈 교사들의 치료와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또한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것들이 선행되었을 때, 교사들은 안심하고 아플 수도 있고 충분히 치유하고 성장할 수 있다.
또한 저자의 경험상 공동체적 해법은 가장 효과적인 치유법이다. 교사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잘 치유되지 않는 아픔도,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교사들끼리 서로 터놓고 조언하고 위로하는 과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치유될 수 있다. 저자는 “함께 서로를 돌보는 교사회가 치유자이다.”라며, 교사들이 “스스로 그리고 함께” 자신들의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교사회, 서클, 공감 학교 등 교사들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자세히 설명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교사는 성장한다. “상처를 받지만 그것을 사랑으로 돌려주는 숭고한 공정”을 감내하는 사람이 된다. 저자는 교사들이 치유되고 성장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며, 그 과정을 응원하고 있다.
오늘도 무사히 그리고 내일도 무사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사들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고 있다.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걸어갈 이가 교사이고 교사의 아픔이 치유되고 성장해야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음을 역설한다. 이 책은 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와 상처를 돌아보고 자신과 동료의 치유와 극복을 위한 해결책을 얻도록 할 것이다. ‘내일도 무사히’ 아이들 곁을 지키는 교사가 되도록 도와줄 것이다.
우리 아이들과 지내기로 결정한 여러분들은 모두 좋은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지내기로 했다는 것에는 여러분들의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의 좋은 마음과 정신의 힘이 아이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세상에 널리 퍼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그것을 가로막는 여러 장애물을 함께 치워 나갔으면 합니다. 우리는 길이 없을 때조차 길을 만들어 지금 이곳에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또 함께 길을 만들고 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