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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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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작품 소개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 “물처럼 투명히 빛나는 날들이 지속되지 않아도
그곳이 어디든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다”
궤도 안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빛나는 생활의 감각
충만한 미래를 향한 젊은 시인의 다채로운 시선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강지이 시인의 첫 시집 『수평으로 함께 잠겨보려고』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등단 4년 만에 펴내는 첫 시집에서 시인은 “설치 작가의 설계도를 방불케 할 정도의 참신한 공간”(장석남, 추천사) 안에서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시적 상상력과 감성적 언어로써 삶의 흔적들을 다양한 이미지로 변주하면서 ‘지금-여기’와는 다른 시간과 공간의 문을 열어젖히는 이채로운 시편들을 선보인다. 독특한 화법과 개성적인 목소리뿐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행과 행 사이를 과감하게 건너뛰는 여백의 공간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삶의 풍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감각과 시선은 색다르다. 시인은 “나는수평으로함께잠겨보려고합니다”(「VOID」)라고 말하면서 ‘지금-여기’의 현실 안에서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이루어내고자 한다.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여름」)가 공존하던 어느 한 순간의 추억을 단지 재현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이면에서 숨 쉬는 존재들을 다시금 불러내어 세계를 탐색해나간다. 시인은 “물처럼 투명히 빛나는 날들이/지속되지 않아도” “발이 들어맞을 수만 있다면//그곳이 어디든 이렇게/서 있을 수 있다”(「설국(雪國)」)는 긍정의 마음으로 내일을 향해 시선을 옮겨간다. “빛나는 물”(「궤도 연습 3」) 위를 “고요하게 헤엄치는 나뭇잎과 나뭇가지”(「수영법」)처럼 뻗어나가는 자유로운 생각들을 펼치며 삶의 변화를 꿈꾸는 새로운 이야기를 써나간다.
삶의 일정한 틀에 갇힌 채 살아가는 시인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이상한 일들이 매번/일어나는”(「명랑」) 현실 상황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수압」)라고 말한다. 때로는 “부당하다 느껴도 아무 항의를 할 수 없고 해도 소용이 없는 무언가가 되어버렸”(「초록의 뼈」)다는 비애감에 젖기도 한다.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드는 것은 아니다. “성능 상태 60% 미만”인 무력한 상태에서도 시인은 “남아버린 그 거대한/시간들을 나는//지내야 한다//꺼지지 않아야 한다”(「Plastic Home ground」)는 의지를 다진다. 그와 함께 삶을 옭죄는 틀에 틈을 내면서 “오늘은 내가 매번 살아 있고/그것이 이상하다는//생각을 시작/시작//시작한다”(「수압」). ‘시작’이라는 말이 행을 달리하여 세번이나 쓰인 이 독특한 어법을 문학평론가 김태선은 “생각을 시작(始作)하고 시작(試作)하고 시작(詩作)한다”로 해석한다.
시인은 자신을 가리켜 “나는 물속에서/잃어버린 것을/나무 속에서 찾는 사람”(「설국(雪國)」)이라 했으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려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더이상/얽매여 슬퍼하지/않”(「바다비누」)기로 하면서 현재 속에서 “열심히 무엇을 쓰려고”(「비가 지나가면 알림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시집 마지막에 이르러 여백으로 표현된 ‘큰 공간’과 만나게 된다. ‘VOID’는 빈 공간을 뜻하는 건축 용어이다. 그러나 시인이 구성해낸 이 공간은 단순히 텅 비어 있는 곳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삶의 본질과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는 잠재성의 공간이다. 미래를 향해 열린 이 ‘시작’의 공간에서 시인은 “어떻게든,/아무쪼록/잘 살자”(「VOID」)는 간절한 소망과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고, 또 있었더라도/우린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다”(시인의 말)는 믿음을 간직한 채 새로운 마음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진실한 삶을 꾸려나갈 것이다.


강지이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 첫번째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기쁘고, 여러모로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멋진 해설과 추천사, 이 책을 만드느라 고생하신 여러 창비의 실무자분들 덕분에 미리 과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 이번 시집으로 강지이 시인을 처음 만나게 될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을지요. 평소의 일상 그리고 시를 쓰는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현재를 기준으로 저를 소개하자면, 문학과 관련 없는 회사를 다니는 평범한 한국의 회사원입니다. 출퇴근길에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고, 맛있는 음식에 기뻐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하고…… 따라서 시를 쓸 때도 별다른 거 없이 이러한 마음들로 써내려가는 편입니다. 마감을 어떻게든 지키려는 성실한 회사원의 마음 그대로 씁니다.

- 어떤 시간 혹은 공간에 서린 존재를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시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또 ‘여름’이나 ‘물’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

어떤 공간을 스쳐가는 찰나의 분위기 같은 것에 많은 영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비록 언제나 실패로 돌아갈지라도 최대한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내에서 표현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문장 사이의 여백을 최대한 살려 어떤 공간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이 그 여백에서 헤엄치거나 잠시라도 머무를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 이번 시집에서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와 이유를 부탁드립니다.

두번째 「VOID」와 「캠핑 일기」입니다. 이 두편의 시를 쓰고 난 후 거의 처음으로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한에서, 표현하고 쓰고 싶은 것들을 전부 쓴 것 같다!라는 충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때 당시에 좀 지쳐 있었는데 위 두편의 시로 인해, 시 쓰기의 즐거움을 오랜만에 다시 경험해서 기뻤습니다.

- ‘시인의 말’에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고, 또 있었더라도 우린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다. 그런 믿음은 이상하게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읽고 시인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방향이나 삶의 계획 등이 궁금합니다.

좀더 사려 깊은 시를 쓸 수 있는, 좋은 생활인이 되는 것이 제 평생의 장래희망입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매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그곳에 영화관이 있었다

여름엔 수영을 했고 나무 밑을 걷다 네가 그 앞에 서 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 거기선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가 났다 너는 장면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 장면들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두워지면 너는 물처럼 투명해졌다 나는 여름엔 수영을 했다 물 밑에 빛이 가득했다

강 밑에 은하수가 있었다
―「여름」 전문

서랍을 하나 장만했어요
바닥에 내려놓는
희고 네모난 것입니다

무엇을 넣어야 할까

넣으려 다짐한 것들은
들어가지 않아서

요즘엔 그래서

서랍에 저를 넣어두고 다니며
서랍만큼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사람 되었다며
칭찬해
줍니다
―「서랍」 부분

심각한 일을 말해도
사람들이 웃었다

(…)

사람들 말이 너무 많아요
하루 정도는 세상의 모든 인간이
입을 열지 못하면 좋겠어요

입을 여는 대신
주변에 있는 문을
열고 닫았으면

문을 열고 닫는 것에
지친 사람들이

그대로 안에 들어가
영영 나오지 않는다면
―「명랑」 부분

퇴근길 열차 안에서 노을을 얼굴에 담은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같이 빛나는 물을 내려다보고 있다

집의 불을 밝히러 거의 사라진 노을을 데리고 간다
너무 밝은 것은 함께 갈 수 없다
―「궤도 연습 3」 전문


추천사

일찍이 강지이의 등단작 「수술」을 읽은 적이 있다. 그 ‘폐허’가 과연 그의 것인가 할 정도로 놀랐고 그 조숙한 ‘아이’의 정체가 내내 궁금했었다. 첫 시집을 일람해보니 알 듯했다. 그는 유년기에 ‘동네 횟집 수족관의 물고기’를 친구로 사귄 이래 멈출 수 없는 폐허론자였으리라 추측해본다. 그러나 그가 “보석 안쪽으로 서둘러 사라지는/물고기의 꼬리를 본다”(「Turquoise」)고 독백할 때 그 폐허의 매혹은 우리가 해설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강지이의 시는 설치 작가의 설계도를 방불케 할 정도의 참신한 공간을 무심한 듯, 심드렁하게 구성한다. 관객인 우리는 그가 해석하여 넌지시 제시하는 공간을 따라가면서 그가 설치해둔 ‘벽’과 ‘창’을 통해 처음 보는 ‘여름들’을 만끽한다. 여름이란 무섭게 자라나는 ‘폐허’가 아니던가. 그의 시는 우리 생애의 여름이 우리가 아는 그 성장이 아니라 ‘무성해지는 폐허’는 아닌지 자문하게 한다. “너무 밝은 것은 함께 갈 수 없다”(「궤도 연습 3」)는 선언이 아름답다.
장석남 시인

시인의 말

여름 샐러드를 먹으면서
흰 눈이 쌓인 운동장을 함께 달리자.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고, 또 있었더라도
우린 앞으로 잘 달릴 수 있다.
그런 믿음은 이상하게도 잘
사라지지 않는다.

2021년 여름
강지이



저자 소개

강지이(姜智伊) 시인은 1993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목차

제1부

여름

새의 밤

한눈팔기

VOID

산책

서랍

수영법



궤도 연습 1

그림자 극장

베개

그리고 너는 생각했다

명랑

Plastic Home ground

통로

야간비행

궤도 연습 2

수술

남겨진 사람들

망원경과 없는 사람

구구의 약력

궤도 연습 3

이곳에서 보는 첫번째



제2부

초록의 뼈

Mobiles

수압

자장가

VOID

Turquoise

돌고래

밤나무 뒤 동물의 형형한

비가 지나가면 알림을

바다비누

LEGO

사찰 가는 길

설국(雪國)

궤도 연습 4

캠핑 일기

여름 샐러드

겨울

VOID



해설|김태선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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