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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그대들과 상세페이지

친애하는 그대들과

  • 관심 0
소장
전자책 정가
15,000원
판매가
15,000원
출간 정보
  • 2026.05.04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26만 자
  • 5.6MB
지원 환경
  • PC뷰어
  • PAPER
ISBN
9791197113192
UCI
-
친애하는 그대들과

작품 정보

모내기를 갓 마친 논에서 순진무구한 어린아이들같은 낯으로 줄 서있는 벼싹들은 너무 여려서 차마 잘 자랄까 싶은데, 기어이 알곡을 맺고야 만다.
그 무게에 힘겨운 것인지 고개를 숙이면 사람들은 그것을 익은 자의 겸손이라고 해석했는데, 벼의 속마음을 알 길 없는 나는 어쩌면 그것은 나름의 자랑스러운 몸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시간은 길지 않다.
그들은 한여름 뙤약볕도, 비바람도 견디고 가장 알찼을 때 허망하게 밑둥을 잘린다.
이런 한살이가 겉모습은 달라도 사람의 시간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말끔하게 기계로 비닐포장을 해서 마시멜로처럼 돌돌 말아두지만, 예전에는 가을걷이가 끝난 빈 논밭에서 가로로 혹은 세로로 세워진 짚단들을 보기가 쉬웠다.
뿌리 잘리고 알곡을 떨어낸 속 빈 짚은 땅에 꽂아도 혼자서는 서 있지 못한다.
볏짚이든 수숫짚이든 세워진다면, 그것은 한 아름씩 단으로 모아서 묶기 때문이다.
황순원의 글 "소나기"에서 두 어린 주인공이 비를 그었던 수숫단은 아마도 마침 서로를 의지하며 세로로 서 있던 단이었을 것이다.

젊은 날의 생기는 시간을 따라 훌쩍 말라가고, 할 수 있다고 여겼던 작은 힘들은 떨어진 오늘, 속 빈 짚처럼 나도 혼자 서지 못한다.
그러나 다행히 내게는 곁이 있다.
쇠털같이 하고한 날 중에 나를 스쳐간 이들과 나를 만난 기억도 없는 이들을 포함해서, 지긋이 지켜봐 주고 용감하고 따뜻한 손길로 바르게 붙잡아주는 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더 맛깔나게 풀어내는 이가 있을 것이나 두서없고 어눌한 내 말을 천천히 들어주기도 하는, 친애하는 그대들이 있다.
이 글은 그대들과 흘러가는 시간을 나누고, 잠시 멈추어 지나온 길을 돌아보기도 하고, 함께 소소함을 누리며 그렇게 사는 나의 날들이다.

작가 소개

글쓴이는

평범한 주부다.
생각을 정리할 때 글을 쓴다.
남은 길이 걸어온 길보다 짧게 남았다.
다른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여러 사람 틈에 있으면 찾기 어렵다.
섬유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은 사라진 어느 대기업 섬유무역 디자인 부문에서 10여 년 근무했다.
퇴직 후 간간이 EBS와 대학, 공공기관 등에서 주부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변화와 가정경영에 대한 특강을 했다.
기억하는 힘보다 잊는 힘이 더 강해져서 기록을 남기는 중이다.
필명은 글 쓰는 이웃, '글린'이다.

낸 책으로는 자전적 에세이 “언 사과”, "며느리, 밥풀을 입에 물다", "남편이, 퇴직했어요", 김소월의 시를 재구성한 시집 “소월의 꽃”, 도보 여행기 “뚜벅 뚜벅”(이현복 저, 출간 대행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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