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중퇴. 16살 나이로 홀로 서울로 상경해 과자공장, 양장점 등에서 일하며 고객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 김순진 회장은,
3차례나 이어진 음식점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마지막 보루인 집 보증금까지 빼내 다시 사업에 도전한다.
그렇게 신림동 시장에서 5평 자리 구멍가게로 시작한 놀부보쌈은 이후 25년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가 되었고,
이제 그녀는 세계에 한식의 맛을 알리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한층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책속으로>
결혼 후 그녀는 음식장사 하면 최소한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으로 식당 운영에 도전한다. 그러나 ‘백반집, 돼지갈비집, 곰장어집’ 세 차례에 걸친 음식장사는 연이어 실패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달랑 300만 원짜리 월세방 한 칸뿐. 하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자신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보쌈집을 하기로 결정하고, 그녀는 피눈물 나는 결단을 내린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것이다. 가족들이 지낼 방 한 칸까지 내놓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된 상황에서 그녀는 다시금 도전을 시작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었죠.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김치는 잘 담글 수 있어서 자신 있었고, 보쌈이 떠오르더군요. 옛날에 시골에서는 동네잔치를 열면 돼지고기를 삶아서 김장김치에 싸서 먹곤 했어요. 그때 먹던 보쌈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거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식사로도, 술안주로도 먹을 수 있어서 훌륭한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가족이 함께 와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이기도 했고요. 시장 층이 넓고, 대중적이고, 가격도 저렴해서 수요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보쌈 맛을 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어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돼지고기의 맛도 중요하지만, 보쌈 맛의 진수는 바로 김치잖아요. 그래서 맛있는 김치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죠. 배, 마늘, 참기름 등 양념의 비율을 조금씩 달리 해서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수도 없이 김치를 담갔어요. 그렇다고 풍족하게 만들 여유는 없었어요. 재료비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죠. 플라스틱 바가지에 1번, 2번, 3번, 4번 번호를 매겨서 각각 다르게 버무린 김치를 늘어놓고 맛을 봤어요. 최상의 맛을 찾기 위해서 이 과정을 끊임없이 되풀이했고요. 그렇게 해서 나름 최적의 조합을 찾았죠. 나중에는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서 아예 고객이 입맛대로 각자 먹을 수 있도록, 배추와 속을 따로 내놓는 새로운 발상도 시도했어요.
제 인생의 첫 강사료가 장학회를 만들게 했어요. 가게가 좀 알려지니까 성공사례 강의를 해달라는 요청이 오더라고요. 당시(약 22년 전) 2만 원 가까운 강사료를 받았는데, 너무 소중하고 귀한 돈이라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은 거예요. 그런데 돈도 얼마 안 되고, 어디에 써야 할지 갈피가 안 잡혀서 그냥 장판 밑에 넣어두고 계속 모았어요. 회사에 투자하고 남은 이익금 중 일부를 떼서 또 모으고…… 그렇게 모인 걸 가지고 나중에 놀부장학회를 만들었죠. 그게 점점 커지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예요.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3가지 꿈이 있었어요. 큰 식당을 갖는 것, 자식을 미국에 유학 보내는 것, 석사학위를 받는 것이었죠. 고마우신 고객님들 덕분으로 이만큼 이뤘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놀부’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이 다 알 정도의 식당으로 만들었고, 딸이 미국 유학을 마쳤고, 저도 박사학위까지 받았으니까요. 너무 큰 복을 받았습니다.
