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한국사상선 제20권 『박중빈·송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사상가 소태산 박중빈과 정산 송규의 말씀을 담아 소개하는 책이다. 박중빈과 송규 모두 구한말에 태어나 일제강점기를 살면서 이 세상을 제대로 구원할 방도를 고민하다가 새로운 정신의 개벽운동을 벌일 것을 결심했다. 그들의 개벽운동은 최제우와 최시형의 후천개벽사상을 계승하는 일이기도 했고, 이를 “한층 원만하게 진일보”(16면)하는 일이기도 했다. 편저자 허석은 이 책의 서문에서 “무엇보다도 개벽의 차원과 양상을 ‘물질개벽’과 ‘정신개벽’으로 구분하고, 물질이 개벽되니 그에 상응하는 정신을 개벽하자고 한 점”(16면)을 주목하자고 권한다. 자본주의의 모순과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지금 시대에 주요한 변화의 열쇳말로 ‘정신개벽’을 꼽은 것이다. 소태산 박중빈의 『정전』과 『대종경』 읽기
소태산 박중빈은 1891년에 태어나 청년기 동안 깨달음을 찾아 길을 나섰다. 일제 치하에서 대다수 조선인이 국망과 가난으로 이중고에 시달리던 때였다. 박중빈은 전국을 돌며 피폐해진 현실을 낱낱이 목도했다. ‘위태로운 세상에 큰 병이 들었다’는 생각에 고뇌와 번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1916년 대원정각(大圓正覺, 크고 원만하며 바른 깨달음)을 이루고 이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지도 강령을 정해 원불교를 창시했다. 원불교 창시 당시에 박중빈이 깨달은 바는 원불교의 『정전』 중 첫번째 글(제1 총서편 1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여전히 그 현재성이 돋보이는 명문이다. “현하 과학의 문명이 발달됨에 따라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은 점점 쇠약하고, 사람이 사용하여야 할 물질의 세력은 날로 융성하여, 쇠약한 그 정신을 항복 받아 물질의 지배를 받게 하므로, 모든 사람이 도리어 저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으로써 정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물질의 세력을 항복 받아, 파란 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 함이 그 동기니라.”(41~42면) 박중빈은 현대 과학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가 물질의 노예 생활을 면하지 못할 것임을 간파했다. 그 원인은 물질이 가진 힘이 강해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정신이 점점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물질개벽의 참뜻을 깨달아 인간이 물질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의 노릇을 할 수 있도록 각자의 정신을 바꿔야 한다.
원불교 교조. 1916년 큰 깨달음을 이룬 이후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비전 아래 물질문명에 끌려가는 인류를 구원하고자 정신개벽의 공부길을 제정했고, 1924년 ‘불법연구회’라는 이름으로 교화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저술한 『불교정전』은 원불교 기본 경전인 『정전』이 되었다. 그 밖에 그의 말씀을 모은 『대종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