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보스트의 예언자」는 스물여덟 해라는 짧은 생을 살다 간 프리데리케 하우페에 관한 일화를 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영계를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끊임없이 유령들의 방문을 받고 그들과 대화했다. 유령을 보고 대화를 나누는 재능, 사후세계의 신비를 미지의 언어로 설명하는 재능, 아직 살아있는 육신에 머물고 있는 영혼들의 가장 깊은 내면을 꿰뚫어보는 특별한 능력, 미래를 보는 예지력까지 지속적인 건강악화로 요절할 때까지 많은 초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본업인 의사보다 신비주의자이자 시인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유스티누스 케르너와 하우페의 만남은 “프레보스트의 예언자”라는 전설을 낳은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급격한 기술발전과 심령주의의 절정이 공존한 시기, 19세기다. 축음기, 무선전신, 증기선, 자동차 등등 신기술의 황금기였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가히 폭발적이었던 강신술의 절정기였다. 신기술과 강신술이 중첩되는 아이러니의 시대. 1882년 심령현상의 과학적인 연구 목적으로 창립된 심령연구학회, 1884년 현대적 심령주의의 탄생에 기폭제가 된 폭스 자매의 출현은 이 아이러니한 공존의 결정적인 장면일지 모른다.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은 특정시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망자의 영혼이 산자와 교감한다는 믿음, 현실과 다른 영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 것이었고,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들은 더 많았다. 이 많은 사람들이 교령회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지금은 죽고 없는 그들의 소중한 망자와 소통을 꿈꾸었다. 때론 충격적이고 대부분 인상적인 영매들이 망자와의 소통을 주선했고 이 과정에서 경이로운 일들이 목도되었다. 대중의 미신과 경신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썩 효과적이지 않았다.
이때 유령 사냥꾼들이 등장한다. 19세기 신기술로 무장하고 심령 감별사로 나선 이들 중에는 과학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에 의해 영매들의 사기 행각이 속속 드러났다. 유령은 없고 유령 사냥꾼들만 있다는 자조 속에서도 영계의 증명에 한발 더 다가서는 사례들도 나왔다.
『역사적 유령과 유령 사냥꾼』은 유럽 전역에서 실제로 있었던 유명한 유령 사례들을 소개하고, 사례마다 정신 병리학적으로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분석을 곁들인 저서다. 총 11장으로 각장마다 9개의 유령 사례와 분석에 이어 따로 2개의 장을 할애하여 유령 사냥꾼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 헨리 애딩턴 브루스는 유령에 대해 냉소적일 정도로 중립적인 시각을 견지한다. 분석에 사용한 이론들이 시기적으로 정신 병리학의 초기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서 다소 단순하고 피상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그러나 유령 사례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이 책은 유령에 대해 조금은 진지하게 접근하되 재미를 포기하고 싶지 않은 독자들에게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책 속에서>
규정하기 힘들지만 매력적인 현대 심령술은 19세기 상반기가 끝나가는 시점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현세와 사후 세계 사이의 소통 가능성을 조직화된 종교 수준으로 공고히 다지는데 이바지한 폭스 자매가 최초의 영매는 아니었다. 그들보다 앞서 오래 전에 보이지 않은 것을 인지하고 산자와 망자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한다는 자들이 있었다. 비록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후대의 무리 속에서 종적을 감추긴 했지만 미지의 세계를 접한 이 초기 모험가들 일부가 이룬 성취는 폭스 자매와 그 후계자들이 보여준 최고의 능력에 견줄만한 것이다.
특히 프리데리케 하우페라는 젊은 독일 여성이 그렇다. 짧은 생애에서 그녀의 애처롭고 비극적인 이력은 오늘날 기적을 행한다는 가장 유명한 사람들보다 더 다양하고 생생한 초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명성을 얻었다. 현대의 많은 영매들처럼 그녀 또한 하층민 출신으로, 프레보스트의 뷔르템베르크 산간 마을의 한 산림관리원 오두막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이 마을의 나무꾼과 숯쟁이들 사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아직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기질과 행동의 특별함으로 널리 주목을 받았다.
천성적으로 쾌활하고 놀기 좋아하는 성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간혹 이상하리만큼 집중하고 심각한 태도를 보이곤 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도 설명할 수 없는 발작과 경련에 시달렸다. 그녀는 일상의 시각과 청각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이 마지막 특성이 갑자기 예상 밖으로 발전하여 12세내지 13세 무렵에 인근 마을인 뢰벤스타인으로 보내져 조부모인 슈미트갈 부부 밑에서 교육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