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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돈> “아! 돈이여, 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거장 에밀 졸라가 파헤친 ‘황금의 왕’ 신화


증권 투기를 소재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 에밀 졸라의 역작 『돈』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5번으로 출간되었다. 『돈』은 프랑스 은행가와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금융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돈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각계각층의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다. 50세의 정력적인 은행가 사카르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인간성 파괴와 부패의 원인이지만 희망과 선행의 밑거름이기도 한 돈의 양면적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번에 국내 초역으로 출간된 『돈』이 에밀 졸라의 작품세계를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황금과 환락의 도시 파리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금융 스캔들


『돈』은 자연주의 문학의 절정을 이루는 ‘루공마카르총서’ 스무 권 중 열여덟번째 작품이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돈』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포함한 이 총서를 통해 에밀 졸라는 자연유전론과 환경결정론에 기대어 프랑스 제2제정 사회의 풍속을 총체적으로 드러내 보이겠다는 포부를 펼쳤다.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인기 작가”, “19세기 최초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미 명망이 높았던 졸라는 동시대의 거대은행 ‘위니옹 제네랄 Union générale’의 파산 사건에서 ‘돈’을 제목으로 삼은 이채롭기 그지없는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톨릭 은행과 유대인 은행의 혈투에서 비롯된 이 사건으로 주식시장은 역대 최악의 붕괴에 직면했고, 증권가에는 일파만파로 혼돈이 몰아쳤다. 프랑스 전체의 여론이 들끓었던 이 사건으로 졸라는 금융이라는 경제활동에 새로운 차원의 돈이 등장했음을 직감했다. 바로 이 직감의 산물인 『돈』은 부패와 부정, 투기와 탐욕이 횡행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맨얼굴을 그려낸다.
1891년에 발표된 『돈』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의성이 뚜렷한 작품으로, 작품이 지닌 현대적인 의미 덕분에 2000년대에 들어 금융경제학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졸라는 여러 작품에서 제2제정의 프랑스 사회를 투기꾼, 벼락부자, 졸부들의 세계로 그렸다. 『돈』 역시 1867년 만국박람회 개막 장면이 보여주듯, 황금과 환락의 물결 속에 감춰진 빈익빈부익부 사회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증권 투기, 가짜 뉴스, 개미투자자들의 몰락 등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부패와 음모와 비극이 졸라가 창조해낸 세상 속에서 오롯이 펼쳐진다.

“졸라의 『돈』은 출간된 지 백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 매력을 잃지 않을 것이다. 돈은 여전히 돈이니까 말이다, 어제처럼 오늘도.” _파스칼 마시오니

“돈이란 인생 그 자체요! 돈을 없애보시오.
이 세상에는 더이상 아무것도 없을 거요, 아무것도!”
욕망의 민낯을 낱낱이 까발린 에밀 졸라의 역작


돈, 특히 금융계의 돈에 대한 혐오를 거리낌없이 드러냈던 동시대의 지식인들과 달리 졸라는 돈의 명암을 모두 그려내려고 했다. 졸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돈』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돈을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않겠다. 나는 돈을 오늘날까지 필요한 힘으로서, 문명과 진보의 동력으로서 보여주고자 한다.”
돈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돈』의 등장인물 대부분이 돈의 노예가 된다. 증권 투기의 광증에 빠져 외동딸의 경제적 곤궁마저 외면하는 모장드르 부부, 주식 투자 정보를 얻기 위해 성관계를 하는 산도르프 남작 부인, 나폴레옹 3세의 애인이며 거액의 화대를 받고 사카르와 동침하는 드 죄몽 부인, 서명인이 실종된 어음을 헐값에 사들인 후에 서명인을 찾아 엄청난 고리高利를 취하는 뷔슈 등…… 그러나 돈을 향한 광기에 관한 한, 만국 은행을 창설하여 ‘황금의 왕’이 되길 꿈꾸는 주인공 사카르를 능가할 이는 없다. 카롤린 부인은 사카르에게서 “돈밖에 모르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인간”, “사물과 사람을 녹여 돈을 주조하는 인간”을 보고는 절망하여 다음과 같이 탄식한다.

무한한 권력 속에서 덧없는 인간의 양심보다 더 높이 추앙받는 돈, 피와 눈물보다 더 높이 군림하는 돈, 돈이라는 제왕, 돈이라는 신!
아! 돈이여, 세상을 더럽히고 아귀아귀 삼키는 끔찍한 돈이여!

다른 한편 돈은 선행을 베풀게 하는 문명의 동인이자 진보의 밑거름이기도 하다. 돈의 이러한 면은 도르비에도 대공 부인이 펼치는 대규모 자선사업에서 드러난다. 사별한 남편이 증권 투기로 모은 3억 프랑의 재산을 빈자들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그녀는 대리석을 아낌없이 사용한 호화롭고 웅장한 건물을 지어 유아원, 고아원, 양로원, 병원, 노동 학교를 열었다. 그녀의 목표는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겪는 어린아이부터 고통 없이 죽을 수 없는 노인까지, 모든 사람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이고, 이 꿈의 실현은 돈의 힘으로 가능해진다.
사카르와 아믈랭 남매(카롤린 부인과 그녀의 오빠 조르주 아믈랭)가 시도하는 동방개척 사업에서도 희망에 부풀게 하는 돈의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동방개척 사업을 통해 그들은 부를 획득하고 문명을 재건하고자 한다. 그들이 보기에 자본은 동방의 민중, 나아가 세계만방의 인류를 구할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 돈은 파괴와 구원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독과 파괴를 초래하는 돈이야말로 사회적 생장의 효모였고, 인간들을 서로 가깝게 하고 대지를 평화롭게 할 대大역사에 필요한 부엽토였다. 돈을 저주하던 그녀였지만, 이제는 돈에 대해 공포가 뒤섞인 경탄에 빠져들었다. (…) 일체의 선이 일체의 악을 만드는 돈에서 나왔다.

끝없이 번영할 것만 같았던 만국 은행은 사카르의 불법적 투기와 증자로 결국 파산하고 사카르는 구속된다. 그 결과 무일푼이 된 투자자들은 빈민가로 내몰리고, 알코올중독에 빠지고, 심지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천문학적인 빚을 짊어지게 된 증권 중개인 마조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고 목숨을 끊는다. 파리 도처에서 자살의 총성이 울려퍼진다. 없는 재산을 모두 털어 만국 은행에 투자했던 익명의 빈자들 또한 이 재앙 때문에 추위에 떨고 굶주림으로 몸부림친다. 소설의 말미에서 역시 무일푼이 된 카롤린 부인은 다음과 같이 자문한다. “도대체 왜 사카르가 불러일으킨 비행과 죄악의 책임을 모두 돈에 전가해야 할까?” 이 모든 불행의 책임은 돈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는 의미다. 돈은 탐욕과 악행의 씨앗인 동시에, 선행의 재료이자 문명을 작동하게 하는 힘인 것이다.


저자 프로필

에밀 졸라 Émile Zola

  • 국적 프랑스
  • 출생-사망 1840년 4월 2일 - 1902년 9월 29일
  • 데뷔 1862년 문학 니농에게 주는 이야기

2014.10.31.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아버지가 폐렴으로 사망하여 어릴 적부터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두 번 낙방한 후 학업을 포기하고 출판사에 취직했다. 1865년 첫 소설 『클로드의 고백』을 출간한 후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867년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출간했다. 이후 발자크의 ‘인간극’에 영향을 받아, 제2제정 시대 프랑스 사회를 총체적으로 그려내려는 목표를 세우고 ‘루공마카르총서’를 기획했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돈』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포함한 이 총서를 통해 졸라는 자연주의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898년 반유대주의 사상으로 부당하게 구속 수감된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하는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하여 행동하는 지성의 상징이 되었다. 1902년 파리에서 가스중독 사고로 사망했고, 1908년 유해가 팡테옹 국립묘지로 이장되었다.
『돈』은 프랑스 은행가와 증권시장을 배경으로 금융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돈에 대한 욕망에 휩싸인 각계각층의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묘사하고 있다. 50세의 정력적인 은행가 사카르의 성공과 몰락을 통해 인간성 파괴와 부패의 원인이지만 희망과 선행의 밑거름이기도 한 돈의 양면적 속성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역자 - 유기환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8대학교에서 ‘노동소설의 미학’ 연구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노동소설, 혁명의 요람인가 예술의 무덤인가』 『알베르 카뮈』 『조르주 바타이유』 등을 썼고, 바르트의 『문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타유의 『에로스의 눈물』,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 『실험소설 외』 『목로주점』, 외젠 다비의 『북호텔』, 카뮈의 『이방인』 등을 번역했다.

목차


해설: 돈이란 무엇인가 -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증권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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