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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상세페이지

에세이/시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창비시선 412
소장종이책 정가8,000
전자책 정가30%5,600
판매가5,600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표지 이미지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작품 소개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이제는 가만히 침묵에 물 줄 시간
‘절벽’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삶을 고통을 가누는 고독한 시정신

누에고치 삶은 물 속에선/언제나/나비 날개 냄새가 난다//단 한줄도 없이/시(「흔적」 전문)

1998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을 맞이한 김경후 시인의 세번째 시집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이 출간되었다. 등단 이래 줄곧 뜨겁고 개성있는 시세계를 선보였던 시인은 지난해 현대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상실의 아픔을 간절한 언어로 노래한 두번째 시집 『열두겹의 자정』(문학동네 2012)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이 시집에서 시인은 어둠과 죽음의 그늘 속에서 삶의 고통을 가누는 고독한 시정신을 보여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차가운 통찰이 깃든 자유롭고 활달한 이미지 속에 “그로테스크와 서정이, 유머와 불온이, 추와 미가 행복하게 혼숙하고 있”(손택수, 추천사)는 절박하면서도 절제된 시편들이 애잔한 슬픔과 뭉클한 공감을 자아낸다. 2016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잉어가죽 구두」 외 5편을 포함하여 55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실었다.

너덜대는 붉은 가슴지느러미/수억년 동안 끝나지 않는/오늘이란 비늘/떨어뜨리는/노을/아래/기우뚱/여자는 한쪽 발을 벗은 채/깨진 보도블록 틈에 박힌 구두굽을 잡고 쪼그려 있다(「잉어가죽 구두」 전문)


출판사 서평

김경후의 시는 아프고 쓸쓸하다. 부재와 소멸과 상실로 삶이 ‘절벽’이 되어버린 세계에서“침묵에 들러붙어”(「박쥐난이 있는 방」) 살아가는 존재들의 비탄에 잠긴 목소리가 가슴에 사무친다. “세상 모든 정오들로 만든 암캐”의 처절한 죽음을 목격한 이후 “마음에 없는 말과, 말 없는 마음”을 갖게 된 시인은 “뱃가죽이 찢어지는 소리로 울 수 있었다”(「해바라기」)고 말한다. “무너진 뼈, 찢겨나간 꿈들”이 쌓인 “폐허 속”(「폼페이 벌레」) 침묵의 세계, “뭘 써도/아무것도 쓰지 않은/텅 빈 밤”(「아귀」)이 되는 세계에서 시인은 “바벨탑보다 높은 내/안의 외벽”과 “내벽”을 돌며 “텅 빈 입으로 적막을/물고”(「절벽아파트」)서, “아직 한 음도 낸 적 없는” 심해어와 “이미 잃어버린 말”을 “상상”(「심해어」)하며 실존의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나는 많이 죽고 싶다, 봄이 그렇듯, 벌거벗은 나무에 핀 벚꽃과 배꽃이 그렇듯, 너무 많이 죽어 펄럭이고 싶다, 파도치고 싶다, 세상 모든 재와 모래를 자궁에 품고, 잿더미의 해일도 일으켜보자, 죽음보다 더 많이 죽어보자, 살과 소음, 그런 거 말고, 삶과 소식들, 그런 건 더더욱 말고, 소금과 술로밖에 쓸 수 없는 시를 쓰고 싶다, 너무 많이 죽어, 늘 증발해버리는 시, 그 시를 주술처럼 중얼거리며 죽고 싶다, 아주 자주, 아주 많이, 보석들 대신 비석들을 갖고 싶다, 비석들도 죽이고 죽고 싶다, 비석들 위로, 너무 많이 죽은 시들을 밤하늘처럼, 피와 황금의 사막처럼 펼치자, 나는 많이 죽고 싶다, 잿가루보다 무수히(「불새처럼」 전문)

삶의 고통을 견디는 침묵만 있을 뿐, “허공조차 없는”(「해바라기 소리」) 텅 빈 세계에서 시인은 “좀 많이 죽은 채/너무 홀로 어둠속에 있”(「깃털 베개의 말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노래가 사라”(「오르간파이프선인장」)져버린 그 세계에도 “침묵에/물 줄 시간”이 존재하며, “침묵과 죽음 사이”에서도 “까맣게 시든 채 돋아나는 이파리”가 있다. 시인에게 침묵은 “이것만이 생존법”(「박쥐난이 있는 방」)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침묵은 그동안 망각되어 있던 부재와 상실의 시간을 고요히 응시하게 함으로써 “서걱거리는 어둠만 있”을 뿐인 “개미지옥 같은 방”(「개미지옥」), “아무도/나조차 없는 암흑 속”(「절벽아파트―주소」)의 세계에 출구를 만들고, 우리는 시인의 깊은 침묵 속에서 희미하지만 절실한 삶의 숨소리를 듣는다.

내 인생 단 한권의 책/속수무책/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척 내밀어 펼쳐줄 책/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진흙 참호 속/묵주로 목을 맨 소년 병사의 기도문만 적혀 있어도/단 한권/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찌그러진 양철시계엔/바늘 대신/나의 시간, 다 타들어간 꽁초들/언제나 재로 만든 구두를 신고 나는 바다절벽에 가지/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느냐 묻는다면/독서 중입니다, 속수무책(「속수무책」 전문)

상실의 아픔을 홀로 견디는 자에게 가장 아득한 존재는 ‘너’일 것이다. 그러나 김경후의 시에서 ‘너’는 ‘나’에게 상실이자 미지이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존재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너와 나 사이”에는 “건너가도 건넌 건 아무것도 없”고, “무너질 때까지 서 있어도 너도 나도 없는/다리”(「오늘도 기다리다」)만이 놓여 있을 뿐이다. 혹시라도 ‘너’와의 사랑이 가능하다면, 곧 “갯벌지렁이 같은 너를/개흙 같은 내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먹는 일”이거나 “너를 씹고 너와 뒤섞이며/개흙 속에 썩고 녹아버리는 일”(「카니발식 사랑」)이다. 그러나 한편에서 “나는 너의 등이 되”고 “등뼈가 되”(「등이 되는 밤」)는 밤이 있다. ‘나’와 ‘너’는 영원히 포개어질 수 없으나, ‘너’를 갈망하는 애절한 마음을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백만겹 주름진 절벽일 뿐/그러나 나의 입술은 지느러미/네게 가는 말들로 백만겹 주름진 지느러미/네게 닿고 싶다고/네게만 닿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내가 나의 입술만을 사랑하는 동안/노을 끝자락/강바닥에 끌리는 소리/네가 아니라/네게 가는 나의 말들만 사랑하는 동안//네게 닿지 못한 말들 어둠속으로 사라지는 소리/검은 수의 갈아입는/노을의 검은 숨소리//피가 말이 될 수 없을 때/입술은 온몸의 피가 몰린 절벽일 뿐/백만겹 주름진 절벽일 뿐(「입술」 전문)

시인은 “나는 많이 죽고 싶다”(「불새처럼」)고 거듭 외친다. 그러나 그 말에 깃든 뜻은 삶의 체념이나 포기가 아니라 ‘없음’으로서 존재하는 세계에 대한 열망이다. 그것은 곧 삶에 대한 의지이자 자유에 대한 꿈이다. 어디에도 닿을 수 있는 무한한 자유인 곳, 시인은 이제 “죽은 것을 잃지 않”고 “잃은 것을 잊지 않기”(「침대」)로 다짐하며, “오랫동안 짓밟힐 글자들”(「야간 도로 공사」)과 “잡고 싶을수록 허옇게 부서져버리는 말들”(「수렵시대」)을 가다듬어 ‘텅 빈 적막’ 속에서 ‘텅 빈 마음’으로 ‘텅 빈 백지’인 ‘시’를 꿈꾼다. 시인이 삶의 고통과 슬픔, “불가능한 사랑만 가능한”(「절벽아파트―지금」) 절망 속에서도 오롯이 꿈꾸는 것은 “담뱃불이 백지에 옮겨붙”듯 “랭보보다 빠르고 뜨겁게 써내려가는/한편의 시”(「흔적기관」)이다.

바늘 점자판을/핥아 먹고/자라는 시//누가 쓰든 보기 싫어/차라리 내가 눈멀어버린 시//낚싯줄에 꿰여/물 밖에서 퍼덕이는/아가미는 읊어줄지//이십년 동안 쓰지 못한 글자들은/돌을 매달아/오십년 동안 파묻어버릴 것//끝까지 상처만을 더듬고/다듬을 시//어느덧 그 상처가 내 몸을 뒤덮는/문신이 되기를,/아멘//아무것도 저주하지 못하는 것을/저주하는/피 묻은 시(「반쪼가리 시」 전문)


저자 프로필


저자 소개

김경후 金慶厚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8년 『현대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겹의 자정』이 있다.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목차

제1부
입술
절벽아파트
박쥐난이 있는 방
반딧불이
해바라기
불새처럼
룹알할리 사막지렁이의 질주
야간 도로 공사
잉어가죽 구두
심해어
깃털 베개의 말씀
먹감나무 옷장

제2부
폼페이벌레
수렵시대
오르간파이프선인장
카니발식 사랑
오늘도 기다리다
침대

개미지옥
아귀
해바라기 소리
뱀의 허물로 만든 달
속수무책
빈 병 저글러
절벽아파트―주소

제3부
절벽아파트―지금
새장 속의 검독수리
낙타가죽 슬리퍼
요하네스버그
등이 되는 밤
빙하를 달리는 여자
꼬리뼈
백야
번데기 통조림
탯줄을 태우며
검은바람까마귀
흰뱀 풍경
달의 유적지
잠과 알
야광별
부서지는 난간 위에서
이름자루

제4부
차마고도
반송우편함
생일
외벽방
절벽아파트―입구
흔적기관
반쪼가리 시
울금
자작
박물관에게 듣다
겨울 노을
흔적

해설|이재원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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