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평>
우리 강토의 핏줄인 하천과 귀중한 문화유산인 수표교, 광교가 땅 속에 묻혀 신음하다가 햇빛을 보게 된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그간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실무진과 시민 사이를 오가며 조율에 고심한 저자는 누구보다 사정에 소상할 터이니 이 책의 저자로서 손색이 없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일은 청계천의 역사의 연구다. 정치사라 할 수 있겠는데, 사학자들 서재에서 또는 기록에서 잠들어 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재조명했다는 것은 청계천 복원 사업과 더불어 시의 적절했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 박경리(작가)
저자는 독자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우리 정치ㆍ사회 문제의 답을 외부가 아닌 우리 안의 뿌리에서 찾으라’는 자긍심에 대한 호소, ‘역사 인식에서 나온 처방이야말로 맥락적 적합성을 배태한다’는 역사의식의 환기, 정치ㆍ행정의 현장 다이내믹스를 이론을 넘어 현장의 감각으로 전하려는 이야기꾼의 흡인력..... 그 가운데 나의 뇌리를 가장 강렬하게 각인시킨 것은 저자 자신의 소명 의식이었다.
- 정운찬(서울대학교 총장)
현재 새만금 사업이나 천성산 터널과 같은 국책사업이 이런 저런 문제로 표류하고 있고 행정중심도시건설 등의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 이 책은 이 같은 역사적인 청계천 복원사업이 처음 입안될 때부터 지켜보았던 저자가 지금까지의 진행사항들을 기록해 놓은 기록물로서의 의의가 있다.
영조는 청계천 공사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기록한 <준천사실(濬川事實)>이란 책을 남겼는데 이 책은 영조의 <준천사실(濬川事實)>에 영감을 받았다. 영조가 상세한 기록을 남겨 후대 왕에게 경계하듯이 대규모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누군가는 남겨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저자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처음 입안될 때부터 지켜보았고 그 진행사항들을 이 책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놓고자 했다.
말 많은 청계천 논쟁은 조선시대에도 있었으며 역대 왕들의 ‘위민관’에 따라 청계천이 달라졌다. 탕역, 균역과 함께 개천공사를 스스로 3대 치적으로 꼽은 영조는 “개천이 막히지 않고 잘 흐르게 하는 일을 가장 먼저 해야 한다”며 준설의 중요성을 후대에 간곡하게 당부했다. 영조는 10년의 장고 끝에 청계천 준천(濬川)을 시작했고 그 후에도 ‘어렵다(難)는 한글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했다.
이 책은 바닥파기(濬川)와 석축 쌓기 등 청계천에 관한 관리는 실용주의적 기풍이 강했던 조선 초기 관학파와 조선후기 실학파 시대에 집중되었으며 사림파가 득세한 조선 중기에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 초기 태종과 세종, 후기 영조와 정조대의 청계천 준천을 통해 지배세력의 민(民)에 대한 의식과 변화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기록 문화가 부족하다. 물론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급속하게 달려왔던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차근차근 정리해나갈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국책사업들조차 기록과 자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편이다. 자료가 있다 해도 공문서 등을 통해 수치로 남은 기록들일뿐, 실제 그 뒤에 숨은 배경들에 대한 자취는 찾아볼 길이 없다. 또한 집행자의 입장에서 남긴 기록은 공에 치우친 기록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안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비교적 객관적인 입장에서 청계천 사업의 과정을 담고 있다.
처음 청계천복원계획이 나올 무렵, 회의를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교통문제, 상인문제, 쓰레기문제, 시민여론 등 모든 것이 불확실했다. 특히 처음 아이디어를 내었던 시민위원회 주축멤버들의 고민이 컸다. 그러나 청계천복원은 역사의 대세였다. 그래서 이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기약 없는 시간만 흐를 것이 분명했다.
이에 환경주의자, 생명주의자인 소설가 박경리 선생,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 교수 등 지식인들에 의해 청계천 살리기 주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박경리 선생은 "파리는 강 주변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단순히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됨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청계천을 복원해서 서울, 나아가 한국의 상징으로 만든다면 서울, 그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이고 상품이 될 수 있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남산과 북한산의 생태계가 이어지고, 인사동과 그 주변의 궁궐터, 남산의 한옥마을이 서로 연결된다. 시민이고 언론이고 서울과 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울의 상징을 만들어내기 위한 청계천 복원력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은 풍수적으로는 서울의 명당수의 회복이고 환경적인 면에서 본다면 복개된 하천을 되살리는 것이며, 우리 역사와 문화의 창조적 복원이 되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침체된 서울에 활기와 활력을 되찾아줄 계기가 될 수 있다. 청계천 복원은 급격한 발전의 끄트머리에서 개발 부작용을 온 몸으로 앓고 있는 서울의 개발 딱지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새살이 돋게 하는 치료인 셈이다.
이 책에는 이러한 청계천의 역사와 역사적으로 바라본 준천의 배경들, 청계천 살리기의 구체적인 과정들이 자세하게 그려져 있다. 이제 21세기 청계천은 다시 그 명맥이 이어져서 끊어진 물길이 다시 흘러가고 있다. 청계천의 역사와 달라진 오늘의 청계천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에 이 책 한 권으로 청계천으로 상징되는 우리 옛것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환경적인 삶에 대한 성찰을 해보고, 청계천 복원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개발이 점차 늘어나도록 하는데 작은 불씨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