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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상세페이지

뚜벅뚜벅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7,000원
판매가
7,000원
출간 정보
  • 2026.05.04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4.4만 자
  • 19.4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97113178
UCI
-
뚜벅뚜벅

작품 정보

두 발로 걷기
2021. 7. 5. 17:22

걷는다는 것을 여러 가지로 정의해 본다.
걷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지금처럼 갖가지 이동 수단이 보편화된 시대에서 이동하기 위해 걷는다는 것을 다들 불편함으로 여긴다.
탈것을 놔두고 굳이 걸어야 하는 이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때는 걷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먼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중학교까지는 주로 걸어서 학교를 오갔다.
조금 나이가 들어 대학 시절에는 사색을 한다며 비 오는 날 우산 들고 하염없이 걷기도 했지만, 그래도 걷는 일을 좋아하지는 않았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걷는 일은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어디를 갈 때는 언제나 차를 이용하게 되었다.
결혼 후로는 자동차로 이동하는 일은 필수 사항이 되었다.

아내는 태생적으로 허리가 약하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허리에 문제가 많이 생겼고 2012년 드디어 크게 문제가 생겼다.
걷지도, 눕지도, 앉지도 못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누군가가 통증 주사를 맞으라 해서 주사도 수없이 맞았다. 그런데 별 효과가 없었다. 수술을 하라고 했다.
집 근처 대학병원에서 2달간 종합 검진을 받았다.
2달 후 검사를 했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원인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집에 가서 쉬면서 허리 운동을 하라고 했다.
참 허탈하면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 국내에서 제일이라는 병원을 찾았다.
담당 의사가 몇 번의 시술과 검사를 하더니 약물이나 수술보다는 스포츠 의학과에서 운동 치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그 병원 스포츠 의학과로 진료 의뢰를 해 준다.
스포츠 의학과 선생님을 만났는데, ‘이 병은 환자의 의지가 치료제’라고 한다.
치료 절차에 따라서 꾸준히 빠짐없이 실행하면 좋은 결과가 온단다.

그 후로 아내는 참으로 우직하게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했다.
주로 허리에 관한 운동이지만 옆에서 보기에도 힘들고 아파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차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통증도 조금씩 줄어들었고 걷는 것도 조금씩 나아졌다.
2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집사람은 뜀박질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담당 선생님이 이제는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고 집에서 꾸준히 스트레칭하고 걷기 운동을 하라고 한다.
그래서 덩달아 나도 함께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30분 걸으면 쉬어야 했다.
한두 달 지나고 걷는 시간을 늘려나갔다. 1시간, 2시간, 심지어 3시간….
그 후에는 10km 정도는 무난했다.
걷는 것이 즐겁기 시작했다.
아내의 허리 근육 강화를 위해 걷기 시작한 것이 나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 시작했다.
물론 내게도 운동이 되었다. 회사 생활하며 나온 배도 조금(?)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체중도 좀 빠지는 듯했다. 아울러 등산도 하기 시작했다. 시간 날 때 서울에 있는 산들 중에 힘들지 않은 곳을 가기 시작했다.

2016년 여름쯤 어떤 여행 관련 프로그램에서 ‘Santiago 순례길’에 관한 내용을 봤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렜다.
예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스페인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가던 길을 따라가는 걷는 길이다.
그때부터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선 마음에 ‘은퇴하면 제일 먼저 Santiago 순례길부터 간다.’라고 새겼다.
아내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특히 걷는 연습을 충실히 했다. 주중에는 퇴근 후 산보 삼아 10km 정도 걷고, 주말에는 시간 되는대로 15km 나 20km도 걸었다.
장비도 하나씩 준비해 나갔다. 배낭, 등산화, 양말 등등.

2019년 가을에 퇴직을 했다
예행연습으로 우리 가족 셋이서 해파랑길 ‘동해시~양양’ 구간을 4박 5일 걸었다.
즐거운 추억이 쌓여가는 시간이었다.
특별히 만사 제치고 따라와 준 아들에게 고마웠다.

2020년 초부터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모임도 줄어들고 특히 ‘어디 여행이라도 갈까?’ 하는 모든 계획들을 무산시켰다.
계획했던 가을 Santiago 순례길 일정도 자연스레 멈추게 되었다.
다만, 걷는 훈련을 하거나, 국내 명산들을 오르는 일이 전부였다.
회사 생활을 할 때 출장을 가면, 모든 일정이 순서대로 짜여 있고, 도착지 공항으로 업무 파트너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그런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는 내가 혼자서 아무 시간제한도 없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2020년 가을 제주도 3박 4일 나 홀로 여행.
한라산 등반이 주 목적이었다.
혼자 제주도 도착, 한라산 백록담 등반, 제주 올레길 걷기…..
처음 하는 나 홀로 여행은 낯설고 모든 것이 익숙지 않았다.
2021년 봄에는 아내의 소망이었던 한라산 등반을 위해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다시 찾았다.
함께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백록담을 볼 수 있었다.
같은 해 4월 말경 동서가 해파랑길 걷기 제안을 해 왔다.
단숨에 같이 걷기로 하고 5월 26일부터 6월 21일까지 27일 동안 부산 오륙도를 출발해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걸었다,

걷는다는 것은 즐거움이다.
그리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걷다 보면 발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가벼워진다.
많은 잡념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생각은 단순해진다.
염려를 버리고 여유로움을 갖자는 다짐이 절로 나온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저 멀리 아련히 보이기도 하고,
이미 걸어온 길이 내 뒤에서 자꾸 돌아봐 달라고 손짓도 한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호랑이 꼬리 부분을 연상시키는 곳이 '호미반도'다.
호미곶을 지나 이 반도를 돌아 나올 때 만난 사람이 북쪽 바다 건너를 가리키며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영덕입니다'라고 한다.
아득히 보이는 곳을 바라보며 '언제 저기까지 가나' 하고 한숨을 쉰 적이 있다.
며칠 후 나는 그곳을 걷고 있었고, 잠시 뒤를 돌아보니 이번에는 지나온 호미반도가 저 멀리 아득히 보인다.
다시 돌아가기가 힘든, 아니 되짚어 걸어갈 수 없는 곳이다.
그저 점점 흐려져 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계속 앞으로 나간다.

시간의 흐름 가운데 있는 우리의 인생길도 이런 것이 아닐까?
걸어온 길을 돌아갈 수는 없지만, 앞에 걸어야 할 길을 바라보면서 다시 걸을 준비를 한다.

작가 소개

이현복.

1959년생. 경기도 수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다.
1985년 ‘D’그룹 무역부문에서 사회 첫발을 떼었고, 지금은 고인이 된 그룹 회장의 유명한 말처럼 넓은 세계를 무대로 수출입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다 더 넓은 세계를 보려고 외국계 종합상사로 자리를 옮겼고, 그 후에는 습득된 지식을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상대로 하는 섬유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
중간에 잠시 공백기를 제외하고, 나이 61세가 될 때까지 세계를 무대로 하는 일을 계속했다.
조금 이른 은퇴를 결심하고 2019년 퇴직 했다,

지금은 내 인생에서 두 번째 일을 하고 있다.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기, 좋아하는 책 읽기, 그리고 bucket list를 작성해 하나씩 지워나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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