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배에 오른 어부의 그물에서 기름 냄새가 올라왔다.
천 년 전 사신이 죽간에 적어 둔 바로 그 냄새였다.
_ 사신의 귀환 - 전 10권 동아시아 대서사, 그 일곱 번째 권
2063년 4월, 분화 후 204일. 「백두산, 천 년의 서사」 7권은 재난이 뉴스에서 사라진 뒤의 1년을 걷는다. 사이렌이 멈추고 카메라가 떠난 자리에서 사람들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서류를 접수하고, 무덤에 다녀오고, 논문을 쓴다. 그 평범한 동작들 사이로 천 년 전의 기록 하나가 돌아온다. 946년, 산이 터지던 해에 사신 김덕문은 대나무 조각에 자기가 본 것을 적어 두었다. 분화 후 세 달째 동쪽 바다에서 물이 따뜻해지고, 물고기가 떠오르고, 물 위에 기름 같은 것이 떠 있었다고. 부제 '사신의 귀환'은 사람의 귀환이자 이 문장의 귀환이다. 천 년 동안 아무도 증명해 주지 않았던 한 사람의 관찰이, 어부의 코와 학자의 위성을 지나 과학의 언어로 되돌아온다.
수원의 7평 원룸에 예순다섯 살 어부가 있다. 배를 팔고 바다를 떠난 지 3년. 몸은 아직 새벽 4시에 깨고, 벽에는 아들이 찍어 보낸 양양 바다 사진이 색이 바랜 채 붙어 있다. 아들 황도현이 차를 가지고 아버지를 데리러 온다. 지난 한 달 동안 아들은 할아버지 황만수가 깎은 목선 황도호를 고쳐 두었다. 3년 만에 갑판에 앉아 바다 공기를 들이쉬자 3개월째 이어진 기침이 멈춘다. 그리고 그물에서 그 냄새가 올라온다. 소금도 해초도 물고기도 아닌 기름 같은 냄새. 아버지가 2000년대에 맡았던 냄새다. 황기태는 그 냄새의 이름을 모른다. 이름은 학자의 일이고 냄새는 어부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름을 붙이는 쪽은 같은 봄에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화산학자 이혜진. 가방에 노트북과 할머니의 흑백 사진이 나란히 들어 있다. 20년 넘게 서랍에 넣어 두었던 사진이다. 혜진아 백두산 봐줘. 할머니가 남긴 여섯 글자가 이혜진을 단양으로 데려간다. 일흔네 살 발해사 학자 강민호는 파킨슨으로 손이 떨려, 약이 듣는 네 시간 안에만 글씨를 쓸 수 있다. 그 네 시간 안에 강민호가 946년 죽간의 해석본을 펼쳐 보인다. 어부가 이름을 몰랐던 그 냄새가 천 년 전의 문장으로 적혀 있다. 이혜진이 양양 앞바다의 해저 데이터를 요청한다. 메탄 78.3퍼센트. 화산에서 나온 가스가 아니었다. 어부의 코와 학자의 위성이 같은 자리를 가리키고 있었다. 두 사람은 논문을 쓰기 시작한다. 1저자 이혜진, 2저자 강민호. 946년의 기록과 2062년의 관측을 나란히 놓은 논문이다. 천 년 전 사신의 문장이 옛이야기가 아니라 근거로 실린다.
죽간은 국경도 넘는다. 여진과 함께 영변 핵시설 냉각탑의 온도가 오르는 것을 이혜진의 열적외선 위성이 먼저 본다. 데이터는 IAEA로, IAEA에서 유엔 안보리로 올라간다. 그 보고서에 946년 죽간의 해석이 인용된다. 나무에 새긴 글자가 학자의 수첩으로, 수첩에서 논문으로, 논문에서 국제기구의 서류로 옮겨 간 것이다. 기록은 적힌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으로 간다는 것. 일흔넷의 학자가 평생 붙들어 온 문장이 여기서 증명된다.
세어지지 않는 죽음도 있다. 기자 윤정호가 두 번째 기사를 쓴다. 건물에 깔려 죽은 37명이 아니라, 화산재를 마시며 숨이 줄어드는 사람들의 기사다. 통계에 잡히지 않고 이름도 남지 않는 죽음이다. 기사의 제목은 '9,000원의 폐'다. 옌지 교회에 머무는 난민의 한 달 약값 45위안, 한국 돈으로 9,000원. 서울에서 커피 두 잔 값인 그 돈이 없어서 기침이 병이 되고 병이 죽음이 된다. 한편 법정에서는 판결이 나온다. 이재경 12년, 최영민 10년, 윤석호 8년. 38년 산악회로 이어져 온 세 사람의 관계가 형량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판결문은 소은이의 부모를 돌려주지 않는다.
평주의 18평 빌라에서는 입양 서류가 접수된다. 안전검사관 김도훈과 교사 박은서, 그리고 여덟 살 소은이. 법원이 요구한 입양 동기서 세 장은 김도훈의 '그냥'을 행정 언어로 번역한 것이다. 소은이는 처음으로 부모의 무덤에 가서 김밥을 놓고, 목에 걸고 다니는 크랙 게이지를 비석에 보여 준다. 국경 너머 옌지에서는 사신의 36대손 김응수가 위패 서른다섯 개 앞에 앉아 있다. 맨 앞의 위패에 적힌 이름이 김덕문, 죽간을 남긴 그 사신이다. 천 년 전 사신의 세 아들이 세 곳으로 갈라졌고, 큰아들의 후손이 김응수, 둘째의 후손이 양양에 자리 잡은 강민호의 가문이다. 위패를 지고 산을 넘은 쪽과 죽간을 번역하는 쪽이 천 년 만에 같은 바다를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김응수의 뒤를 이을 사람은 없다. 두만강에서 태어난 아기 나루가 김응수를 할아부지라고 부르고, 교회 마당에서 스무 걸음을 걷는다. 천 년의 이름들 앞에서 가장 새로운 이름이 자라기 시작한다.
세계 신화에서 인간 마음의 원형을 길어 올려 온 작가 차재민이, 신화와 현실을 잇는 '뮈토피크션(Mythofiction)'으로 써 내려가는 전 10권의 대서사 「백두산, 천 년의 서사」. 그 일곱 번째 권은 파괴가 발견으로 바뀌기 시작하는 자리이자, 천 년 전의 한 문장이 마침내 읽히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