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전산의 이기는 경영》, ‘일본전산’의 신화를 현장에서 배운다
전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기업들이 불황에 허덕이는 지금, 유독 돋보이는 일본 기업이 있다. 1973년 세 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 명, 매출 8조 원이 넘는 일본 대표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하며 정밀 모터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일본전산. 몇 년 전부터 국내 기업 경영자들 사이에 일본전산 배우기 열풍이 일었고, 관련 서적도 출간된 바 있다. 그리고 인수한 부실기업들을 1년 안에 흑자로 돌려놓으며 ‘부활의 신’으로 불리는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의 경영 노하우는 기업 경영의 교과서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정말 우리는 일본전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일본전산을 창업한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왜 일본전산 창립 40년이 되는 2013년 일본전산에 대대적인 개혁을 주창했을까? 그 해답을 《일본전산의 이기는 경영》(책이있는풍경 간)에서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의 경제 전문기자가 20년 동안 일본전산의 창업자 나가모리 시게노부와 임직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취재한 것을 정리한 것으로, 우리가 미처 모르고 있던 일본전산의 성공비결과 경영 해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앞서가려면 먼저 위기에 강한 기업으로 만들어라!”
일본전산과 나가모리 시게노부가 말하는 ‘이기는 경영’
이 책은 일본전산 창립 40년이 되는 2013년 4월 24일, 일본전산의 결산보고회로부터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일본전산그룹 회장인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이렇게 말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짰다.”
초고속 성장의 신화로 일컫는 일본전산. 정밀 모터 부문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던 일본전산이었지만 2012년 이후 실적이 급락했고, 국내 신문 등에서도 ‘일본전산의 위기’라고 소개된 바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인기로 컴퓨터 시장이 얼어붙었고, 이는 일본전산의 주력 제품인 정밀 모터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날 보고회에서 일본전산은 실적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은 평소처럼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이미 숱한 많은 위기에도 승승장구했고, 새로운 변화를 맞아 일본전산은 이미 새로운 40년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모터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위기는 늘 있었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기에 오늘날의 일본전산이 될 수 있었고, 그곳에 늘 일본전산이 있었다.
‘적자는 죄악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는 달성한다’
경영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일본전산의 특별한 성공 원칙
이 책은 닛케이비즈니스 주임편집위원이자 일본 경제 전문기자인 저자가 20년 동안 발로 뛰며 정리한 일본전산의 성장 역사이자, 일본전산 창업자인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의 특별한 경영 비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80년대의 엔고로 시작해 최근의 리먼 쇼크와 컴퓨터시장의 축소에 이르기까지 일본전산은 늘 위기에 처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진화해왔으며, 그 뒤에는 늘 ‘나가모리 시게노부 정신’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가모리 시게노부가 맨손으로 이룩한 세계적인 모터 제조사 일본전산의 강점들을 하나하나 분석하면서, ‘적자는 죄악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목표는 달성한다’가 일본전산을 세계 1위로 키운 가장 큰 힘이라고 말한다. 성적보다 근면성과 민첩성으로 신입사원을 뽑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능력 그 이상을 주문하며, 자체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철저한 원가 절감 시책을 고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나가모리 시게노부의 삶이나 경영 원칙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부활의 신’에서 ‘이익을 내는 경영 교과서’로
나가모리 시게노부, 그리고 일본전산
일본전산 회장 나가모리 시게노부는 1944년 8월 교토의 농가에서 여섯 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으며, 1963년 교토 시립 라쿠요공업고등학교에 이어 1967년 직업훈련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후 음향 및 컴퓨터 주변기기 제조사인 티악에 입사했다. 3년 후 기계 제조사인 야마시나 세이키로 옮겨가, 26살의 어린 나이로 신설된 모터 부문의 사업부장이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3년 만에 그만두고 독립을 결심했고, 28살 때인 1973년 7월, 일본전산을 창업했다.
창업 당시 일본전산의 상황은 열악함 그 자체였다. 사무실이자 공장이라곤 외진 시골의 세 평짜리 창고뿐이었고, 창업자금은 2,000만 엔이 전부였다. 함께한 이들조차 세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본전산은 창업한 지 30년 만에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 명, 매출 8조 원이 넘는 일본 대표 기업이자 하드디스크 모터 부문 세계 1위 기업으로 우뚝 섰다.
일본전산의 놀라운 성장을 언급할 때마다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나가모리 시게노부다. 특히 그를 ‘재건의 귀재’, ‘부활의 신’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실적이 좋지 않은 국내외 기업들을 인수합병한 후 이들을 모두 1년 내에 정상화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밥 빨리 먹기’, ‘화장실 청소’, ‘큰 소리로 말하기’, ‘오래 달리기’ 같은 시험을 봐 직원을 뽑기도 하는 괴짜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언제나 ‘이익을 내는 경영’에 있다. 그는 ‘일등이 아니면 모두 꼴찌’를 강조하며 일류가 되는 것에 목표를 두었고, 일류가 아니면 용납하지 않았으며, ‘24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앞서 가려면 남보다 두 배로 일하라’, ‘살아남기 위한 대전제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며, 그래서 적자는 죄악’이라는 말을 결코 빠뜨리지 않는다.
일본 기업들이 불황에 빠져 있던 과거 10년간 일본전산의 매출을 10배 늘리고, 발 빠르고 획기적인 M&A로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킨 그는 일본 기업들은 물론 국내 기업 경영자들에게도 ‘이익을 내는 경영교과서’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