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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상세페이지

인문/사회/역사 정치/사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와 현 단계 쟁점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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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책 소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 교육부는 2015년 9월 23일에 고시한 교육과정에서 “학습자 스스로 역사적 자료를 활용하며 비교, 분석, 종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고 과거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라고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교과서를 국정화해서 역사 해석을 하나로 통일해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모순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은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그런데도 왜 대통령과 정부, 집권 여당은 이토록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진력하는 것일까? 일부 사람들은 왜 이를 지지하는 것일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을 지켜보면서 역사교육 연구자로서 나의 생각을 이 책에 담았다. 그동안 진행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과 그것이 의도한 목적이 무엇인지 밝히고, 국정제 논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해보았다. 이러한 논의는 자연스럽게 앞으로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로 이어진다. - [들어가는 글]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근본적으로 나쁘다
국정제는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로 적합하지 않다
국정 역사 교과서는 역사 해석을 하나로 획일화하기 때문이다

책과 역사


1933년 나치가 유대인 지성의 죽음을 선언하면서 자행한 화형식으로 유럽에서 1억 권의 책들이 사라졌고, 이로써 칼 마르크스, 잭 런던, 헬렌 켈러, 아인슈타인, 토마스 만의 책은 금서가 되었다.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의 시황제는 법가 사상 아래 전제주의적 통일 국가를 만들고자 자국의 사서를 제외한 모든 서적을 불태우는 분서 사건을 일으켰다. 동서와 고금을 달리하여 반복되어온 사상 통제의 역사에 2015년 대한민국이 한 줄을 보태게 되었다.
보수 인사들과 언론이 앞장서고 정부가 뒷받침하면서 검정 ≪한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해도 여론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나치 독일이나 군국주의 일본에서 추진했고, 북한이 채택하고 있으며, 1970년대 유신체제 하에서 시행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2010년대 대한민국에서 부활된 것이다.
이 책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역사적 배경과 쟁점들을 쉽게 풀어쓴 책이다. 저자인 한국교원대학교 김한종 교수는 이 책에서 2015년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이르기까지 역사 교과서를 두고 펼쳐진 역사인식 통제의 역사를 분석하였다. 근대 교육이 성립된 이후로 교과서 발행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다른 나라의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가 어떠한지, 유엔의 역사 교과서 권고안의 내용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 걸맞은 역사 교과서의 모습을 제시한다.

역사 교과서를 흔들어온 한국 현대사

수많은 역사 이론서들이나 글들이 강조하듯이 역사적 사실은 곧 해석이며, 학교 역사교육은 학생들에게 정해진 하나의 해석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 가지는 이러한 성격을 깨닫게 하는 것이 목표여야 한다. 그럼에도 1973년에 국사교육 강화를 명분으로 진행한 국정 국사 교과서 발행이나 2015년의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내건 국정화 시도가 의도한 것은, 결국 학생들에게 정해진 하나의 해석을 주입시키는 역사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1973년의 국정화가 더 노골적이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방식에 있어서도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점이 똑같다. 박정희 정권 당시 1973년 6월 23일에 국정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국정교과서 편찬 작업에 들어가 1974년 1학기부터 중-고등학교 국정 ≪국사≫ 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했다. 현 정권 역시 2015년 10월 12일에 새 국정 교과서를 2017년 3월 새 학기부터 배포하겠다고 공언했다. 2015년 7월 30일에 교육부에서 최초 사용 학년도가 시작되기 2년 전에 교과서 검정 공고를 내어 검정 교과서 집필 기간이 최소 1년 이상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던 것에 비추어 매우 짧은 일정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이처럼 여론을 외면하며 국정화를 무리한 일정으로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그토록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역사적 사실과 그 해석은 무엇일까? 이처럼 역사 교과서를 통제함으로써 획일화하고자 하는 역사 해석의 내용이 무엇인가? 이 책은 이에 대해 하나하나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 ‘자랑스러운’ 역사는 어떤 역사인가
이승만 정부나 박정희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화 운동을 자세히 서술하는 역사 교과서는 ‘자학사관’이며 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운 역사다. ≪한국사≫ 교과서의 역사 서술이 부정적인가 긍정적인가는 이런 관점의 차이에서 생긴다. 그런데도 국정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이런 관점과 해석의 차이를 마치 역사적 사실의 오류인 것처럼 가장한다.

*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서술하고 있는가
주체사상을 비판하지 않은 교과서는 없다.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교과서는 주체사상이 김일성 유일 지배체제와 우상화에 이용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주체사상이 김정일 세습과 반대파 숙청, 주민 통제에 이용되었다고 지적한 교과서도 있다. 황교안 총리가 99.9퍼센트 대 0.1퍼센트라고 대비시킨 그 0.1퍼센트의 교학사 교과서도 별로 다르지 않다. 오히려 주체사상 자체에 대한 직접적 설명은 교학사 교과서가 가장 자세하다고 지적받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별도로 인용하지 않겠지만, 검정 ≪한국사≫ 교과서 8종은 모두 북한에 관한 서술 마지막 부분에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즉 만성적인 식량 및 에너지 부족을 비롯한 경제난, 주민 감시와 통제, 정치범 수용소 설치 등의 인권 문제, 탈북자의 증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등을 지적하고 있다.

* 역사 교과서는 6·25전쟁을 남북한 공동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가
8종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은 모두 전쟁이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되었음을 명시하고, 유엔이 이를 침략 행위로 규정하고 유엔군 파견을 결정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6·25전쟁이 어느 편의 침공으로 시작되었는지 혼동을 줄 만한 내용은 전혀 없다. 정상적으로 한글을 해독하고 ‘남침’과 ‘북침’의 의미를 혼동하지 않는다면, 어느 교과서를 읽더라도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역사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폄하하고 있는가
사실 이 문제는 이른바 ‘건국절’ 논란이 있기 전에는 크게 관심을 끌지 않았다. 어느 용어가 타당한지 논의는 제쳐 놓더라도, 적어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이전부터 널리 사용되던 표현으로 검정 ≪한국사≫ 교과서들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폄하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결국 이를 문제 삼는 것은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북한에 호의적이고 대한민국에 비판적이라는 식으로 몰아가기 위한 ‘트집’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한 교과서 발행제도는 무엇인가
첫째, 교과서 발행제도를 지금보다 더 자율화해야 한다. 현재의 검정제보다는 인정제, 인정제보다는 자유발행제가 질 좋은 교과서를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장 인정제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기 어렵다면 검정제의 통제 장치를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교과서의 획일화를 막고 다 양한 교과서의 제작을 유도할 수 있다.
둘째, 검정 업무를 교육부나 행정부서가 아닌 전문성을 가진 독립 기구에 맡겨야 한다. 특히 역사와 같이 정치권력을 비롯한 외부의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의 교과서 검정 업무일수록 전문성을 가진 독립적인 검정 기구가 필요하다.
셋째, 교과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한국 사회는 역사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지만 편수 기능은 약하다. 그 이유는 편수 업무가 검정 심사를 하거나 교과서 개발과 발행, 보급의 관리·감독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넷째, 교과서의 성격을 다양화해야 한다. ‘교과서’의 범위를 ‘교과용 도서’로 넓혀,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교과서를 펴낼 수 있는 제도와 행정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과서는 학자와 교사에게 맡겨라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발행 반대”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대 들어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검정으로 바꾸면서 교육부는 초등학교 일부 교과서를 검정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그중에는 ≪사회≫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초등 교과서의 검정제 전환은 슬그머니 중단되었다. 중등 교과서뿐 아니라 초등 교과서도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다수 있지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치켜세우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자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식민지 근대화론, 친일, 이승만 미화, 숱한 오류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쏟아진 비판에 대해서도 저자는 그 논리가 반드시 적절한 것만은 아니라고 문제를 제기한다. 검정 심사는 어떤 책을 탈락시키거나 특정 책만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는 어차피 학교에서 채택하여 사용해야 교과서로서 효력을 발휘하므로, 교과서로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교사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 교과서는 역사학자와 역사 교사에게 맡겨야 한다”는 한 가지이다. 그 바탕에는 역사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역사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사고는 비판적 사고다. 비판적 사고는 주어진 규범이나 행동 양식, 진술 등에 의문을 가지거나 회의적으로 보는 생각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의문을 가지고 자신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라는 권위 기관이 펴내는 단일 국정 교과서는 민간에서 여러 종을 펴내는 검정 교과서보다 훨씬 강력한 권위를 가진다. 교과서 내용의 정당성이나 신뢰성을 떠나서 모든 학생들이 똑같은 하나의 역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설사 국정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역사적 사실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텍스트 내용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는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교과서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국정제가,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로 적절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다.
저자는 역사, 역사교육, 역사 교과서를 하나로 꿰뚫는 이론서들을 집필하고 각종 매체를 통해 이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해왔다. 저자의 다른 저서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의 마지막 장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교과서 내용도 달라져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2008년 ‘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비판 파동’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 교과서를 대표 집필한 덕에 지난 10여 년간 역사전쟁의 한복판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다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왜 문제인가≫를 통해 저자는 지금이라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취소하고 교과서 집필과 보급을 자율화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의 역사
1908년 8월 28일 학부,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 발행 규정인 ‘교과용 도서 검정 규정’ 공포
1920년 조선총독부, 초등 역사 교과서 처음 발행
1942년 3월 조선총독부, 국정 ≪중등국사≫(저학년용) 발행
1945, 1946년 미군정 초-중등 역사 임시교재 발행
1948~1973년 교수요목~제1차, 제2차 교육과정, 검정 교과서 발행
1968년 실업계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국정 발행(1971년 개정)
1974~2006년 제3차~제7차 교육과정, 국정 ≪국사≫ 교과서 발행
1979년 중학교 ≪사회 2≫(세계사), 고등학교 ≪세계사≫ 국정 발행
1982년 교과서 개정으로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만 검정으로 환원
1994년 ≪국사≫ 교과서 준거안 파동
2003~2010년 제7차 교육과정, 선택과목인 고교 ≪한국근?현대사≫ 검정화
2011~2014년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모두 검정으로 발행
2013년 8월 교학사, 고교 ≪한국사≫ 교과서 교육부 검정 통과
2017년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 발행 예정

* 책속으로 추가
그러나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가 교과서 국정제를 추진한 것은 사회적 분쟁이 심한 때가 아니었다. 1990년대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논란과 갈등이 일어났지만, 이 때문에 교과서 내용을 규제해 야 한다는 주장은 없었다. 오히려 특정 집단이 권력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들이 자신의 이념을 사회에 전파하고 권력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 도입한 것이 교과서 국정제다. 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과 사회 통합이었다. 북한은 해방 직후인 1945년 11월에 국어, 역사, 지리를 비롯한 여러 과목의 교과서를 편찬하기 시작했다. 교육국이 발행하는 국정제였으며, 교과서 내용의 정치성을 심의하는 과정이 포함되었다. 이후 교과서는 계속 국정으로 발행되었으며, 제도의 개편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정 교과서는 북한 주민을 하나의 이념으로 통합하는 도구가 되었다. (본문중에서)

역사 교과서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이나 독일에서 국정제가 도입되는 과정은 우리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추진과 비슷하다. 국정 도서는 정부의 의지와 정책을 관철시키는 통로이며, 국정제는 국가 권력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더라도 국정 도서의 발행 동기는 비교적 명확하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교과서 국정제를 추진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유엔 특별조사관이 역사교육 문제를 조사한 것은 그만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 보고서는 전 세계적으로 역사가 교육과정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과목이라는 사실을 일깨우면서,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역사 인식을 심어주며, 사회와 대중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그 사회의 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역사교육의 결정적 도구’로서 교과서가 가져야 할 성격과 교과서 제도와 내용 구성의 유의점을 제시한다. (본문중에서)

일부 사람들은 말한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더라도 제작이나 내용에 권력이 개입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냐?”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개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정치권력이 의도하건 안 하건 간에, 국정제 아래에서는 본질적으로 교과서 내용에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 단일 역사 교과서가 가지는 속성 때문이다. 단일 역사 교과서는 교육의 본질적 가치에 위배되며 민주시민의 양성을 가로막는다. (본문중에서)

나는 교과서 국정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초등학교 교과서가 국정으로 발행되는 것이 왜 한국 사회에서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사실 중등 교과서뿐 아니라 초등 교과서도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아시아권 국가에서는 다수 있지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치켜세우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 중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아시아권 국가들도 중등 교과서는 검정으로 발행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2000년대 들어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검정으로 바꾸면서 교육부는 초등학교 일부 교과서를 검정으로 전환할 예정이었다. 그중에는 ≪사회≫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은 중단되었다. 그 ‘어떤’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중등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문제뿐 아니라 초등 ≪사회≫ 교과서, 나아가서는 초등 전체 교과서를 국정으로 간행하고 있는 문제도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본문중에서)

나는 이 책을 쓰면서 (1973년의)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안 보고’라는 글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대통령비서실의 한기욱 비서관이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문교부가 작성한 보고서가 첨부되어 있다. 우선 현재와 비교하여 두드러지게 차이 가 나는 점은, 검정 교과서에 대해 ‘유신 정신 반영’, ‘새마을운동, 수출 증대, 교육 재료 보강’, ‘급변하는 국제 사회 에 적응’과 같은 정치적 의도를 담은 수정 지시를 했다는 사실을 드러내놓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검정 심사의 이런 방향에 긍정적이다. 검정 심사는 어떤 책을 탈락시키거나 특정 책만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교과서는 어차피 학교에서 채택하여 사용해야 교과서로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로서 가치가 없다면 학교 현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하면 된다. 이는 교사들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판단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교육부나 교육청이 나서서 행정적으로 어떤 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거나 말아야 한다고 하는 것도 부정적이다. 그것은 교사들이 판단할 문제이지 행정청에서 강요할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런 생각이 검정 신청을 했거나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라고 해서 그대로 방치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 다. 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열어두면 된다. 그 비판은 학계와 교육계의 몫이다. 학계와 교육계가 충분한 검토, 분석을 하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비판하면, 교사들이 이를 참고해서 결정하면 된다. 중·고등학교 교사는 교과서를 사용해서 가르치는 당사자이며, 어느 누구보다 이런 판단을 하는 데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본문중에서)

이러한 관점은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되풀이되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논란이 절정이던 2008년에 건국 6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기적의 역사’라는 제목의 DVD를 만들어 학교에 보급했다. 나는 ‘기적의 역사’의 3·15선거 부분을 보면서 기겁했다. 정부가 자유로운 선거를 위해 힘썼고, 실제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시되었으며, 세계 각국이 이승만과 이기붕의 정·부통령 당선을 축하했다는 대한뉴스를 그대로 싣고 있었다. ‘기적의 역사’ DVD는 4·19혁명을 비롯한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내용 때문에 비난이 쏟아지자 회수되었다. 특히 4·19혁명을 ‘4·19데모’라고 표현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국현대사는 ‘성공의 역사’, ‘발전의 역사’, ‘기적의 역사’이므로, ‘긍정과 발전의 역사관’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던 것이었다. 여기에는 그동안 현대사 평가가 부정적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본문중에서)

(1992년에 있었던 중학교 ≪국어≫ 교과서 국정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국정제가 합헌이라고 판결을 내리면서도, 현재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들을 거의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관들은 국가의 국정 교과서 발행권은 학년과 학과에 따라 필요한 최소한도 에 그쳐야 하며, 그것이 이런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국정제도보다는 검·인정제도를, 검·인정제도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국정제를 채택하고 있더라도 설득력을 가진 다수의 학설이 있을 경우 하나의 교과서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과목의 사례로 국사를 들었다.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 국사 교과서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당시 헌법재판관들도 국사 교과서는 국정제보다 검인정이나 자유발행제가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본문중에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취지와 달리 국정화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갈등을 확산시키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가 사회적 논란과 거센 반발을 무시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것은 합리적 사고를 하지 않으려는 탓이다. 국민의 의견을 받아들여 합리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을 하기보다는,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의사소통의 대상에서 배제해버린다. 그런 국민이 소수라고 하더라도 끌어안아야 할 텐데, 다수의 생각인데도 전적으로 무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본문중에서)

역사교육과 역사 수업은 역사학자나 교사 등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그것이 역사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다. 검정 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현대사가 역사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한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마찬가지로 현대사는 또 다른 소수의 전유물은 더욱 아니다. 정치적 고려와 같은 특정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님은 말할 나위도 없다. 역사교육과 교과서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고, 시민들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서는 민주사회를 위한 것이다. (본문중에서)


저자 프로필

김한종

  • 국적 대한민국
  • 출생 1958년
  •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역사교육학 박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역사교육학과 석사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 학사
  • 경력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교수

2015.01.21. 업데이트 작가 프로필 수정 요청


저자 소개

저자 - 김한종
그는 역사교육연구를 체계화하고, 실제 역사수업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는 작가이다.서울 소재의 고등학교에서 역사교사 생활을 하였으며, 현재는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로 역사수업과 역사교사, 역사교육과정과 교과서 등 역사교육의 여러 문제들을 공부하고 있으며, 한국근현대 교육사에도 관심을 두고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역사왜곡과 우리의 역사교육』, 『역사교육과정과 교과서연구』 등이 있으며, 공저로는 『역사교육과 역사인식』, 『아틀라스 한국사』, 『역사교육의 내용과 방법』『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 등이 있다. 또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공동 집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목차

들어가는 글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왜 문제인가

1장 역사 교과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 우리나라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
교과서 발행제도 - 국정, 검정, 인정, 자유발행제
교육부 장관에게 권한이 집중된 한국의 교과서 발행제도 교육과정과 교과서의 내용 요소
통제 많은 교과서 집필과 까다로운 검정 절차
2 다른 나라의 역사 교과서 발행제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의 교과서 제도
나치 독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국정 교과서
권력 유지를 위한 국정제 추진
3 유엔의 역사 교과서 권고안
유엔 보고서가 지적하는 단일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
유엔 보고서의 역사 교과서 문제 해결 방안

2장 국정 역사 교과서의 역사
1 근대의 역사 교과서와 교과서 제도
근대 교육의 시작과 역사 교과서 발행
반일의식 통제를 위한 교과서 검정제도
2 일제하 국정 역사 교과서
조선총독부 발행 초등 역사 교과서
일제 말 국정 역사 교과서의 확대
3 해방 이후 국정 역사 교과서
해방 직후의 임시 역사 교재 발행
1960년대 말~1970년 초의 국정 국사 교과서
1973년 역사 교과서의 전면적 국정화
1980년대 이후 국정 국사 교과서의 변화
4 2015년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추진의 과정
역사교육을 둘러싼 갈등의 전조
≪한국근·현대사≫ 파동에서 ≪한국사≫ 논쟁으로
교학사 교과서 논란을 바라보는 생각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

3장 국정제 논리의 오류는 무엇인가
1 사실을 감춘 검정 역사 교과서 ‘좌편향’ 논리
≪한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비판 없이 서술하고 있는가
≪한국사≫ 교과서가 6·25전쟁을 남북한 공동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가
검정 역사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폄하하고 있는가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했는가
2 사실로 둔갑하는 역사 해석과 관점
‘자랑스러운’ 역사는 어떤 역사인가
‘광복 이후 3년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3 필요에 따라 바뀌는 교과서 발행 논리
역사 교과서 자율화를 주장하는 보고서들
국정화 찬성자들의 말 바꾸기

4장 역사 교과서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1 순탄하지 않을 국정 역사 교과서의 미래
국민의 저항에 부딪힌 역사 교과서 국정화
국정 역사 교과서가 발행되면 갈등은 줄어들까
2 정말로 ‘올바른’ 역사 교과서의 방향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교과서 발행제도
역사적 사고의 경험을 제공하는 교과서

닫는 글 교과서는 학자와 교사에게 맡겨라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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