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회의> 646호(2025.12.20.) 이슈 “계간 <비욘드 로컬> ④ 쟁점”
책의 세계를 탐구하는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는 기후 위기와 신자유주의적 불평등이 심화하는 전 지구적 위기, 그리고 출판·독서 문화의 쇠퇴 속에서 연결과 공생을 통해 출판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고자 ‘로컬’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 왔다. 2024년 다섯 차례에 걸친 특집으로 로컬 현장의 담론과 콘텐츠 현황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로컬 라이프 트렌드』(북바이북)로 펴냈으며, 그 외에도 1년간 로컬문화를 주도하는 사례들을 심층적으로 살펴보는 ‘로컬×컬처 키워드’ 연재를 진행해 『뉴 로컬 컬처 키워드』(북바이북)를 펴내는 등 꾸준히 로컬 네트워크와의 접점을 만들고 확장해 왔다.
계간 <비욘드 로컬>은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잡지 속의 잡지’ 형태로 펼치는 실험적인 시도다. 1년간 계절마다 발행되는 총 네 권의 <비욘드 로컬>에 한국 로컬의 ‘시작, 활동, 성과, 쟁점’이라 할 만한 생생한 장면들을 테마별로 모아, 로컬에서의 일과 삶을 모색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아카이브를 구성해 보고자 한다.
공간 : 정주냐, 관계냐
우리는 지금도 고민한다. 정주하고 지속하려면 수익도 필요하고 문화도 확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과 부딪힐 때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 때문이다. 연대, 호혜, 유대감. 그 어떤 연구 결과로도 뾰족하게 말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있는 것들. 우리는 그 과정 중에 있다.
_김보경 ㈜삼천포블루스 대표, 「여기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중
‘공간’의 쟁점은 그 공간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관계 사이에 찍혀 있다. 첫 번째 장 ‘공간 : 정주냐, 관계냐’에서는 공간을 중심으로 관계를 엮고 확장해 나가려는 시도를 소개한다. ‘정주’와 ‘관계’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큰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공간들에 주목해 보자.
사람 : 마을의 다양한 이슈들
풍부한 지역 자원에 대한 아카이빙, 인내심을 가진 창업가 지원 시스템, 그리고 신뢰와 협력의 문화가 단기간에 축적되기는 어렵겠지만, 로컬은 이러한 역량을 가진 창업가들에게 무한한 기회의 영역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_김종현 사회적기업 섬이다 대표, 「로컬을 무한한 기회의 영역으로」 중
로컬 내 모든 쟁점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따라서 로컬을 둘러싼 이슈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두 번째 장 ‘사람 : 마을의 다양한 이슈들’에서는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각 지역에서 새로운 로컬문화를 만들어 온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자본 : 누구의 자본이냐
누구나 접근해 이윤을 낼 수 있는 공유자본을 누군가가 통제하는 게 맞을까? 모두에게 모든 것을 돌려주는 방안은 없을까? 우리는 이 질문들에 아직 정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지속적인 설득과 논의를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_김광원 행궁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 「마을의 공유자본을 모두에게 되돌리기 위해, 행궁동은 실험 중」 중
‘자본’ 또한 지역 내에서 끊임없이 쟁점을 만들어 낸다. 세 번째 장 ‘자본 : 누구의 자본이냐’에서는 마을의 공유자본을 주민들에게 되돌리기 위한 실험부터 지역 외부로 자본이 유출되는 현상까지, 자본과 연결된 이슈들을 다양한 시선으로 진단하며 지역 내 자본이 누구의 것인지 묻는다.
기록 : 기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기록은 과거를 보관하는 도구가 아니라, 내일을 준비하게 하는 가장 조용한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주민에서부터 시작해 다시 주민에게 돌아갈 때 가장 크게 발휘된다.
_신유림 증평기록관 기록연구사, 「증평에서 찾은 가능성」 중
‘기록’은 지금도 끊임없이 생산되고 있지만, 누구도 읽을 수 없고 아무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제도적·절차적 결과물을 좋은 기록이라고 볼 수 있을까? 단순히 기록하고 남기는 일에만 집중하는 행정의 현실이 로컬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네 번째 장 ‘기록 : 기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는 기록의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지 다시 물으며, 삶의 흔적을 새기는 제대로 된 기록의 힘을 보여준다.
지속 가능성 : ‘로컬’은 지속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도착하지 않는다. 수많은 작은 시도와 실패, 다시 이어지는 연결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_김선아 경기국제SDGs영화제 디렉터, 「로컬에서 시작된 변화의 흐름」 중
지역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를 ‘지속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로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궁리하는 현장의 질문들은 늘 쟁점의 중심이 된다. 마지막 장 ‘지속 가능성 : ‘로컬’은 지속 가능한가’에서는 로컬에서 지속 가능성을 탐구하는 다양한 시도들과 그 뒷이야기를 조명했다.
이야기가 있는 내비게이션이 되기를
2026년 <비욘드 로컬>은 좀더 새로운 지역, 새로운 분야, 새로운 가치 혹은 새로운 사람을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게 되길 바란다. 무수한 마을, 다양한 제도, 그리고 새로운 기술까지 지역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내비게이션이 되면 좋겠다.
_조희정 <비욘드 로컬> 기획위원, 「지역의 쟁점, 의지와 능력의 문제」 중
<비욘드 로컬> 겨울호에서는 ‘쟁점’이라는 테마로 지역 내의 크고 작은 실천들을 ‘공간, 사람, 자본, 기록, 지속 가능성’의 관점으로 엮었다.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엮은 사례들에는 로컬 현장의 ‘쟁점’이 정리되어 있다.
이번 호에는 지역 내의 크고 작은 갈등과 실패(혹은 절반의 성공) 사례도 함께 담아 로컬 씬의 쟁점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김보경 ㈜삼천포블루스 대표가 말하듯 “실패는 우리의 가장 큰 자산이다.” 비록 ‘아름다운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더라도, 그 모든 경험이 로컬 씬에 어떤 쟁점이 있는지 더 선명히 알려주고 앞으로 무엇을 논해야 할지 이끌어 주는 “이야기가 있는 내비게이션”이 되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