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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징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인문 ,   인문/사회/역사 예술/문화

라운징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
소장종이책 정가13,000
전자책 정가20%10,400
판매가10,400

라운징작품 소개

<라운징> ‘쉼’을 잃어버린 나에게 필요한 공간의 역발상
어디서 쉴 것인가를 찾지 말고, 어떻게 쉴 것인가를 생각하라!

건축학자 이상현 교수의 도심 속 인문학 산책

항상 휴식이 절실한, 피로에 찌든 나의 몸과 마음. 쉬고 싶지만 쉬는 시간을 내는 것도, 쉴만한 곳을 찾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 책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은 피로와 휴식, 프라이버시에 대한 건축학자의 새로운 해석과 시선을 담은 인문서다. 저자는 건축학자의 눈으로 피로사회의 근원을 고찰하고, 휴식을 방해하는 일상의 공간과 시간에 대해 살펴본 뒤, 우리 곁에 있는 13개의 라운징 공간을 제안한다.
라운징(Lounging)은 Lounge에 ing를 붙인 말로, 사람을 만나고 쉬는 라운지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를 확보하며 몸과 마음을 가볍게 쉬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인은 일하는 과정에서 여러 벽에 부딪히고, 컨베이어 벨트 부품 같이 소모되고, 피고용인으로서 감시당하면서 역할에 대한 불만, 싫증과 불안을 느낀다. 공동체 의식이 메말라가 믿을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고독을 느낀다. 필요한 만큼의 프라이버시 확보와 인간적 교류를 하는 것도 뜻대로 잘되지 않아 불만을 느낀다. 그리고 현대인의 피로는 이러한 불안, 고독, 공포, 통증, 싫증 등에서 비롯된다.


출판사 서평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1870년 프랑스 파리 르그랑호텔 라운지. 사회 주류로 부상한 부르주아들이 이곳에 모여 늦은 아침과 커피를 즐긴다. 여기는 부르주아들이 자신들이 얻은 부를 자연스럽게 과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서로 어울리면서 경제적 부를 과시하고 정보를 얻고 다른 영역으로서의 모색을 꿈꿀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1931년 경성 화신백화점 커피숍. 그곳을 찾은 유한계층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그 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왕이라도 된 듯 공간의 주인공이 되는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2015년 서울 청담동 카페. 88만원 세대는 이곳에서 하루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값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를 마시는 그 시간만큼은 ‘알바 인생’에서 벗어나 카페가 주는 힐링을 즐긴다. 르그랑호텔과 화신백화점, 그리고 오늘 서울의 카페. 부르주아도 유한계급도 88만원 세대도 시대와 장소는 다르지만 그곳에서 육체적 휴식과 더불어 정신적 휴식을 얻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카페에서 쉬고 휴식을 얻는 것처럼, 오늘 우리의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또 다른 공간들은 없는 걸까?

현대인은 피곤하다. 우리는 일하는 과정에서 여러 벽에 부딪히고, 컨베이어 벨트 부품 같이 소모되고, 피고용인으로서 감시당하면서 역할에 대한 불만, 싫증과 불안을 느낀다. 공동체 의식이 메말라가 믿을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고독을 느낀다. 필요한 만큼의 프라이버시 확보와 인간적 교류를 하는 것도 뜻대로 잘되지 않아 불만을 느낀다. 현대인의 피로는 이러한 불안, 고독, 공포, 통증, 싫증 등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책의 1장에서 현대인의 피로를 건축학자로서 공간의 측면에서 바라본다. 현대인이 피로를 느끼게 하는 상황을 애초 발생시킨 것은 사회구조이며, 사회구조는 언제나 예외 없이 공간 안에서 구현되는데, 그런 구현을 위해 마련된 공간은 또다시 사회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대인의 피로가 애초 사회구조 탓에 형성됐을지라도 집, 직장 등 공간의 구조적 특징이 피로감을 더 높이고 오래 지속되도록 만든다. 때문에 저자는 현대인이 ①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기, ② ‘다른 나’가 되어보기, ③ 프라이버시 균형 잡기 ④ 공동체 의식 즐기기를 통해 진정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2장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는 13개의 라운징 공간을 새롭게 보기를 권한다. 그 공간들은 카페, 도서관, 마트, 공항, 사이버공간, 캠핑장 텐트 등 생활 속에서 타인과 함께 부대끼는 일상의 공간들이다. 저자는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며, 마트에서 쇼핑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상에서 ‘다른 나’가 되어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면서 육체를 편안하게 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질 수 있다. 라운징은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지만 우리가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들에서 가능하다. 즉, 공간에 대한 뻔한 고정관념, 철옹성 같은 마음을 조금만 달리 먹으면 얼마든지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어디서 쉴 것인지가 아니라, 어떻게 쉴 것이냐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진정한 쉼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에 가 닿는다.


건축학자의 시선으로 본 피로사회
진정한 휴식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인가?

우리나라 주택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공간인 다락. 오래된 단독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다락은 아파트가 보편화되어 있는 요즘에는 쉬이 만날 수가 없지만, 어린 시절 낡은 교과서와 일기장, 소설책들을 보며 자신만의 공간으로 삼았던 추억을 가진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머니가 지키는 안방에서 안전함을 느낄 수 있었다면 다락에선 가족들의 지나친 관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다락방은 단순히 안전감과 위안을 주는 장소만은 아니다. 그곳은 유년 시절,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형과 누이의 일기장을 몰래 꺼내 읽으며, 다락방의 주인이 되어 일기장을 통해 ‘다른 나’가 되어볼 수 있는 공간. 바로 인생 최초로 가질 수 있었던 자신만의 공간이다.
현대인의 불행은 사회가 정해놓은 자신의 역할 외에 ‘다른 나’가 되어볼 기회를 품기 어렵다는 데서 기인하기도 한다. 이것은 현대인의 피로를 가중시키는 원인 중 싫증의 근원이 된다. 피로의 원인인 불안이나 공포, 통증, 싫증은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사람이 자기 뜻으로 하고자 하는 대상은 크게 볼 때 물건과 사람이다. 사물을 얻는 과정에서 그 과정의 주인이 되어보거나 좀 더 빛이 나는 일을 해보고도 싶을 것이지만 알다시피 그게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얻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만큼의 사생활을 얻는 것 그리고 필요한 만큼의 인간적 교류를 확보하는 것도 뜻대로 잘 되지만은 않는다. 현대인의 피로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현대인이 정신적 휴식을 얻으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직장과 주거 외의 다른 공간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정신적 피로를 씻어줄 만한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인이 오로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놀이 효과뿐이다. 놀이 효과라는 것은 실제로 놀이는 아니지만 마치 놀이처럼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기도 하고, ‘다른 나’가 되어보기도 하고, 프라이버시를 얻거나, 또는 공동체 의식을 얻을 수 있음을 말한다. 현대인이 정신적 휴식을 얻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놀이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직장에선 물론이고 집에서도 현대인을 쉽게 피로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피해갈 길은 없다. 그러므로 직장 또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을 찾아봐야 한다. 사회적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그러한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공간을 찾아야 한다.
우리 곳곳에서 다락과 같은 공간들을 만날 수 있다. 대학도서관 서고, 캠핑장 텐트 안, 카페 등에서 우리는 다락방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다락방은 의외로 우리 곁 많은 곳에 있다. 우리가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쉼터 같은 은밀한 공간들.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찾아간 그 공간들에서 우리는 편안하게 쉬면서 충분한 만족감과 더불어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그곳에선 어렵지 않게 공간의 주인이 될 수도 있고 ‘다른 나’가 되어볼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적절한 수준의 프라이버시를 유지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들 속에서 정신적 피로를 씻으며 충분한 만족과 위안을 얻고 즐기는 것을 ‘라운징’이라 한다면 그런 라운징이 가능한 공간이 바로 ‘라운징 공간’이다.


‘다른 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우리에겐 정신적 피로를 씻어주는 휴식과 함께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라운징 공간이 있다.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지만 그저 익숙하게 머물거나, 스쳐 지나갔던 공간들이다. 라운징 공간들은 그냥 한적한 곳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번잡한 공간이지만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자는 건축학자로서 ①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기, ② ‘다른 나’가 되어보기, ③ 프라이버시 균형 잡기 ④ 공동체 의식 즐기기, 4가지 측면에서 우리 주변의 라운징 공간 13곳을 발견하고 이 공간들이 왜 우리에게 위안을 주는지 귀띔해 준다. 그리고 공간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맡겨보라고 제안한다. 저자가 말하는 라운징 공간들은 카페, 도서관, 마트와 시장, 도심 속 쉼터, 똑똑한 오피스, 독신자를 위한 공간, 식당, 박물관, 사이버공간, 공원, 길거리 카페, 공항, 캠핑장 텐트로 모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평소 의식하지 못했던 공간들이다. 숨겨진 보물과 같은 공간들인 것이다.
최근 독서실 좌석에 앉듯 혼자 앉아 식사를 하는 ‘나홀로 식당’ 몇 곳이 성업 중이다. 나홀로 식당의 성공엔 1인 가구의 증가가 한몫했음이 분명하다. 그들에겐 가족 외식이라는 게 곧 나홀로 식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과 맞물려 최근엔 ‘나홀로 라운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혼자서 행복하게 여가를 즐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불가피하게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이나 불편함 없이 마음 편하게 혼자 즐기겠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엔 대가가 따른다. 바로 외로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나홀로 라운징족들에게 외로움은 큰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남과 어울리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차라리 낫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밥도 혼자 먹고 노래방도 혼자 간다. 그래서 이들에게 나홀로 라운징족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그런데 이 이름은 적절치 않다. 그들이 하는 것은 라운징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운징은 타인의 존재와 눈길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만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나홀로 식당은 결코 라운징 공간이 아니다. 타인과 함께 있되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심리적 거리가 허용되는 곳. 자신을 둘러싼 타인의 존재감에 억눌리지 않아도 되는 곳. 그런 곳에선 타인과의 어울림이 나에게 위안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그런 곳이 바로 라운징 공간이다. 우리를 라운징으로 이끄는 한적함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라운징에서의 한적함은 항상 사람들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라운징은 일상을 벗어나 색다른 경험을 하는 일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정도를 통제함으로써 필요한 정도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카페, 도서관, 마트, 공항, 공원 등이 라운징을 위한 최적의 장소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면들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함께하고 싶은 욕구’와 ‘홀로 있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줄 수 있는 라운징은 장소의 개념을 뛰어 넘어 ‘휴식을 위한 시간/움직임’, ‘새로운 휴(休)테크’를 지칭한다. 라운징 공간과 라운징 시간은 지친 현대인의 육체를 편안하게 해주고 심리적인 안정감과 위로를 주며, 창의력을 재생산한다. 《몸과 마음을 살리는 행복공간, 라운징》은 독자들에게 가보지 않은 라운징 공간의 감흥을 느끼게 해주고, 가 본 적이 있는 라운징 공간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한다. 자신만의 라운징 공간을 많이 찾아내고 그곳에서 라운징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정신적 피로를 회복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비방이 될 것도 같다. 라운징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일관된 목소리는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이제 가벼운 복장을 하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산책을 시작해보자. 혹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있는가? 눈을 돌려 한번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은 벌써 은연중에 그 카페에 온기를 퍼뜨리는 따뜻한 존재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책속으로

사람이 안전감과 함께 위안을 얻기 위해선 공간에 대한 통제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만의 공간을 누리면서도 원한다면 타인과 어울릴 수 있고, 또 타인과 함께하면서도 혼자만의 공간을 쉬이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원하는 대로 사회적 교류의 양과 질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다락방에서 그럴 수 있었던 것처럼. 내 다락방은 단순히 안전감과 위안을 주는 장소만은 아니었다. 그곳은 막내둥이 소년이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다락방의 주인이 된 나는 거기에 놓인 모든 물건을 맘대로 거느렸다. 그리고 그 모든 물건들을 상대로 하는 대장 놀이가 지루해질 때면 형과 누이의 일기장을 꺼내들었다. 나는 그들의 일기장을 통해 나와 동떨어진 세계에 살고 있는 낯선 ‘다른 나’가 되어볼 수 있었다. 이후 어른이 된 뒤에도 장소에 집착하는 내 습성은 그대로 이어져 나로 하여금 이미 사라져버린 다락 대신 다른 공간을 계속 찾아다니게 만들었다. 나에게 안전감과 위안을 주는 동시에 공간의 주인이 될 수 도 있고 ‘다른 나’를 꿈꿀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을……. 곳곳에서 그런 공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도서관 서고에서, 캠핑장 텐트 안에서, 그리고 카페 등에서도 나는 다락방을 다시 만났던 것이다. 지친 일상을 뒤로하고 찾아간 그 공간들에서 나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충분한 만족감과 더불어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다락방은 의외로 많은 곳에 있었다. 주위에 있지만 우리가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는 쉼터 같은 은밀한 공간들.

사람들이 가지는 불만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 ‘또 다른 나’를 경험해볼 기회가 없는 것, 프라이버시가 부족한 것,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것. 이런 불만들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놀이’다. 놀이는 평소 하지 않는 것을 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모든 놀이가 다 그렇다. 놀이는 대체로 여러 사람과의 어울림을 전제로 하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히 역할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놀이는 역할을 바꿔가면서 하게 되어있다. 어린 시절 누구라도 해봤을 술래잡기를 생각해보자. 거기엔 술래도 있고 숨는 사람도 있다. 이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은 술래도 해보고 숨는 사람도 해보게 된다. ‘다른 나’를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 놀이의 중심에 술래가 있다고 본다면 주인공이 되는 기회도 맛볼 수 있는 셈이다. 놀이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놀이의 시작은 심심함이다. 심심함은 대체로 혼자 있을 때 생긴다. 심심함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많은 사람과 어울리길 원하고 때론 소수의 사람과 어울리길 원하기도 한다. 소수의 사람과 어울린다는 것은 대개는 친밀한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자신의 사생활을 유지한 채 다른 이들과의 어울림을 즐긴다는 뜻이 된다.

일터가 아닌 카페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은 서로 감시의 대상이 아니다. 비록 말을 건네지 않고 눈길을 확실하게 주고받진 않지만 간간이 들리는 목소리와 그들이 쾌활한 날갯짓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퍼덕거림이 사람과 함께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곳 카페에서 사람들은 모두 공간의 지배자로서 서로 공동체 의식을 나눠가진다. 카페에서 공간의 지배자가 될 수 있는 것은 그리고 복수의 공간 지배자가 용납될 수 있는 것은 이곳 공간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카페 안엔 다양한 특징을 가지는 자리가 있을 수 있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창가 자리도 있고 후미진 구석 자리여서 나를 살짝 숨길 수 있는 자리도 있다. 여러 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고 반면에 혼자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있다.

도서관의 서고는 로비나 대출대에서 전혀 보이질 않는다. 오직 가본 사람만이 서고가 저기 어디쯤엔가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고 또한 중간 과정에 방향 변화가 많은 까닭에 도서관 서고는 완벽하게 분리된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도서관 서고가 한적한 공간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시간과 관계가 있다. 어느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 말이다. 이 시간이 길면 길수록 두 장소는 떨어져 있는 느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서울에서 대전은 1시간 반 거리이고 부산까지는 4시간 거리다. 서울 사람이 대전보다 부산에 있을 때 집에서 더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여행을 할 때 흔히 하는 얘기 중 하나는 여행지가 너무 집에서 가까우면 여행하는 맛이 안 난다는 것이다. 여행
이 일상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느낌을 찾는 것이라 본다면 그것이 기대한 바대로 효과를 얻기 위해선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왜 캠핑을 좋아하는 걸까? 예전의 바닷가 텐트촌이나 등산로 야영장과는 다르게 요즘 캠핑장은 캠핑 자체를 주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텐트촌이나 야영장이라면 수영을 즐기고 등산을 즐긴다고 하면 된다. 그런데 캠핑장에선 대체 무엇을 즐기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좋은 대답을 하고 있는 광고를 안다. 캠핑 장비를 만들어 팔고 있는 어느 회사의 광고다. 그 광고에선 한 여자가 캠핑을 가니 아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에만 빠져 있던 아이는 모험대장이 되기도 하고 또 수다쟁이가 됐단다. 아이들만 변하는 게 아니다. 남편 역시 일상 속에서 보던 남편이 아니다. 쉬는 날이면 소파에만 늘어져 있던 남편. 그 남편이 무거운 장비를 옮기고 장작을 패 화목난로를 피우고 있으니 사뭇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것이 캠핑장이다. 아이가 달라지고 남편이 달라지면 당연히 부인도 달라지게 된다. 캠핑장에선 가족 모두가 다른 사람이 된다. 캠핑장에서 가족 구성원 각자는 일상 속의 내가 아닌 ‘다른 나’가 되어보는 기회를 가진다. 이것이 바로 캠핑이 라운징이 되고 캠핑장이 라운징 공간이 되는 출발점이다.


저자 프로필

이상현

  • 국적 대한민국
  • 학력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건축학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 석사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 경력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교수

2015.01.22.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이상현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살면서 거쳐가는 장소들에 대한 유별난 감수성 덕분에 건축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믿는다. 그는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 과거의 장소들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리고 그러한 기억의 통로를 따라 이어온 학문적 탐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나눔으로써 자신이 느꼈던 편안함과 행복감을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2년 대한건축학회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장소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한 ‘건축도시공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저서로 《길들이는 건축 길들여진 인간》이 있다.

목차

Intro 일상 속 다락방을 찾아서
Prologue 라운지와 커피숍 그리고 카페

Part 1. ‘휴休’를 위한 공간의 비밀

피로와 휴식, 그리고 프라이버시 과잉 시대
무엇이 우리의 휴식을 방해하는가
일과 생존을 위한 시간
공간을 만들고 마음을 움직이다
영역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간의 오감과 자연을 열어주는 공간


Part 2. 공간, 마음을 껴안다

커피 대신 사람의 온기를 마시다
도서관 서고 한 귀퉁이에서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려면 마트에 가라
도심 속 호젓한 공간으로의 산책
똑똑한 기업의 오피스는 다르다
독신자를 위한 공간
한 식구가 되는 식탁
완벽하게 단절된 세계
사이버공간으로 외출하다
난개발의 미학과 공원
길의 진화, 움직임에서 머무름으로
공항에 가면 ‘다른 나’가 있다
텐트 안 최소한의 공간 속으로

Epilogue 홀로, 또 함께 라운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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