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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곁으로

  • 관심 0
  • 우진(遇震) 저자
소장
전자책 정가
2,500원
판매가
2,500원
소장
출간 정보
  • 2026.06.17 전자책 출간
듣기 기능
TTS(듣기) 지원
파일 정보
  • EPUB
  • 약 3.4만 자
  • 13.8MB
지원 환경
  • 앱
  • 웹
  • PC뷰어
  • PAPER
ISBN
9791176151931
UCI
-
사람 곁으로

작품 정보

소개
"기술은 모든 문제를 풉니다." 한 세대의 생활을 바꾼 슈퍼앱 '손안'의 창업자 강이안은 그렇게 믿었다. 새벽에 주문하면 아침에 오고, 말만 하면 알아듣고, 혼자 사는 노모의 안부까지 대신 묻는 회사. 가입자 삼천만, 기업 가치 십이조. 그러나 그가 창업 초기에 짠 단 한 줄의 설계 사상—'효율적인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은 가장 성실한 청년을 가장 빨리 닳게 만들었고, 한 사람이 새벽 물류센터에서 쓰러졌다.
회사는 그 죽음을 '지병'으로 덮었고, 개혁을 선언한 창업자는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한 달 만에 잘렸다. 그리고 이 년 뒤, 회사가 무너졌을 때 강이안은 가장 낮고 가장 추운 자리로 돌아온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야간 상하차 계약직. 그가 죽인 청년이 서 있던 그 자리로.
이 소설은 화려한 무대에서 내려와 반품 창고와 고객센터 헤드셋 앞에 앉은 한 사람이,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매일 지키는 작은 약속—끝까지 듣는 일과 시스템이 못 본 것을 적는 일—으로 무너진 기술과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다. "고칠 수 있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 물건도, 사람도, 마을도." 골목 수리공의 오십 년이 가르쳐 준 그 한마디를 따라, 기술의 시야가 골목에서 지구를 지나 우주까지 넓어지는 동안 기술의 책임도 꼭 그만큼 넓어져야 한다는 것을 한 사람의 죽음으로 배워 가는 회사의 기록.
가장 멀리 간 기술자는, 결국 사람 곁으로 돌아온 사람이었다.

본문 중에서
그는 가끔 생각한다. 이 회사를 살린 것은 자기가 아니라고. 회사가 버린 로봇을 주워 고치던 골목의 노인이, 반품 창고에서 제 물건을 훔치듯 가져가던 사장이, 세 번 지워진 보고서의 문장이, 일지에 달리던 퇴근 후의 패치 커밋들이, "이든이는 지병 없었다"는 볼펜 한 줄이, 폭설의 골목을 담요를 싣고 달린 사백 명이, "저도 흔들렸습니다"라는 고백 뒤의 침묵이, 그리고 접견실 유리 너머의 경고와 — 가족 없는 빈소의 사흘까지. 그 모든 부끄럽고 아픈 것들이 함께 살린 것이라고.

서평
무너진 기술 기업을 다시 세우는 이야기는 흔히 천재의 귀환으로 그려진다. 이 소설이 택한 길은 정반대다. 슈퍼앱 '손안'의 창업자 강이안은 자기가 짠 '효율' 알고리즘이 한 청년을 죽음으로 몰았음을 깨닫고, 회사가 파산한 뒤 가장 낮은 야간 계약직으로—그 청년이 서 있던 자리로—돌아온다. 작가가 회복의 동력으로 삼는 것은 신기술이나 극적 반전이 아니라, '끝까지 듣는 헤드셋'과 '시스템이 못 본 것을 적는 일지'라는 두 개의 작은 약속이다. 거창한 혁신 대신 매일 어기지 않는 약속이 사람을 모은다는 이 믿음이, 책 전체를 받치는 단단한 뼈대가 된다.
미덕은 추상에 머물지 않는 구체성에 있다. '효율'이라는 한 단어가 사람을 비용으로 학습하는 과정, 순위를 파는 광고 구조, 행정의 미로, 인수 협박까지—플랫폼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 도식이 아니라 인물들의 두려움과 선택으로 살아 움직인다. 휴식 보장 파라미터를 출시 직전에 손수 줄였던 창업자의 첫 커밋을 끝내 자기 입으로 공개하는 장면처럼, 이 책은 주인공에게 면죄부를 주는 대신 부끄러움을 끝까지 직면하게 한다. "고칠 수 있는 것은 버리지 않는다—물건도, 사람도, 마을도"라는 늙은 수리공의 한 줄이, 그래서 값싼 위로가 아니라 노동의 결론처럼 읽힌다.
다소 이상적이라는 인상을 받을 독자도 있을 것이다. 갈등은 대체로 정직과 절차로 봉합되고, 악역마저 끝내 셈을 넘어선 무언가 앞에서 물러선다. 그러나 그 이상주의야말로 이 소설이 의도한 자리다. 기술의 시야가 골목에서 지구를 지나 우주까지 넓어지는 동안 그 책임도 꼭 그만큼 넓어져야 한다는 명제를, 작가는 한 사람의 죽음과 한 사람의 귀환으로 증명하려 한다. 가장 멀리 간 기술자가 결국 사람 곁으로 돌아온 자리—기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는 모든 이에게, 오래 머무는 질문 하나를 남기는 책이다.

작가 소개

작가 우진(遇震)은 인공지능, 초연결 사회, 기억의 가상화 등 디지털 세계의 급진적 진화를 배경으로 인간성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소설가다.
그의 작품은 기술과 철학, 감성과 구조적 상상력이 결합된 미래 지성의 실험장이며, "디지털 너머의 인간"이라는 화두를 중심에 둔다. 또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다양한 주제의 소설, 수필을 쓰고 있다.
누군가는 그를 “데이터로 사유하는 문학 엔지니어”, 또 누군가는 “철학자가 쓴 코딩된 이야기꾼”이라 부른다.
그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꿈을 복원하는 시대, 기계가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문학적으로 상상한다. 또한 현실의 다양한 이슈를 문학으로 표현해 더 나은 사회가 되는데 데 요구되는 지식축적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진(遇震)의 작품은 단지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다가올 현실을 질문하는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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