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책 서른여섯 편을 골라 읽으며 인연의 소중함과 오늘 하루의 가치를 되새깁니다. 아직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노년을 읽습니다〉는 경기콘텐츠진흥원의 ‘2025 경기도 우수출판물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입니다.
이 책은 시어머니와의 교감을 통해 노년에 대한 관심을 키운 40대 작가가 36편의 책 속에서 발견한 노년의 다채로운 모습을 입체적으로 기록한 독서에세이입니다.
책 속에 담긴 혜안과 지혜를 통해 노년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내려놓으며, 중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의 긍정과 낙관의 다리를 놓아 웰에이징을 도모합니다.
2024년 12월 마침내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는 노인과 노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처 방안을 견인할 사회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부모가 70대 후반을 바라보는 50대에 이르면 비로소 노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노안에서 시작하여 점차 신체기능이 떨어지고 점진적으로 사회경제적 주도권이 약화하는 걸 느끼게 되는 60대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과 걱정을 마주하게 된다. 70대를 넘어서면 불안과 걱정은 현실로 작동하게 되고, 당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웰에이징’이라는 이름을 붙여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노년의 문제는 당사자 혼자서 감당하기엔 벅찬 일이 되어 버린다.
시어머니와의 애틋한 관계에서 비롯한 노년에 대한 관심을 2024년 〈연애(緣愛)〉라는 책으로 담아내었던 서민선 작가는 우리 사회에 노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고자 노년과 관련한 다양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실용 분야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비롯하여 소설, 그림책, 만화, 시, 인문학 및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며 건져 올린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내용을 자신이 직접 경험한 노년의 풍경과 연결하여 원고를 집필하였다. 〈노년을 읽습니다〉는 주제도서 서른여섯 편, 참고도서 스물네 편 총 예순 편의 책에서 건져 올린 노년 문제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작가 고유의 시각으로 분류하고 해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노년의 불안과 걱정을 야기하는 노화, 중병, 치매, 돌봄, 연명치료, 일자리, 경제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전체적으로 부담 없이 조망할 수 있어, 노년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두게 된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와 감동을 전해주는, 행복한 노년으로 향하는 친절한 안내서다.
〈노년을 읽습니다〉 집필에 영감을 주었던 1933년 생 시어머니는 안타깝게도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던 2025년 1월 92세를 일기로 영면하였다.
“더 이상 젊지 않은 본인의 나이를 깨달으면서 불안불안한 마음으로 40대를 보내고 나면, 50대가 온다. 체력이 떨어지고 질병이 다가오고 외로움을 조금씩 맛본다. 그러다가 본격 60대가 되면 노인이 되었다는 자각에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 노인이 되었다는 상실감을 느낄 새도 없이 노화와 질병을 체화한다. 그리고 부지불식간에 나의 삶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년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나이 들어 자연스럽게 노년이 되지만, 누군가는 노년이 되기 전에 죽는다. 노년이 되려면 수많은 행운이 겹쳐야 하고, 수많은 불행을 겪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노년이 될 수 있다.”
〈노년을 읽습니다〉는 노년에 관한 다채로운 시선이 담긴 서른여섯 편의 책을 소개하며, 우리 시대가 그리고 개개인이 직면한 노년의 문제를 조심스럽게 드러내고자 한다. 노년의 문제를 다음처럼 크게 네 개의 카테고리로 정리하였다.
1부는 노년의 최대 과제인 건강 문제와 경제적 생존에 대한 이야기다. 노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건강 이슈다. 그중 치매와 중증질환을 다룬 책을 살펴보았다. 그다음 관심사는 경제적 생존에 대한 문제다. 퇴직 후 겪게 되는 경제적, 심리적 문제를 다루었다. 2부는 가족과 네트워크를 다룬 책들을 살펴보았다. 노화는 개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각자에게, 그리고 그사이 관계에도 영향을 준다. 가족관계의 문제와 더불어 친구 및 사회관계에서의 문제도 살펴보았다. 3부는 80대 이후의 노년에게 관심이 큰 죽음과 돌봄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요즘 흔히 표현하는 ‘웰다잉’의 본질을 살펴보고, 존재의 의미를 돌아보는 계기를 제시하였다. 4부는 노년의 일상을 행복하게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나이듦이 노인을 단지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의 위치로 몰아세우는 경향이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세월의 연륜을 발휘하여 지혜롭고 다정한 노년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일으키기도 한다. 삶을 현명하게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