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한
가장 재밌고 유익하고 명쾌한 과학적 해답
왜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을까?
왜 인간은 아프지 않고 살 수 없을까?
왜 인간은 늙는 것일까? 그리고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왜 인간은 번식을 통해 종족을 유지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일까?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해서 살아가면서 생각해보지 않는 질문들이 참 많다. 누구나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잘 알고 있을 것 같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면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삶의 본질에 대한 물음은 늘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람의 가치관뿐 아니라 학문도 마찬가지다. 인문학도 사회과학도 삶의 본질을 밝히는 질문에 딱 맞는 답을 구하지 못한다.
삶의 본질에 대한 해답을 자연과학, 그것도 생명과학을 통해 찾아 나선 다섯 명의 교사가 있다. 이들은 먹고 사는 일이, 병들고 늙는 현상이, 가족을 꾸리고 사회를 이루는 모습이, 결국은 생명과학의 중요한 연구 대상임을 깨닫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오랫동안 함께 모여 연구하고 토론해왔다. 저자들은 그 결실 가운데 하나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저자들이 연구와 집필 과정에서 특히 주목한 점은, 어렵고 딱딱한 이론 위주의 생명과학을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풀어 낼 수 있는가 이다. 무엇보다 담론 중심의 주제는 현실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 있음을 저자들은 경계한다. 저자들은 이 책을 ‘몸’ ‘질병’ ‘먹거리’ ‘환경’ ‘유전과 진화’ 등 4가지 테마로 구성한 뒤 우리 삶과 밀접한 44가지 주제(키워드)를 뽑아 연구하고 집필해나갔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다룬 키워드로는 항상성(노화), 호르몬(엔도르핀), 병균(박테리아와 바이러스), 세포(암), 피(혈액형) 등으로, 생존과 밀접한 생명과학의 주제들이 낱낱이 포진돼 있다.
예를 들어, ‘죽지 않는 암세포의 비밀’ 항목에서는 암과 세포에 대한 과학원리를 쉽고 재밌게 풀어내면서 그 역사적 연원까지 밝힌다. 아울러 ‘왜 인간은 아프지 않고 살 수 없을까?’에 대한 화두를 던짐으로써, 질병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생명체의 숙명을 과학적으로 고민해 보는 계기를 함께 마련한다. ‘늘 한결같고 싶은 인체의 본능’ ‘사람은 왜 늙는 걸까?’ 항목에서는 항상성과 노화 시계 텔로미어 등을 다루면서,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생존 욕망을 과학적으로 궁구한다.
우리 몸 곳곳에 담긴 기상천외한 과학 이야기들
생명과학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들은 최근 생명과학 분야에서 가장 핫한 44개 키워드를 선정해 다루면서 우리 몸 곳곳에 담긴 기상천외한 과학원리와 에피소드까지 함께 소개해 책의 읽는 맛을 배가시킨다.
이를테면, 항상성을 다루면서 큰뒷부리도요가 알래스카에서 뉴질랜드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12,000km를 날아가는 원리를 설명한다. 큰뒷부리도요는 출발하기 전에 심장, 근육, 콩팥, 간, 창자 등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위(胃)에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고 비운다. 비행하는 동안 필요한 에너지 공급원인 지방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지방은 몸무게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데, 정해진 크기의 몸 안에 이 많은 지방을 저장하려면 불필요한 소화기관과 장기의 크기를 줄여 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 능력 덕분에 큰뒷부리도요는 비행에 필요한 지방 공간을 확보하고 일정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항상성 유지에 성공한다(본문중에서). 이처럼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생존을 위해 발산하는 항상성 본능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아울러 저자들은 생명과학을 통해 우리 몸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낱낱이 파헤친다. 예를 들어 ‘웃으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행복해진다’는 말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터무니없는 오류인지 꼬집는다. 엔도르핀은 웃을 때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오랜 시간 달리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러너스하이(runner’s high)’를 몇 분간 경험하는데, 이것은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엔도르핀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극에 달했을 때 분비되어, 통증을 줄여주고 상황을 견뎌낼 수 있게 도와주는 호르몬이다(본문중에서). 우성과 열성에 대한 오해도 집어낸다. 손가락이 6개인 다지증 환자는 돌연변이 열성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우성이다. 반면,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금발머리는 우성이 아니라 열성이다. 다시 말해 유전자가 우성은 우월하고 열성은 열등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은 과학적인 개념을 잘못 이해한 소치다(본문중에서).
역사, 문학, 영화, 미술, 경제, 심리 등
전방위를 넘나드는 통섭적?융합적 생명과학 탐사
과학이 재미없고 딱딱한 분야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과학은 태생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학교 밖을 나오면 다시는 과학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결국 학교 수업과 시험 준비와 연구를 위한 과학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과학의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면, 과학만큼 우리 삶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분야도 드물다. 생명과학만 놓고 봐도 그렇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우리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 단 하나도 없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과학은 인체로 통한다는 말은 틀린 얘기가 아니다. 우리 몸은 세상의 모든 과학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저자들은 이처럼 삶과 밀착된 생명과학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저자들이 내린 결론은, 생명과학을 과학의 울타리로만 가둘게 아니라 역사, 문학, 미술, 영화 등 사람들이 친근해하는 분야를 빌어 와 생명과학의 이해를 돕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독에 취약한 뇌의 비밀’ 항목을 설명하면서 19세기 중반 청나라와 영국 간의 아편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는다. 아편의 중독성이 뇌에 어떻게 작용하길래 한 나라를 파국으로 이끌어 전쟁으로까지 치 닿게 했는지를 설명한다(본문중에서). 임금의 병을 치료하는 어의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을 통해 온돌방의 원리를 이용해 겨울철에도 식물이 살 수 있는 온실을 세계 최초로 만든 나라가 조선이었음을 다룬 항목도 인상적이다(본문중에서).
‘종교가 있어도 진화론을 배워야 할까?’ 항목에서는 다윈의 위대한 저작 《종의 기원》을 다루면서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렸던 한국 생명과학 교과서에서의 진화론과 창조론의 갈등 모습을 소개한다(본문중에서). ‘생물의 진화로 푸는 경제학과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경제적 속성을 과학적으로 살펴보고, 아울러 물질을 향한 인간의 소비심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규명한다(본문중에서).
유명한 미술작품 속에서 생명과학 키워드를 끄집어내는 시도도 흥미롭다. 스페인의 거장 고야의 작품 《1808년 5월 3일》을 통해 수혈의 역사적 함의를 살펴보고, 이어 혈액의 과학원리를 연결해 끄집어낸다(본문중에서).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가 그린 《점심》이란 작품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식생활과 건강 상태를 과학적으로 추론하고, 아울러 우리 몸과 음식물에 얽힌 과학원리를 풀어내기도 한다(본문중에서).
책 곳곳에서 생명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를 통해 과학원리를 설명하는 것도 이채롭다. 영화 《인타임》에서 노화가 시작되는 신체 나이가 25살이라는 주장을 과학적으로 따져보기도 하고(본문중에서), 영화 《아웃브레이크》에서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규명해 본다(본문중에서). 또 우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는 혈액세포를 다루면서 산업현장에서 무시되기 일쑤인 생명권과 건강권에 대한 알권리를 되짚어보기도 한다(본문중에서).
한편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묘사한 과학 일러스트
한편의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묘사한 과학 일러스트를 접하는 것은, 이 책에 담긴 또 다른 미덕이다. 저자들은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과학을 온전히 텍스트만으로 이해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느껴왔다. 저자들이 이 책의 집필 과정에서 출판사와의 편집회의를 통해 강조했던 부분이 과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를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과학책에 필요한 일러스트는 상상이 아닌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그려야하기 때문에 몹시 까다로운 그림일 수밖에 없다. 과학 일러스트는 책을 멋있게 꾸미기 위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글과 동격인 내용의 일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저자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 간에 수많은 피드백이 있어야만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 때문에 많은 과학책들이 글로 설명을 대신하거나 단순화시킨 일러스트를 넣는데 그친다.
이 책에는 저자 및 편집자와의 수많은 소통을 통해 과학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100컷이 넘는 그림이 수록돼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피부 조직의 단면을 잘라 그려 표피와 진피, 피하조직까지 세세하게 묘사해 그림만 봐도 피부의 과학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본문중에서). 또 암의 발생과 전이를 묘사한 그림도 인상적이다. 우리 몸에서 암세포가 어떻게 생겨서 다른 장기로 퍼져나가는 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돕는다(본문중에서). 아울러 작은 수정란에서 시작해 세포 분열과 분화 과정을 거쳐 여러 조직과 기관을 갖춘 하나의 완전한 객체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린 인간의 발달 단계 일러스트는, 인간이 미세한 세포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되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한다(본문중에서). 이 밖에도 각 항목마다 과학적 정확성과 섬세함을 기한 일러스트들이 과학책으로서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책속으로 추가
식물은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까? 풀처럼 한두해살이 식물들은 땅 위에 있는 부분을 없애고 땅속에 있는 뿌리만 살리는 과감한 전략을 선택한다. 이렇게 하면 땅 위의 차가운 공기를 피하고, 땅속에 있는 뿌리는 겨우내 얼지 않고 지내다가, 봄이 되면 새싹을 틔운다. 하지만 수십, 수백 년을 사는 나무들은 땅 위에 있는 부분을 없애기가 힘들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줄기만 남기고 나뭇잎을 모두 낙엽으로 떨어뜨리는 것이다. 잎이 없으면 만들어 놓은 포도당을 나뭇잎에까지 전달하지 않아도 되니 그 만큼 아낄 수 있고, 겨울에 나뭇잎 세포도 얼지 않게 보호할 수 있다.
_‘세계 최초로 온실을 만든 나라, 조선’ 중에서
저녁에 나트륨 함량이 많은 라면을 먹으면 배추를 절일 때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라면 속의 나트륨이 혈액과 조직 속으로 흡수되면서 체내의 나트륨 농도가 증가한다. 나트륨 농도가 증가하면 갈증을 느끼고 물을 많이 먹게 되며, 콩팥에서는 체액의 농도를 평상시처럼 유지하기 위해 물을 배출하지 않아 오줌의 양이 준다. 따라서 평소보다 혈관 속에 물이 많아져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나 손발이 붓는 것이다. 혈액 내로 물이 많이 들어와 혈압이 올라가면, 이런 고혈압 상태를 견디기 위해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그 결과 혈관은 좁아져 혈액순환에 이상이 생긴다. 결국 짠 음식 때문에 심장이나 콩팥에 질병이 생긴다.
_‘비만죄를 지은 나트륨을 기소하라!’ 중에서
동물처럼 광합성을 못하는 생물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식물이 만든 포도당에 기댈 수밖에 없다. 빛을 이용하는 능력이 동물과 식물의 운명을 가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식물이 양분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빛을 잡으려면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날아다니는 잠자리 잡듯이 빛을 잡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모양도 크기도 없는 빛을 잡기란 꽤 난감한 일이다. 그런데 식물은 아주 약한 빛도 감지할 수 있는 엽록소라는 녹색 물질을 가지고 있다. 이 녹색 물질 덕분에 식물은 평생 녹색 빛을 띠고 살아야 하지만 말이다.
_‘초록잎으로 만드는 미래 에너지’ 중에서
키가 작은 위인하면 어려서부터 나폴레옹을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키가 작은 사람이 작은 키로 인한 열등감으로 공격적이고 과장된 행동을 하는 것을 심리학에서 나폴레옹 콤플렉스라고 하는 걸 보면, 나폴레옹은 역시 작은 키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나폴레옹의 키는 정말로 작았을까? 나폴레옹이 사망했을 때 측정한 그의 키는 168cm. 이 키는 당시 프랑스 군인의 평균 신장인 164cm보다 큰 것이라고 하니, 나폴레옹의 키는 결코 작지 않았다. 그의 키가 작게 보였던 이유는 어쩌면 그와 늘 함께 했던 황실근위대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황실근위대는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사람들을 뽑았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있던 나폴레옹은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였을 테니 말이다.
_‘키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걸까?’ 중에서
뇌가 감정을 포함한 생명 활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시절, 과학자들은 심장이 감정과 생명을 조절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람은 심장이 뛰는 동안 생명을 유지하고 감정을 느끼며, 심장박동이 멎으면 더 이상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죽음’에 이른 것으로 보았다. 심장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아니지만, 심장박동이 있느냐 없느냐가 죽음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처럼 죽기 전까지 심장이 끊임없이 뛰는 것은 혈관을 통해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까지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심장은 하루에 약 10만 번 박동하는 자동펌프다.
_‘1분에 70번, 쉼 없이 고동치는 심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