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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력을 보니 동화책 쓰시는 분 같았는데, 에세이 색깔이 조금 어둑어둑한 무채색 느낌이라 잠시 놀랬다. 돌아가신 부모님 이야기나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하나씩 더듬어가며 세상으로 조심스럽게 내놓는 사람. 그래서 작가의 눈에 들어온 동화책도 찰스 키핑의 책이었나보다. 공명. 본능적으로 같은 주파수를 알아보고 거기에 끌리게 되는 것처럼. _______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림은 기괴하고 불친절하다. 찰스 키핑은 누구를 달래거나 위로할 생각이 없다. 비 오듯 죽죽 흘러내리는 두꺼운 선들이 어둡고 깊은 우울 속으로 밀어 넣는다. 다시 책을 펼쳐 뒤로 넘겼다가 앞으로 넘기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보라, 파랑, 노랑, 빨강 색들의 조합이 정신없이 펼쳐지는 커튼 뒤에 숨은 채 “이층에 있으니까 나는 안전해.”라고 말하는 아이의 불안을 통째로 받아안는다. 도대체 이 사람 뭐지. 작가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찰스 키핑에 대해 찾아 보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고 전쟁에서 입은 부상으로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렸던 사람, 그림을 배웠으나 잘 풀리지 않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 그래서 그림 모델로도 일을 한 사람, 후에 석판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고 신문 만화를 그리고 삽화 작업을 하고 그림책 스물두 권을 쓴 사람. 그런 날이었다. 인생은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가차 없는 것. 그래도 할멈과 개가 서로를 향해 웃고 있길 바라는 기대 섞인 헛된 위로라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 새삼 이 나이에 다시 생각해 보는 그런 날. 그림을 그리는 시간 | 이윤 저 #그림을그리는시간 #이윤 #파이어스톤 #독서 #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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